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살인자 ‘석면’이 당신의 생명을 노린다
95년 5명~03년 34명 사망자 증가, 흡입 20~30년 후에도 폐암 유발
[ 2007-04-30 오후 6:44:26 ]

1995년 삼호중공업은 본사를 인천에서 영암으로 이전했다.

박성자(52·여·사망)씨는 이때 삼호중공업 신축 건물 천장 텍스 공사 현장에서 6개월 동안 일했다.

10년이 흐른 지난해 5월 박씨는 전남대병원에서 석면 관련 질병인 악성 중피종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1년이 채 못 된 올 1월 27일 사망해 석면에 대한 경각심을 줬다.

‘죽음의 물질’로 불리는 석면에 노출됐던 박씨는 중피종 사망으로 인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 광주·전남지역에서 ’21세기 최고의 발암물질’인 석면의 첫 피해자로 기록됐다.

석면 관련 중피종 암으로 인한 연도별 국내 사망현황을 보면 통계 산정 첫 해인 1995년 5명을 시작으로 2000년 21명, 2001년 24명, 2002년 27명, 2003년 34명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슬레이트, 천장 텍스, 브레이크 라이닝, 하드보드 판지, 종이테이프 등 건축자재를 비롯해 석면을 함유하고 제품은 수만 가지다. 석면이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서 상존하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석면 섬유는 먼지 상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 극미량만 호흡을 통해 폐속에 들어가도 20∼30년 뒤 폐암으로 나타날 수 있는 치명적인 발암물질이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석면 퇴출 정책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지난 2003년 7월부터 건축물의 석면해체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안전규정에 맞게 작업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올 1월부터 건축자재용과 자동차용 석면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오는 2009년부터는 모든 석면 제품의 제조, 수입, 사용 등이 금지된다.

문제는 당국의 감시·감독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건축물 철거시 석면 여부를 자진 신고하게 돼 있지만 실제 어느 건물에 어느 정도의 석면이 사용됐는지 제대로 모를 뿐더러 300명도 채 안되는 근로감독관이 전국 철거현장의 석면 실태를 파악한다는 것도 사실상 무리다.

이에따라 시·군·구와의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및 위험상황 신고전화 운영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석면환경협회 한기채 호남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루고 있는 석면에 대한 규제와 처벌은 굉장히 강한 편이나 문제는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석면협회나 환경단체에도 석면 단속 권한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그래야 석면 이용 및 규제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석면은 지정 폐기물로 특별한 취급을 하게 돼 있지만 슬레이트 등 덩어리로 돼 있어 석면 먼지로 날릴 염려가 적은 것은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있는 등 법규 자체에도 틈새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석면 해체 및 제거 전문업체에 대해 등록제를 실시해 철거업체의 인력 장비 등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광주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석면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석면의 유해성을 알리고 싶지만 예산이 없고 단속 인원도 부족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예산을 편성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석면의 폐해성에 대한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보다 세밀한 제도보완과 함께 단속및 집행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 그리고 석면 폐기물 처리업체 양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면 죽음의 물질 석면은 계속해서 우리 곁을 떠다니며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무등일보 탐사보도팀/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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