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문재인 정부의 노동행정 느낌과 진단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나
 -노동행정과 근로감독을 보는 눈

진행 : 김명희 편집위원장

대담 : 강태선 노동건강연대 회원, 산업보건학 박사
정해명 노동건강연대 회원, 공인노무사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녹취록 : 이주연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정부 문서에 등장한 ‘노동자’ 표현의 느낌적인 느낌

김명희) 문재인 정부 들어선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여기에 맞춰, 새 정부 정책에 초점을 두고 최근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봤던 어떤 대통령보다 일자리, 산재, 안전 이야기를 많이 했고, 노동부 차원에서도 시민사회 목소리를 들으려고 자리도 만들고 노력을 하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과거정부의 유산이라는 게 있고, 정책의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정부라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런 우려가 있어요. 게다가 막상 노동단체들은 지지부진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우선 정해명 노무사가 새 정부 노동정책과 관련해서 현장의 변화가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정해명)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구요, 저 뿐만 아니라 주변 노무사들도 얘기하는데 느껴진다고. 현장에서의 변화까지 이어지는지는 의문이 있지만 어쨌든 노동을 대하는 태도 자체는, 노동부에서 나오는 문건을 보면 ‘노동자’라고 표현되어 있어요. 저도 깜짝 놀랐는데, 법상 명칭은 근로자가 맞아요. 노동부에서 ‘근로자’라고 표현해 왔고 자연스러웠죠. 어느 순간에, 개헌 관련해서도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꾼다는 얘기가 있긴 하던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특별한 느낌이다…

김명희) 그렇군요. 분위기 말고 실제로 규제나 제도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레토릭만 ‘노동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명) 사내하청이나 불법파견 건으로 노동부에 진정이나 신고를 하게 되면, 범죄나 이런 걸로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경우에도 바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고 묵혔다가 형식적으로 무혐의처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노동부도 마찬가지예요. 불법 파견으로 신고하면 뜸을 들이거나, 언제 감독 나간다고 사업주에게 통보하고 나가거나 해서, 그 사이에 자료 파기하게 하고 다 세팅된 다음에 나가서 문제없다고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안산에서 진정 넣은 지 2주 만에 근로감독관 4명이 조사를 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사전 통보 없이. 통보 없이 음주 단속하는 것처럼. 결국 불법파견 인정이 됐죠.

김명희) 이전 정부랑 똑같은 공무원이잖아요?

정해명) 똑같은 공무원이지만 상급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거죠. 개인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아쉬운 부분은, 어느 정권이나 행정부에서 갖는 특징일 수 있는데, 공무원을 동원의 대상이나 정책 집행을 위한 돌격대 정도로 보는 경우가 있어요. 상반기 고용노동부의 가장 큰 이슈는 미투, 성희롱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안정자금’이예요. 작년 대비 최저인금이 인상되었으니까, 30인 미만 중소사업장 노동자 1명당 13만 원씩 3조원을 잡아가지고 이걸 빨리 집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이슈에요. 매일 지청장들 화상회의도 해요. 1월에 실적이 안 나서 2월에 정말 심하게 쪼였대요. 소상공인이나 최저임금 인상 예산은 잡아놨잖아요. 반납하면 안 되잖아요. 1월에 신청 건수가 얼마 안 나왔어요. 이걸 빨리 집행하라고 장관부터 시작해서 난리가 나서 온 행정력을 집중해 가지고. 집행 기관이 근로복지공단이니까 근로감독관들한테 할당이 내려와요. 이거 빨리 하라고. 언론에도 기사가 났어요, ‘일자리 안정자금, 근로감독관 골병 든다’, 밤 10시에 팩스를 보내요.
중요한 일이고 좋은 취지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일에까지  동원하는 건 아쉽죠. 무슨 생각이 났냐 하면, 몇 년 전에 일자리 문제가 정책의제였을 때, 일자리 찾는다고 근로감독관들 동원한 거예요. 이들은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나가거나 신고 사건을 처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에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있는 분들은 아니라구요. 이 분들이 관할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나간 게 아니라 일자리 찾으러 다녀요. 사람 구하는지 전화해서 물어보고, 점검 나가서 그런 거 찾는 거, ‘몇 명 부족하세요?’ 이런 일 하러 다녀요. 근로감독관 일이 많아요. 정말로 일이 많아서 영혼이 없게 되요. 탈탈 털려요. 저도 가끔 주말에 불려나가서 조사받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일자리안정자금 집행하는 일에 동원돼서, 자기 본업인 근로감독, 규제기관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안정자금 민원업무를 하고 있어요. 전임 정권이나 현재 정권이나, 좀 아쉽다 생각이 들죠. 

김명희) 정부 기조의 변화가 기업한테 시그널이 되긴 되나요?

정해명) 저는 강하게 느껴요. 올해 초 가장 큰 이슈는 최저임금일 텐데 노동자들은 크게 체감하는 것 같지 않아요. 아직 급여나간 게 얼마 안됐기 때문에. 1월 급여가 2월에 나가잖아요. 사업주나 기업들은 당장 자기네 부담 인건비나 늘어나죠. 포털이나 언론에서 최저임금 인상됐다고 떠들고, 최저임금 일자리안정기금 플래카드가 동네방네 다 붙어 있어요. 사업주들이 상당히 민감해 하고 노동법 관련 이슈에 대해서 경각심이나 민감성이 훨씬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직원이 20~30명 되는 회사에서나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은 10명 안 되는 회사에서도 미리 대응을 하려고 하고, 연차 수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상담 건수가 많이 늘어났어요. 노동, 노동법 이슈가 대한민국 식탁에서 메인 반찬으로 오른 적 없었는데, 요즘은 메인 디시에요.
의정부에서 활동하는 노무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예전에는 지청에 노동조합 면담을 요청하면 핑계 대면서 안 만나주는 경우도 많았대요. 요즘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하고, 이런 분위기. 아래까지 이 분위기가 내려왔는지는 몰라도, 장관이나 정부의 태도는 확실히 바뀐 것 같다는 거죠.

강태선) 최저임금 인상도 있지만 법정 근로시간 한도 52시간이 확정된 것도 중요한 이슈인 것 같아요. 하긴 원래도 52시간이었지만 (웃음). 물론 이번 정부 노력만으로 된 건 아니예요. 여야가 합의한 건데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졌던 거죠.

정해명) 근로시간 단축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영세사업장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공휴일 안 쉬는 회사가 꽤 많아요. 서울은 공휴일에 쉬는 분위기가 있죠. 특히 토요일, 주5일 일하는 회사들. 안산은 토요일에 일하는 회사가 상당히 많았어요, 서울하고는 좀 달라요. 서울은 병원이나 마트, 백화점 이런 서비스업은 공휴일에 안 쉬지만, 그 외에는 쉬는 회사가 많은데 다른 지역에서는 공휴일에 그냥 일하거나, 쉬기는 쉬되 연차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규에 의해서 유급으로 할지 무급으로 할지 정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예외에 해당하는 회사들이 수두룩하고, 또 현실에서는 법 위반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52시간 규정 그 자체보다는 관공서에 적용되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간주한 것이 파급효과가 훨씬 큰 것 같아요.
대기업은 공휴일에 원래 쉬기 때문에 그거 내줘도 잃을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영세사업장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겠죠. 영세사업장, 30인 미만 사업장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52시간 초과해서 일할 거예요. 노동부에서도 52시간 넘는 사업장에 대해서 크게 개입하지 않았어요. 노동자들도 문제 제기 안하고. 큰 회사들, 현대자동차라든지 이런 데는 근로감독들 해서 52시간 넘으면 신규채용해라, 이야기 할 수 있죠. 작은 회사들은 법정근로시간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바로 줄이지 못해요. 그렇지만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요. 사업주들이 이걸 본단 말이에요. 시간이 몇 년 있으니까 준비해야죠.

공단을 돌아보면 작은 공장 사장님도 노동법 챙기는 분위기

김명희) 강태선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강태선) 노동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도 이슈가 된 건 사실이에요. 미투도 노동 문제의 일환으로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죠, 당국도 그렇고 일반 시민들도 그렇고.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문제가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이슈가 되면서 사장님들이 긴장한 거는 맞는 것 같아요. 최저임금은 약간의 분노? 이런 걸 불러 일으켰죠.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4대보험도 없이 일하는 것을 정상으로 보고 일자리안정기금은 결국 우리한테 손해다, 이렇게 생각하는 기업주도 많이 있어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주장인데, 그게 먹혀요. 그래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저임금 문제는 여론화가 많이 되어 있고, 긍정적인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노동시간 문제가 같이 불거졌는데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했고, 대법원 판례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도대체 몇 시간이 정상노동인 거냐, 사람들이 알아보니 68시간이고, 그나마 특례업종은 그 이상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만드는 근로기준법 59조가 있었죠. 작년에 버스 사고로 인해서 노동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 업종이 있고, 심지어 버스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죠. 지난해 하반기에 그 이슈가 뜨거웠는데, 요번에 특례업종이 대폭 줄었어요. 29개 업종에서 5개로 줄었어요.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 자체는 장기적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논문을 찾아봤더니 노동시간이 60시간에서 40시간 대로 줄어들면 손상이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와요. 질병도 만만치 않겠죠.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이것보다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위험도라는 것은 위해(hazard)와 빈도(frequency)의 조합으로 결정되는데, 일단 빈도 자체가 줄어드는 거잖아요. 

김명희) 노동안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정책들은 특별한 점이 있나요?

강태선) 최저임금 때문에, 그것도 일자리. 일자리 정책에 근로 감독 쪽이, 안전을 포함해서 먹혀 있다고 봐요. 집행조직은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에 동원되고 있고, 청년 일자리 지원 자금 4조 추경으로 한다고 오늘 나왔는데 거기도 동원될 것 같아요. 단기적일지라도 근로감독관들이 동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근로감독관이 힘이 있으니까 협조를 구하기에 좋아서 쓰는 건데, 감독 권한을 좋게 쓰는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권한을 쓰면 현장에서 사업주가 근로감독관을 쉽게 볼 수가 있죠. 아무리 급해도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봐요. 근로감독관을 일자리나 청년 지원 사업에 동원하는 것에는 전통이 있습니다. 규제와 행정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고용지원이라는 일도 하고, 근로감독도 하고 있거든요. 근로감독관들도, 지방 노동위원회까지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정체성의 혼동이 있어요. 서비스를 하는 사람인지 규제하는 사람인지 조정하는 사람인지.

김명희) 원래 이 정부에서 근로감독관 1천 명을 더 뽑겠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안 되었는데, 그나마 이 정도라도 어디냐 라고 봐야 하나요?

강태선) 저는 이번 정부의 노동정책 중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노동계에서 엄청 비판했잖아요. 왜 이것밖에 안 뽑냐고. 하지만 그동안은 요구도 안 했잖아요. 지난 10년 정권들은 근로감독관이 있는지도 몰랐을 걸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만난 공무원들, 아마도 2003년도 6월이었을 거예요, 검사들 만나기 전에 만난 이들이 근로감독관이에요. 청와대에 불러서 오찬을 같이했을 거예요.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근로감독관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근로감독관을 불렀다는 게 의미가 있죠. 인권변호사이기도 했고. 2005년도에 근로감독관을 많이 뽑았던 거예요. 그때 한 600여 명을 뽑았죠. 기술직들도 30여명 들어왔고요. 일반 행정직 근로감독관도 역대 이렇게 많이 뽑은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동인권변호사였잖아요. 노동사건은 중재가 가장 필요한 분야거든요. 지금 보이는 남북 협상가의 능력을 여기서 갈고 닦은 게 아닌가 싶어요. 노동사건을 많이 했대요.
지금 근로감독관 정원이 1천 9백 명 정도고요. 일반 근로감독관이 1천 4백 명,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4백 명대. 그러고 보니 두 정권 빼면 거의 의미가 없는 거네요. 근로감독관이 195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도청에 한두 명씩 들어왔다고 하니까… 소방공무원 늘이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 요구가 있지만, 근로감독관 증원은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신고 사건이 너무 많아졌어요. 신고 사건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사전 현장 감독을 못할 지경이죠. 신고 사건이 대부분 임금체불. 그것만 감당하기도 힘든 거예요. 사전 현장감독을 하기 위해서 충원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전수경) 정부를 대신해서 규제하는 사람인데, 사업장에서 근로감독관의 말발이 먹히나요?

정해명) 근로감독관 나오면 걱정하죠. 그게 다 돈인데요. 과태료, 임금체불 건드리니까. 아마 세무조사 다음으로 부담스러워 할 겁니다.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시그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원이 많거나 노동자 수가 많거나 파견 관련된 곳은 1년에 한 번, 두 번 근로감독을 하더라고요. 어찌 됐건 거기 대해서 관심을 갖고 돈을 쓰고 하거든요. 무풍지대였다가 한 번 나와 가지고, 그런데 노동자가 신고를 해서 나오면 운이 없는 게 되는 거죠. 운에 달린 사건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지 않잖아요.

강태선) 근로감독관을 많이 뽑는 건 반가운 소식이고 필요한 일인데, 노동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봐 걱정하죠. 신고사건이 폭주하고 있고, 그것도 처리하다 보면 뽑은 듯 만 듯 효과도 안 나타날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신고가 40만 건 정도 되는데.

정해명)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으로 다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이면 그냥 넘어갔을 그런 상황도 말이죠. 하루 이틀 일하고 다음 날 월급 보내달라고 문자 보낸다는 거예요. 줘야죠, 당연히. 안 주면 신고하고 근로계약서 안 썼을 거니까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신고 들어가는 것도 많고. 노동자 감수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예요. 그러다보니 신고건 수는 갈수록 훨씬 더 늘어날 것 같아요.

강태선) 40만 건 중 송치 종결하는 경우가 약 9만 건 정도 되요. 일의 규모가 엄청 나죠. 그런 사건들이 참 힘든데. 신고 건수가 40만 건, 나가서 감독하는 건 3만 건 되요. 이게 노동부만 책임질 일은 아니에요. 임금체불 이유는 굉장히 다양한데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 노동부도 특단의 대책. 민사적인 것과 형사적인 것을 동원해서 빠르게 구제하는 조직적 수단, 행정, 사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고, 그런 것을 병행해서 근로감독관이 늘어나야 해결이 되겠죠. 양도 늘리고 효율성도 극대화하면서. 그게 지금 문제예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가 중요한데, 일자리나 청년지원 정책 때문에 근로감독 혁신이라는 과제가 제대로 갈지 걱정이예요.

정해명) 지금도 노동지청 민원실에 가면 ‘민관조정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노무사나 정년퇴직한 노동부 공무원 몇 분이 계세요. 이분들은 사건화 되기 직전의 문제들이 접수되면 사업장으로 전화를 하거나, 진정권이 안 될 만한 건을 종결시킨다거나, 근로감독관에게 사건을 넘기기 전에 설득하거나 무마시키는 일을 하기도 해요. 지청에 4~5명 정도 있어요.

강태선) 직장갑질119도 활동이 활발하잖아요. 근로감독관 행정에 불만 제기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실상은 감독관은 임금 체불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죠. 우리가 일본과 제도가 같은데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일본은 체불 사건이 이렇게 많지 않고, 체불액도 우리보다 훨씬 적습니다. 직장갑질119를 통해서 우리 노동인권 의식이 고양되고 근로감독에 대한 성토도 나오고 하는데, 쉬운 게 아니에요. 근로감독관이 힘들어서 자살하잖아요, 기술직인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경력채용을 통해서 일부 뽑고, 60%가 일반 행정직이예요. 공무원 임용되는 배치는 원하는 순서에 따라 이뤄지는데, 노동부는 가장 밑이죠. 가장 선호도가 떨어져요.

정해명) 선호도는 떨어지는데 노동부가 지역마다 가진 관할 사무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9급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되면 상당수는 고용노동부로 와요

강태선) 6천 명이니까요, 노동부가 중앙행정기관들 중 인력은 많지만 선호도는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이렇게 오는 분들은 노동법도 몰라요. 노량진 학원가에서도 3D라고 잘 알려져 있거든요, 노동부가. 와서 실체를 알게 되는 거죠.
산업안전보건은 60%가 일반 행정직인데 요새는 신규 일반 행정직들이 많이 온다고 들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경력 많은 근로감독관이 산업안전보건을 했어요. 당시에는 민원에 덜 시달렸으니까, 요즘은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업도 많고, 사건도 많아져서, 젊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산업안전보건을 하고 있어요. 하여튼 산업안전보건 감독관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요. 신고 사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거기에 비례해서 근로감독관 수는 늘지 않고 있고, 근로감독관들의 노동 인권은 처참한 상태가 되고 있죠. 근로감독관들이야말로 여유가 있어야 하는 공무원이거든요. 그래야 다른 사람 노동인권도 생각하고 그러는데 지금은 내가 더 죽겠다 하고 있어요. 

정해명) 일이 많아서 이 분들 주말에 나와요. 주말 근무도 네 시간까지밖에 인정이 안 되요. 주말에 자기 8시간 나와서 일했어요. 4시간 공짜 노동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노동자가 임금  못 받았다고, 연장 근무 수당 못 받았다고 신고를 했어. 그럼 ‘나도 못 받았어’ 이러는 거죠.

강태선) 일을 진짜 많이 해요. 근로감독관이 편해야 한다는 게 이런 거예요. 노동법도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와서 엄청난 민원에 시달리고, 노동 인권 의식이 생겨나겠어요?

정해명) 담당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까, 노동부에서 합의를 상당히 강하게 종용한다거나 사건을 종결시켜버린다거나 해서 실제 노동자들은 못 받는 돈이 생긴다는 거죠. 실제 많고요. 감독관 입장에서는 일이 워낙 많으니까 합의를 해서 쳐내지 못하면 자신이 송치해야 하잖아요, 100건 보고서를 어떻게 쓰냐고요, 워낙 사건이 많으니까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고, 개인적인 대응 방법으로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거나 합의시켜버리는 거죠.

전수경) 정해명 노무사가 일하고 있는 안산은 그곳만의 사례집이 따로 필요한 것 같아요. 모든 노동행정이 무능하거나 사용주 편이라거나, 이렇게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직장갑질119에서 봤던 사례는 체불 임금하고 연결된 건데요. 사업주의 지독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직원이 큰 맘 먹고 근로감독관에게 찾아갔던 거예요. 그랬더니 이런 건은 안 된다면서 임금 체불 없냐고 물어보더라는 거예요. 그런 사례는 더 있어요. 근로감독관이 체불 건 아니면 물리적?언어적 폭력은 실제로 개입하기 어렵다 해서 대실망하고 성토하신 거죠. 또 노동부에서 특별감독 나갈 사건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알려준 일이 있어요. 그런데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전화해서 이러이러한 건으로 제보가 들어왔으니 가겠소, 그렇게 해서 제보한 분이 자기 신원이 노출되게 생겼다고 연락해 왔어요.
그러다보니까 근로감독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노동행정 전체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개별적 사례를 일반화하고, 근로감독관 다 소용없고 장관 바뀌어도 다 소용없잖아,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강태선) 노동부도 갑질119 이전, 미투 이전에 조금씩 준비해온 것 같아요. 최근 그런 요구가 폭주하고 있는데, 기존처럼 임금 체불에 묻혀 있다 보니 다른 법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져있는 것도 같고요. 그런 것에 대해서 일해보지 않았던 거죠. 신분을 보호하면서 사업장을 감독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임금 체불 중심으로만 일하다 보니까, 신고나 첩보를 접수하고 효과적으로 감독하는 것에 대해서 교육받지 못하고 있고요, 그런 것을 잘 생각하지 못해요. 미국 근로감독관의 70%가 컴플레인에 근거한 감독을 하더라고요. 컴플레인을 어떻게 수렴할 것이냐, 신원도 보호하면서 긴급하게 나가기 어렵다고 봐요. 그런 것들이 우리는 잘 개발되어 있지 않아요. 근로감독관이 악의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겠죠. 워낙 바쁘니까 사업장에 우선 전화를 한 거죠, 개선토록 미리 조치를 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요.

전수경) 그건 있는 것 같아요. 꼭 정부가 아니더라도 직장갑질119 상담 내용 중에 보면 공공기관 사내고충처리위원회, 성희롱상담소, 이런 것이 운영될 만한 큰 기관 노동자들이 이야기하는 사례를 보면 성희롱상담소도 실적 쌓기 용으로 접수를 받아줄 뿐이지 실제 해결이 안 되다고. 다들 겪어서 알고 있고, 노동 인권과 관련해서는 보고용이거나, 실적 쌓기용, 그래서 현장에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정부 사고조사 공개하라 요구하고, 교육 바꾸라고 요구해야

김명희) 이런 종류의 노동행정, 규제가 노동계의 관심이나 아젠다이기는 한가요?

전수경) 제가 일반적인 노동행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근로감독관 충원 문제는 전혀 이슈가 아니고요 관심이 일도 없고. 노동안전만 보자면 노동조합들이 하는 노동안전은 노동부 행정의 하위파트너, 정부가 빵구내는 일을 알아서 대신 하고 있는 걸로 느낄 때가 많아요.

강태선) 안전보건 이슈는 산재보상을 받아주느냐 마느냐에 집중되어 있고, 민주노총 자체도 그 사업 비중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전수경) 전에 당진 현대제철 사망사고 났을 때, 특별근로감독 때문에 지청에 간 적이 있어요. 거기 근로감독관 말이, 대공장에서 계속 산재사고가 나가지고 근로감독관이 다 차출되어 가지고 당진에 와 있다는 거예요. 사건들이 쌓여있다는 거예요.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공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결국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구나 생각했어요. 민주노총은 영세사업장이나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감독관 행정이 미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야겠죠.

강태선) 한동안은 고용노동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다녔어요. 그런데 50인 미만 사업장 감독 10개를 하는 거랑, 현대제철 3만 명을 열흘 동안 감독하는 거랑 차이가 크죠.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효율과 효과를 생각하면서 감독 계획을 짜는 지가 중요한데요. 우리가 보통 1년 이상을 내다보지 못해요. 어떤 지표를 가지고 성과로 볼 건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산재사고는 lagging indicator, 후행지표로 가장 늦게 나타나는 것이고, 그 사이에는 많은 왜곡이 가능해요. 그걸 갖고 감독 계획도 짜고 그랬는데, 그 부작용이 산재 은폐로 나타난 거잖아요. 재해 났다고 이듬해 감독점검 나가는 것이 산재은폐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이제야 재해율 지표를 갖고 감독하면 안 되겠구나 해서 덜 쓰고 있어요.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에요. 사고 났다고 검경합동점검 나가고 이거 아니거든요.

김명희) 최종 결과 지표가 아니라 중간에 퍼포먼스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찾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될까요?

강태선) 우리가 goal setting rule, 혹은 goal-based rule이라고 해서 시시콜콜한 규정보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사업장에서 이행하도록 감독하고 강조해왔는데, 이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제도화할 수 있는 역량은 아직 없어요. 그것이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 않은 과제죠. 오히려 뭘 해서 백점을 맞으라고 하면 하겠는데 (산재를) 제로로 만들라는 것, 안 보이는 것을 지표로 만드는 것은 어렵죠. 이번 정부가 잘 하는 것은 안전 이슈 중에 노동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통령이 분명히 알고 있다는 거예요. (대통령만 아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2018년 1월 23일에 발표한 3대 안전 대책에 교통사고, 자살, 산재가 들어갔거든요. 산재가 마지막 단계에서 들어갔다고 하더라구요. 안전도 분야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지난 정부가 불량식품을 강조했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안전이 산업 안전이에요. 노동자가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여파가 너무 큰 거예요. 산업안전이라는 게, 작년 7월에, 취임한 지 두 달이 안 된 상태에서 산재 메시지를 줬는데, 만만치 않은 메시지였죠. 원청 책임 강화, 국민 참여 사고조사 위원회. 그게 지금 논의되고 있어요. 사고조사가 중요하거든요. 초기 단계지만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 활동이 공개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많은 사고들을 겪었지만 그 전모가 공개가 안됐어요. 안전보건공단이 사고조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안전공단이 중대재해 조사의견서를 써놓고, 기술력이 집적돼 있는 건데 그것을 아무도 못 보게 해놨어요. 노동부가 그렇게 하고 있어요. 노동부도 수사 자료라고 하면서 비공개로 묶어놨는데 산재예방 의지가 있다면 노동부가 이를 공개했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었던 거죠. 사고조사위원회는 국민들 참여도 의미가 있지만 공개를 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이전 것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용되어야 하거든요. 감독 전략을 짜는데, 그런 자료들을 활용하지 않았어요. 사고 조사, 그것의 공개, 이게 걸음마라고 생각해요. 걸음마를 뗐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시작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김명희) 지난 정부 때 파견이 확대되면서 메탄올 사건이 생겼고 중대재해도 계속 있었죠. 내일부터 당장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노건연이 집중해온 문제들에도 실질적인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하시나요?

정해명) 구조적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루아침에 이걸 바꾸면 공단 자체가 휘청거릴 거라서. 그렇지만 사용자들에 대한 시그널은 충분히 효과적으로 갈 것이다, 좀 무리가 있긴 했지만 양대 지침인 성과연봉제를 공식적으로 폐기한다고 선언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예를 들면 최근에 불법파견 관련해서 ‘롯데캐논’이 문제인데, 대기업 공장들에서 비슷한 형태로 많이 하고 있거든요. 여기도 직접고용 하라고 나왔어요.

김명희) 예전에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세게, 이벤트성으로 여러 번 했잖아요. 조치 결과를 보면 노동자 상당수가 ‘원하지 않아서’ 직고용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사건이 종결되더라구요.

정해명) 입법적 미비일 수도 있는데, 직접고용 하라고 했지 정규직으로 뽑으라고 한 거 아니거든요, 파리바게트 SPC 같은 경우, 상생기업 만들어서 반강제적으로 방안을 찾은 거죠. 법적으로 밀고 나가면 모 아니면 도,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제빵사들 과반수 이상이 이쪽으로 타협한 것 같고, 직접고용이 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합의가 나온 거 아닌가 싶어요. 

김명희) 시그널 이상으로 불법파견구조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그럼 중대재해 문제는 어떨까요?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상당히 개선이 있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강태선) 모든 걸 사고조사위를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큰 사고의 경우 의미 있는 효율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해요. 연구를 보면 비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범죄예방과 처벌이. 행정법 특성 상 벌칙을 산업안전보건법만 유독 높일 수 없는 걸로 보이고요. 이번에 좀 높아져서, 징역 또는 벌금으로 되어있고 징역을 늘린다고 해도 벌금에 상한이라는 게 있고 양벌규정 10억 이하로 노력은 한 거죠. 경제적 제재는 분명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것이 행정법에 벌칙은 아닌 것 같고요

김명희) 징벌적 손해배상 이런 건 아니고요?

정해명) 손해배상 법리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강태선)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 것 같고요. 입법 예고된 안을 보니까 제 13조에, 그게 좀 주목이 되는데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서명하고 이사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게 있어요. 대표 이사를 책임의 당사자로 만든다는 것이고요. 입건할 수도 있고 최소한 참고인으로 불러서 책임을 묻는 거죠, 정부가,

정해명) 사망 사건의 다수는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기업주 개인들은 사업하면서 평생 사망 사고를 얼마나 겪을까요? 한 번? 회사가 워낙 많으니까요. 현대 같은 대기업, 건설회사들이 살인기업 선정식 하면  1, 2, 3위. 순위도 돌아가면서 먹고. 그런 회사들은 산재사망사고라는 게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영세사업자들은 사망사고가 나면 그냥 재수 없는, 운이 없는 거예요. 처벌이 높다고 해서, 내가 징역을 살 수 있어, 그래도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아요.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업안전보건법 있는 줄도 몰라요. 무풍지대예요. 근로계약서도 겨우 쓰는데 요즘. 그런 데들은 사업주 의무이기는 하지만 국가 행정으로 지원하고, 조금 강하게 가서 지도도 하고 알려주기도 하고, 정수기 코디 같은 분이 오셔서 관리하듯이.., 돈이 많이 들겠지만. 재해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업종, 산재가 많이 일어나는 업종 데이터가 있으니까,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대신에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거나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거나 하면 강하게 처벌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김명희) 노동부 전략 이런 것을 세우겠죠? 5개년 계획.

강태선) 사실 다 하고 있는데요. 공단의 지원보다는 감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감독이 일정하게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공단의 지원도 수용률이 높아질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감독이 제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말씀드린 대로 모색 중인데요, 조직적으로도 감독을 제대로 구상하려면 조직이 필요한데 일반 근로감독도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데가 없어요. 근로감독국, 근로감독청 등을 고민할 텐데, 산업안전보건도 근로감독이라는 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인력 자체가 한두 명에 불과하죠. 인원을 늘리면 무엇보다도 광역에 담당 과를 하나 더 만들 것 같아요.

김명희) 그 과에서 하는 일은 전략 세우고, 트레이닝하는 게 되나요?

강태선) 광역감독과. 나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좀 큰 사건들 맡아서 하고, 예전에 대응이 임기응변 식이었다면 좀 더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 효과가 있다고 자평해요. 산업안전보건도 이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사업장만 찾아다니는 것은 임기응변이거든요.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고 왜 이런 사고가 났을까, 다른 나라 감독사례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퍼포먼스 기준과 목표 설정 전략을 세우는 거죠. 우리는 지금 안전난간 몇 cm 지켰나 수준의 감독을 하고 있어요. 효과적인 감독이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감독관의 전문성, 그 다음에 감독 전략들이 잘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이 지금 조성되고 있는 거죠.

김명희) 보건의료 쪽을 보면, 정부가 어떤 안을 내놓거나 시민사회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상당히 디테일한 편이거든요. 운동단체가 기술적 전문성이 있고, 오히려 가끔은 공무원들이 할 만한 일을 왜 시민사회가 하고 있나 생각이 들만큼. 그에 비하면 노동행정 쪽은 운동 진영 내에서 거의 사각지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노동운동이 근로감독제도, 노동행정규제를 잘 감시하고 감독하고.
 
전수경) 전문성이 없죠. 개입전략이 없고, 정부를 향해서 요구하는 백 가지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보건의료 영역은 활동가 중에 전문가들이 많고 미시적 영역까지 다루지만, 노동 쪽은 민주노총이 전부 아니면 전무여서, 순위나 개입전략 같은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기술적 의료적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고, 노조교육도 그런 내용이 많죠.

정해명) 편식이 심해요.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은 돈 문제와 근로조건이 연관성 깊으니까, 그리고 산재보험법은 이거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 많으니까 민감하죠. 산재보험 처리나 이런 것에 대해서 상당히 디테일하게 이야기되고 있어요. 노동안전 쪽 분야는 전문가 풀도 많지 않고 노동조합에서도 변두리 이슈였던 게 사실이고, 주요 이슈가 안 되고 편식이 심한 편이죠.

강태선) 누구도 자기가 산재를 당할 거라고 생각을 안 해요. 긍정 편향이 있죠. 산재를 입었을 때는 아무리 동료라도 이해를 못하고. 입장을 달리 하고, 유족들은 조직되기 어렵고. 대부분은 아주 개별적인, 재해를 입은 사람들은 인종이 바뀐다고 이야기해요. 마치 인종차별처럼, 보편화되기 어렵죠. 재해율로 따지면 모두 드러난다고 할 때 2~3%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대단히 높은 건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이게 관건이죠. 임계점에는 아직도 도달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전수경) 영세사업장이 사망률이 높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사망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기업주 처벌을 강화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함으로써 사망이 일어나는 것은 막자는 것이고, 정부가 할 일은 작은 공장들, 시설이 낙후한 곳에 대한 전폭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운동으로서의 기업살인은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철도현장에서 사고 발생했을 때, 철도노조는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현장에 가서 사고재발 방지 이야기를 하도록 했지만, 노조 활동가 분이 전화로 하소연을 하시더라구요. 선로보수 외부업체 노동자 사망했는데 원청 노조가 안 모인다는 거예요, 관심도 없고. 원청 노조는 자기 조합원 문제 아니면 관심을 안 갖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거예요. 대통령이 산재 줄인다고 하는데, 노동부 대책은 전과 다른 점이 없고, 실제로 안 줄어들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강태선) 사망감소 50%는 쉽지 않을 거예요. 이제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해요. 국토부에서 건설기준진흥법 강화하고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상설화하고, 의정부 경전철 사고를 조사했어요. 조사위원들은 비상근인데 공개를 다 했어요. 이제 좀 달라지는 거죠. 이제 시작이고, 안타깝지만 획기적으로 줄진 않을 거예요. 근거 있는 전략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일 뿐이지, 시행하고 몇 년이 지나야 줄어드는 것이지, 지금 뭘로 줄여요, 갖고 있게 없는데.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400명인데, 억제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정해명) 제 기억에, 노무사 11년 하는 동안 제가 접촉했던 회사 중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사고조사랑 처벌 이런 것 때문에 산업안전근로감독 받은 회사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건설은 좀 다르지만. 일반 근로감독은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나오거든요. 세무조사를 받으면 데이터가 신고 되고 탈탈 털린다, 공포가 있어요. 사업주한테 산업안전은 그런 중요도가 없어요.

강태선) 공포를 줘서는 효과가 안 나올 거예요. 세무감사는 잘 받아야겠다 대비를 할 수 있지만, 산업안전 근로감독은 견적이 안 나와요. 법 자체가 다양하고 내용도 많고, 감독관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과태료 50만, 100만원 바치는 게 현재로서는 합리적일 수 있어요. 작은 데는 그게 관행이고 큰 데도 다르지 않아요. 교육도 너무 강조하고 있어요. 누구를 교육하라는 건지,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건데 노동자 정신상태가 글러먹어서 그렇다고 보는 거잖아요. 잘못된 거죠. 특별안전 교육이 중요해요, 모든 업종을 망라해서 분기 6시간 교육해라, 이런 건 우리나라만 있어요. 교육 문제는 아닌데 말이죠. 너희 사업장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뭐야, 그거 하면 인정해주는 거죠. 사업장에서 해야 하는 건 A인데, BCD 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수료증 받고 사인하는 거 의미도 없어요.
우리가 도로교통법을 일일이 다 알아서 운전하는 거 아니잖아요, 소기업은 지원, 대기업은 자율, 이런 거 일종의 도그마예요. 편견을 버리고 정확한 통계 가지고 일해야 해요. 지금 통계가 엉망이잖아요. 사실 통계 소스는 많아요. 근로환경조사, 동향조사,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러면 산재통계도 개선이 될 것이고. 사고조사 공개와 데이터로 정책을 뽑아내야죠. 도그마에서 탈피해서.

정해명) 일자리안정자금 올해 집행하는 거 보면서,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동네 골목마다 일자리안정자금 플래카드가 붙고 주민센터에 전담자가 앉아 있어요. 근로복지공단은 자기 일이니까 그렇다 치고,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고용보험 공단에서도 이 일을 다 하고, 일자리 안정기금 신청 창구가 있어, 전담자가 있어요. 3조니까. 안전과 관련된 문제도 의지만 있으면, 1년에 사망자가 2천 명인데, 이정도의 관심과 예산만 쏟아 부으면 잘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쉽진 않겠지만.

 

강태선) 정확한 말씀인데 우리가 지금 의지가 없어요. 그게 문제예요.

정해명) 최근에 느끼는 게, 산재사고 발생하면 보고해야 하잖아요, 안 하면 물어야 하는 과태료가 올랐어요. 신고 안하면 700만원, 이제는 알고도 신고 안 하는 사업주는 없을 것 같아요.

강태선) 일자리는 청와대에서 챙기는 거잖아요. 안전도 정부가 중요하게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천이나 밀양 화재 등도 계기가 되었고. 그런데 이게 돈을 풀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복잡한 문제거든요 시간도 많이 걸리는 문제고. 짧게 승부를 걸어야 하는 문제는 아닌데 계산을 하죠, 장기과제예요. 멈추지 않고 나가야 해요.

김명희) 그런 면에서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면 좋겠다, 이런 거 하나 이야기해 주세요.

강태선) 노동계가 정부 ‘근로감독’을 ‘감독’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하는지. 국회 국감 때처럼 근로감독 몇 개 했어? 이런 식의 얄팍한 감사가 아니라, 정말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감독이 효과를 거두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미국의 AFL-CIO는 1년에 한번 “TOLL OF DEATH”라고 하는,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감독한 결과를 다시 감독하는. 즉 감사보고서를 발간해요. 감독 시간과 감독의 질까지 보는 거죠. 감독 숫자 늘리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보장하지 못하거든요. 고용노동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실은 더 가깝게는 노총들이, 먼저 시작해야죠.

전수경) 노동조합 소속 노무사나 변호사들이 일이 많을 때는 조합원 상담이 먼저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몇 명의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이런 보고서가 나오기 어려워요. 자기 조직이 먼저고, 자기 조합원이 먼저고.

강태선) 이해는 가요. 정책비판은 하지만 감독 행정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더라고요. 감독 행정은 법률이 있고 사업장이 있고 노동자가 있을 때, 톱니바퀴가 되어주는 건 집행이거든요. 법이 바뀌어도 집행이 안 되면 사각지대고요, 사각지대가 없으려면, 감독관 수 늘리라는 게 가장 원시적인 주장이고, 집행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해요.

전수경) 작고 재밌는 것으로 시작을 해야죠, 법원 판결문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작은 문제 같지만 그게 알 권리, 민주주의 문제이기도 해서, 사고조사 보고서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을 하든가 해야죠.

강태선) 판결문 공개가 안 돼서 가장 피해보는 영역이 아마 노동안전 쪽일 거예요.

정해명) 근로감독 보고서를, 사업장 이름 지우고 공개하면 되거든요, 칭찬 받으려고 정부가 보도자료 내는 것 하지 말고요.

강태선) 좀 더 디테일한 행정 공개를 해야 되요. 개인정보 가리고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어요. 환경부가 화학물질 정보공개 하는 게 행정력을 들이지 않고 기업을 감시하는 방법이거든요. 효율적이에요. 일단 기초자료를 공개하면 그걸 가공해서 발암물질 지도 그림을 그리고, 배출 저감 계획을 보고 운동에 탄력도 받고요. 그건 공무원 수십 명 고용한 효과가 있는 거죠.

김명희) 밤늦은 시간인데 이야기 너무 많이들 하셨어요. 다들 할 이야기 없다고 하시더니만. 오늘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