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편지
정치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활동하기 위하여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대표
공장에서 메탄올을 만지다 눈이 먼 6명의 청년노동자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노동건강연대를 접한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저희 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노동과건강연구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는 30여년, ‘노동건강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도 16년이 되었습니다. 활동을 좀 더 대중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옹호하고 이를 위한 활동을 하는 사회운동단체 혹은 활동가 조직입니다.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하게 되면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할 의무가 발생하지만, 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요구할 권리도 존재합니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민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의 영역이어 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안전, 건강과 관련된 활동은 임금이나 고용보장 이슈에 견줘 그리 활발할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활동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오해하여 전문가들에게 많은 활동을 위임하거나 위탁하는 실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것보다 더 문제가 있는데,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10% 남짓밖에 안되고,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적용률도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권리를 옹호하고 싸우는 주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노동조합이 신경 쓰지 못하는 노동자 계층의 안전과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합니다. 알바, 계약직, 파견, 외주, 하청,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노동조합을 하기 힘든 노동자들 입니다.
우리는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 산재보험 제도 개혁 사업, 작은 공장의 노동자 건강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킹 사업,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사업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회원 중에 의사, 노무사, 변호사 등이 상대적으로 많아 저희를 ‘전문가’ 단체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문가 단체나 연구 단체는 아닙니다. 활동가 조직을 지향합니다. 자격증은 중요하지 않고 전문적 지식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동자 건강과 안전 문제를 전문지식 안에 가두지 않고 보다 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사회운동 조직입니다.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다수의 후원회원들이 노동건강연대 재정의 핵심입니다. 이들이 조직의 중추입니다. 무보수로 자원 활동을 하고 있는 다수의 활동 회원이 노동건강연대의 힘입니다.
오랜 만에 나온 을 읽어 주신 독자, 회원에게 감사드립니다.
활동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