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쉼 끝에 돌아온 [노동과 건강]을 반겨준 분들이 많았습니다.

온라인에 읽을 거리, 볼 거리가 넘쳐나는데도 [노동과 건강]을 좋아하고 기다려 주신 건 아마도 주류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노동자들,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러면서도 우리가 해온 운동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이 원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1년 내내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지만 노동건강연대에게 4월은 좀 더 특별합니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달이고, 4월 28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올해로 14년째인 최악의 살인기업 시상이 선정식도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노동과 건강] 봄호가 특집으로  “기업살인 ㅡ K 호러를 끝내자” 를 기획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변함없이 높은 한국의 산재사망은 독특한 K호러 장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특집에는 다섯 편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우선 지난 한 해 중대재해 현황을 살펴보고, 노동부가 산재 문제를 어떻게 노동자 책임으로 포장해 왔는지 검토한 후, 국내 상황에서 기업살인에 대한 처벌이 왜 강화되어야 하는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탐색해 보았습니다.

산재가 발생한 후의 처벌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활동했던 강태선 회원, 안산 지역에서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해명 회원, 노동건강연대의 전수경 활동가와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노동행정, 노동안전보건행정의 변화를 짚어 보았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크지만 확실히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노동계의 감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지난 한해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중 하나가 ‘갑질’입니다. 특히 일터에서의  갑질 천태만상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함께 분노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현장의 괴롭힘, 갑질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도모하는 새로운 방식의 활동이라 할 수 있는데요. 지상중계 코너를 통해  여기에 참여한 스탭들의 생생한 상담사례와 운동의 나아갈 길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작업장 바깥 이야기도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현장은 주변 지역에도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경제를 이끌어온 ‘산단’ 주변 주민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임지애 박사가 연구결과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또 수도권과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해 화력발전소, 송전선로의 피해를 감당해 온 충남 지역의 상황을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활동가의 입을 통해 전합니다.

책 소개 코너에서는 노동자 건강 연구에 막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연구자 이주연 회원이 캐나다 노동자안전보건 연구의 대가인 캐런 메싱의”보이지 않는 고통”을 읽고 공감과 지성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전세계 노동계가 기념하고 또 여러 국가에서는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국제적으로 어떤 캠페인이 벌어지는지, 각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이는지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미국 오바마 – 트럼프 정부의 급격한 반응 변화가 눈에 띕니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서 산재 사망 노동자를 기리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노동과 건강] 2018년 봄 호가 독자들 손에 도착할 즈음이면 편집위원회는 부지런하게 여름호 준비를 시작합니다. 더 나은 [노동과 건강]을 위해 독자들의 격려와 따끔한 지적 기다립니다.회원들의 기고는 당연히 두 팔 들어 환영합니다.

편집위원장 김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