기획 기록하고 되짚다

메탄올 세 가지 키워드2 – 파견노동
완전범죄를 모의하는 파견노동 

김명희 / 노동건강연대·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메탄올 독성은 최소한 보건학계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상식이고, 중독 예방을 위해서 아주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소식을 처음 들은 보건전문가들은 저마다 귀를 의심하면서 ‘메탄올?’이라고 반문했던 것이다. 과학적으로 원인을 밝히기 어렵거나, 예방관리를 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사태’의 진짜 원인은 메탄올이라고 볼 수 없다. 노동건강연대는 메탄올 중독 사태가 메탄올 독성보다는 파견노동이라는 문제적 고용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해왔다.

이 글에서는 파견노동이 도대체 무엇이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만연해 있으며, 왜 이렇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 ‘파견노동’ 혹은 ‘간접고용’

근로계약에 의해 형성되는 ‘근로관계’는 근로자와 사용자라고 하는 두 당사자 간에 성립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간접고용’이 존재한다. 이는 직접 고용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타인이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사업에 직접 편입시키거나 결합시켜 사용 또는 이용하는 고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근로자파견, 용역, 사내하도급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근로자파견법 제2조). [참고문헌 : 김기선. 간접고용의 현황과 정책방향.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14년 10월]

예상할 수 있듯, 파견노동의 경우 고용불안정이 크고 근로환경과 고용조건에서 노동자가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을 통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근로자 파견법 제 5조), 근로자파견 사업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 한정해야 한다. 그러나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 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

메탄올 중독 노동자들은 모두 스마트폰 제조 공정에서 일했다. 또한 출산휴가나 병가를 떠난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단기간만 근무한 것도 아니었다. 근로자 파견법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불법’ 파견으로 일했던 것이다.

 

● 국내 간접고용/파견노동의 실태

그렇다면, 메탄올 사건은 불법을 저지른 ‘예외적’ 사업장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건인 것일까?

우선 국내 통계를 살펴보자. 가장 최근 자료인 2016년 8월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에 의하면,’ [참고문헌 :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6.8) 결과. KLSI Issue Paper 2016년 제 9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전체 임금노동자 규모는 약 1천 963만 명이고 그 중 874만 명(약 44.5%)이 비정규직이다. 파견과 용역 [참고문헌 : 경제활동 부가조사에서 임금을 파견업체에서 받았다고 하면 파견근로, 용역업체에서 받았다고 하면 용역근로로 분류하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여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노동자 규모는 약 89만 8천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6%, 비정규직 노동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였고, 2014년 3월 이후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에 비해 파견/용역 근로의 경우 2002년 8월 43만 명 수준이던 것이 2007년 3월 76만 명으로 빠르게 증가하다가 이후 2012년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 후, 2012년 8월 90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했다. 그러나 2014년 8월 80만 명을 저점으로 다시 증가하여 현재 90만 명 수준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파견노동이 어느 정도나 합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과 ‘남동공단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119’은 2015년 초부터 9개월에 걸쳐 인천 지역 내 파견업체 전수 조사를 통해 336개 파견법 위반업체를 확인하고, 2015년 10월에 이들을 노동부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대상이 된 사용업체 11곳은 모두 핸드폰 부품과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이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업체 중 전체 직원의 40% 이상을 파견 노동자로 채운 곳이 48%에 달했다. [참고문헌 : 미디어오늘 2016년 12월 15일자 “‘불법파견’ 신고하면 뭐하나, 노동부 무더기 무혐의 처분”] 이러한 상황은 고용노동부도 이미 잘 알고 있다. 노동부는 2015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인천 남동?주안?부평공단, 안산 시화?반월 공단, 대구 성서공단에서 파견 노동자 사용업체 566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35%에 해당하는 195곳에서 3,379명의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쓰고 있음을 확인했다.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다며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업체 311곳 중 46%인 142곳이 1년 이상 파견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고 있었고 해당 노동자는 2,268명에 달했다. [참고문헌 : 한겨레신문 2015년 8월 3일자 “제조업 공장 35% ‘불법 파견’…고용부, 무더기 적발 ”]

노동부는 2016년 7월~12월 동안에도 파견사업체와 사용사업체 1,346개사를 대상으로 근로 감독을 시행했다. 그 결과 89.2%인 1,200개사에서 4,119건의 위법 사항 적발했는데, 일시?간헐적 사유 없이 파견근로자를 상시 사용한 경우가 54개사 1,434명에 달했다. 그리고 불법 파견 사례의 49%가 인천/경기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이들은 대개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상시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였다. [참고문헌 :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보도자료 2016년 12월 23일자]

제조업 사업장의 불법파견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지만, 지역노동단체들의 실태조사,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를 종합하면, ‘상당한’ 규모의 불법파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반복되는 ‘고발조치’와 ‘근로감독’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메탄올 피해 노동자들의 노동 경험은 한국 사회에서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 왜 간접고용을 하는가?

모든 간접고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기존 노동자의 출산휴가나 병가를 보장하기 위해 대체 단기 인력으로 간접고용을 활용할 수 있다. 기업에서 자체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을 간접고용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내세우는 파견노동의 필요성과 정당성이다. 이러한 사유에 의해서만 간접고용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기업의 동기는, 이것이 직접 고용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사용사업주는 파견사업주에게 파견료만 지급하면 되고, 근로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사용자로서의 모든 위험부담은 파견사업주에게 전가할 수 있다. 단기간 대체 인력이 아니라 상시 인력을 파견노동자로 채우는 것은, (적발만 되지 않는다면) 비용은 줄이고 각종 위험부담은 회피할 수 있는 수지맞는 경영전략인 셈이다. ‘이론적으로는’ 간접고용을 하게 되면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직무지시와 감독이 어려워진다. 거래비용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직무가 불확실하고 노동자의 자율성이 큰 직무라면 직접고용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론적 예측과 달리 직무 불확실성이 커도 직접고용을 더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에서 고용안정 장치가 부족하고 해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간접고용 상태에서도 노동자가 ‘딴짓’을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육훈련과 경력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크지 않은 점도 노동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가로막는다. [참고문헌 : 김성훈. 간접고용 결정 이론: 거래비용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2010년 12월]

말하자면, 기업주는 노동자에 대한 지시 감독 권한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간접고용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불법파견이 만연한 것은, 이러한 내적 동기에 덧붙여 다단계 원하청 구조에서 물량변동에 따른 인력 수요의 변동이 크고 원청과 여러 단계의 하청 기업 사이에 이윤, 비용의 극심한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방향은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2016년 9월 15일,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대타협을 천명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참고문헌 :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사회적 대타협’ 2015년 9월 15일]

그러나 “우리 노사정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보호, 장시간 근로의 개선과 아울러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합의문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날인 9월 16일 새누리당은 5대 노동법안이라면서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여당은 불법파견을 양성화하고 저임금에 노출된 하도급, 용역근로 등을 근절하며 고령노동자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파견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합법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참고문헌 : 매일노동뉴스 2015년 9월 17일자. “노사정 합의 비웃듯 노동계 뒤통수친 새누리당 노동입법” (https://is.gd/Q63bcz)]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에 시행한 파견업체 근로감독에서 ‘비정규직 서포터스’를 활용해 안산?부천지역 파견노동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이들의 입을 빌어 제도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사업주들은 파견근로자 활용 사유로 ?물량 변동에 따른 탄력적 인력운영, ?직접채용 여력 부족, ?정규직 채용 선별 기능 등을 주로 언급하였으며, 제도 개선사항으로 파견허용업무 확대와 파견기간의 연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근로자들도 “파견 근로 외에 해당 지역의 노동시장 진입 방법이 제한되어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현 상황에서는 근로조건의 향상, 차별 시정 등을 전제로 파견업무 다양화, 파견기간 연장 등을 통한 고용안정을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참고문헌 :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보도자료 2016년 12월 23일자]

결국, 정부가 수집한 자료와 법률개정안은 모두 파견업의 확대를 향하고 있으며, 불법을 감수하고 있는 제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골자였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서 노동자들이 심각한 권력의 열세에 놓여 있고, 간접고용으로 얻는 사용업체의 이득과 위험회피가 상당하며, 이를 규제할 법률의 집행이 미약한데다, 그나마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기울어져 있는데, 굳이 법을 지키며 파견노동자를 쓰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한국은 OECD 회원국들 중에서 노동시장 불평등이 심하고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국가로, 사실  OECD 국가 내에서 비슷한 유형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참고문헌 : 정이환, 김유선. 노동시장 유형 분류와 한국 노동시장체제의 성격. 경제와 사회 2011년 12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파견노동자들의 메탄올 중독 사건이 터졌다. 극도의 고용불안정 때문에,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의 규모를 파악하고 추적 관찰하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하마터면 완전범죄가 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