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죽음 위에 건설되는 ‘이편한세상’ 아파트
[현장] 2007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에 ‘현대건설’ 뽑혀
이재진 기자
노동건강연대(건강연대)와 매일노동뉴스(매노)가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2007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 발표 및 최악의 기업상 수여식’을 열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최악의 기업 발표는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며, 산재예방을 위한 기업들의 대책 촉구와 산재발생 해당기업주에 대한 처벌의 뜻을 담고 있다.
이날 발표 및 수여식은 대한건설협회(강남 논현동) 앞에서 열렸다.
대한건설협회 소속 건설사가 최악의 기업 1위부터 9위 중 8개를 차지했기 때문.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8개의 건설기업과 현대중공업 등 9개로 ‘노동부 산재보험 자료를 근거로 집계한 2006년 사업장별 산재사망자수 자료’를 근거로 최악 기업 명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으로는 1위 현대건설로 사망자수가 10명에 이르고 사망재해건수는 8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일 현장별 사망재해 최악 기업 특별상은 ‘에이스하이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4명이 사망한 ‘에이스종합건설’이 선정됐다.
건강연대와 매노는 “2006년 한 해에 건설업 단일 업종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542명이며 이는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41%에 달하는 수치이다”라고 밝혀 건설업계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덧붙여 이들은 건설업계의 기업광고와 관련해 “고급 아파트를 신축하며 광고를 때려 부어 왜곡된 부의 이미지를 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대기업 건설회사들은 광고 이미지와는 달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이다”면서 “노동자들의 생명과 보호에는 관심없이 사회에 몇천억 기부하는 것은 결코 윤리적 기업이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들이 이토록 기업의 명칭까지 거론하며 ‘최악’의 기업을 발표하고 해당기업주의 처벌까지 요구하는 것은 이것이 곧 산재예방의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이루어진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기업의 고위 임원을 처벌해 산재사망예방 정책이 기업 내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발표를 마치고, 최악 기업에 선정된 건설사들의 ‘CF광고 패러디’를 선보여 건설사들의 산재예방 무관심에 경각심을 촉구했다.
한국의 산재사망은 06년 2,454명으로 하루에 7명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에서 추정한 산재사망률 비교에 있어서도 10만명당 16명꼴로 나타나 선진국의 4배를 넘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노동안전지수(산재발생수, 노동안전보건 관련 예산, 법제도)는 1점 만점에 0.5999점을 받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국가보다 뒤처진 47위에 머물렀다.
– 2007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 순위(사망자수/사망재해건수)
현대건설(10/8), 대림산업(8/8), SK건설(8/8), 삼성물산(7/7), GS건설(7/7), 롯데건설(6/6), 풍림산업(6/6), 현대산업개발(6/6), 현대중공업(6/6)
–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란?
1996년 4월 28일, 미국 뉴욕의 유엔회의장 앞에서 각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촛불 집회를 개최한 이후,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전지구적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공동의 행사를 기획하게 된 추모의 날이다.
1996년 첫 행사가 개최된 이후, 국제자유노련과 국제노동기구가 공식적인 추모의 날로 제정해 현재 110개국 이상에서 공동행동의 날로 직접 행동과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는 통계들
매년 전세계적으로 22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사고나 직업성질환으로 인하여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됨.
이를 1일당 산재사망수로 환산하면,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어가고 있음.
전세계 GDP의 4%(1조 3천억 달러, 1,235조 원)가 산재와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음.
2007년04월26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