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기업살인, 기업에 대해 더 많이 말하기
‘기업살인’의 렌즈로 본 2017년 산재사망 통계
노동건강연대 기업살인법연구모임
노동건강연대는 2006년부터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함께 매년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를 일으킨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반복적인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해서다. <표 1>의 ‘수상자’ 목록을 보면 지난 12년간 한두 차례 이름을 올린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위권에 반복해서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대중공업은 잦은 중대재해로 2015~2016년 사이 세 차례의 안전실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지만, 2017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거의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표 1. 2006-2017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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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년도 |
1위 |
2위 |
3위 |
4위 |
5위 |
2006 |
GS건설 |
현대중공업 |
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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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글러브 |
두산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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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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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
현대건설 |
대림산업 |
삼성물산 |
롯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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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
GS건설 |
풍림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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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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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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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
한국타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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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
코리아 2000 |
㈜송원오엔디 |
현대건설(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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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엔지니어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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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
GS건설 |
대림산업 |
경남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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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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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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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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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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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대우건설 |
현대건설 |
GS건설 |
포스코건설 |
대림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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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
현대제철 |
삼호조선 |
동국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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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현대건설 |
GS건설 |
트레인코리아(이마트) |
SK건설 |
현대제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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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조선해양 |
롯데건설 |
세진중공업 |
대우건설 |
임천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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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케미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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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한라건설 |
GS건설 |
포스코건설 |
대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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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
휴브글로벌 |
아미코트 |
태영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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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제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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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대우건설 |
대림건설 |
천호건설 |
롯데건설 |
현대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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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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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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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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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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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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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공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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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
2015 |
현대건설 |
대우건설 |
현대중공업 |
롯데건설 |
한전KP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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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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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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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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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 |
2016 |
한화케미컬 |
한국철도공사 |
한국철도시설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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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
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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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
아산금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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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
고려아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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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현대중공업(제조) |
대우건설 |
대림산업(건설) |
㈜포스코(제조) |
포스코건설 |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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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출처: 노동건강연대 홈페이지 (www.laborhealth.or.kr) 참고: 연도마다 순위 선정 방식에 차이가 있음. 예컨대 제조업과 건설업을 구분해서 순위 산출한 연도도 있음. |
올해도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4월 25일에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린다. 이에 즈음하여, 작년 한해 노동부가 집계한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 중대재해란 일터에서 발생한 ‘중대한’ 산업재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재해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주가 지방관서에 신고하고 지방관서는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재해 |
● 어떤 업종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망이 발생했나?
2017년 한 해 총 81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2017년 중대재해통계는 <2018최악의살인기업> 선정을 위해, 국회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서 받은 자료를 분석하였다.
-직업병이 아닌 사고로 인한 사망만을 말한다-. 매일 두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셈이다. 산재 사망자의 55%인 446명의 노동자가 건설업 현장에서 숨졌다. 이는 건설 현장에서 매일같이 한 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는 뜻이다. 중대재해 부상 노동자는 총 91명. 제조업이 44%로 가장 많고, 36%는 건설업 현장에서 중대한 부상을 당했다.
올해도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4월 25일에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린다. 이에 즈음하여, 작년 한해 노동부가 집계한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 중대재해 부상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의 8배가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다.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일했던 하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자신의 책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에서 중대재해 한 건이 발생하기 전, 29회의 경미한 사고, 300회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고들이 대개 공통 원인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한국의 중대재해 부상 노동자는 사망자보다도 훨씬 적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한국 사회가 이 법칙에 들어맞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은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2015년 산재사망률 자료에서도 드러난다(표 2).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한국이 10만 명당 5.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지만, 일하다 다친 노동자 숫자는 10만 명당 451명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페인, 스위스, 독일 등 한국보다 산재사망률이 훨씬 낮은 국가들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OECD 국가별 2015년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와 부상자 수
국가 |
산재사망자 |
산재부상자 |
그리스 |
0.9 |
122 |
독일 |
1.6 |
2,371 |
멕시코 |
8.2 |
3,134 |
스웨덴 |
1.0 |
682 |
스위스 |
4.6 |
2,390 |
스페인 |
2.1 |
3,241 |
슬로바키아 |
2.8 |
438 |
에스토니아 |
2.5 |
742 |
영국* |
0.4 |
329 |
오스트리아 |
2.3 |
1,947 |
체코 |
2.9 |
1,028 |
터키 |
6.9 |
1,324 |
폴란드 |
2.5 |
684 |
한국 |
5.3 |
451 |
헝가리* |
2.0 |
479 |
호주 |
1.7 |
1,055 |
출처: 국제노동기구통계 (https://goo.gl/tDvqkr); * 2014년 통계 |
만일 OECD 회원국들의 평균적인 산재 부상자 대(對) 사망자 비율을 한국에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림 3>을 보면 한국이 산재 사망자는 많고 산재 부상자는 적다는 것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 자료를 이용하여 산재 부상자와 사망자 수 사이의 관계를 함수로 간단히 만들고, 한국의 10만 명당 산재사망자 수인 5.3을 대입하면 부상 노동자 수는 1,927명으로 예측된다. 다른 국가의 특성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451명은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는 의미다.
● 중대재해 특성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기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는 OECD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산업별 산재사망률을 보면, 건설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가 한국이 10만 명당 17.6명(2016년)으로 이스라엘과 멕시코에 이어 가장 많다. 건설업 산재사망률이 가장 낮은 스위스의 10배에 해당한다. 제조업 산재 사망자 수도 10만 명당 9.6명으로 가장 많다 (그림4와 그림5).
● 위험의 외주화: 일하다 더 많이 다치고 사망하는 하청 노동자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업의 경우, 사망 사고의 55%가 하청업체에서 일어났다(그림 6). 제조업 사망자의 경우 하청업체보다 원청업체 노동자의 비중이 높았지만 (그림 7), 중대재해 부상자는 제조업과 건설업 모두 하청 노동자가 각각 83%, 8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러한 숫자는 건설업과 제조업에 만연한 원·하청구조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편 건설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의 61%(271명)는 추락사로 사망했다. 제조업은 감김이나 끼임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72명으로 가장 많았고(35%), 추락사망자가 30명(15%)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믿기 힘든 숫자다. 하지만 거리를 지날 때 흔히 마주치는 건설현장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계 위를 곡예하듯 아슬하게 넘어 다니는 노동자들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림 8).
마무리하며…
고용노동부가 2012년에 제작한 산재예방 캠페인 광고에서 사고로 추락한 노동자는 떨어져 박살나는 한 통의 수박으로, 기계에 끼인 노동자는 오징어로, 그들이 흘린 피는 토마토케첩으로 묘사되었다.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서 광고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매년 300명이 가까운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그리 변한 게 없다. 이렇게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규모의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 것을, 우연히 노동자 개인들이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가. 구조적 요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 정부의 방관 아래 지속되는 ‘기업의 구조적인 살인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