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학의의 자기반성 ‘눈길’
“특수건강제도 근본적 개선 계기 삼아야”…“사업주 개입 없이 소신껏 일하도록”

연윤정 기자/매일노동뉴스

산업의학의들이 지난해 중국동포의 DMF 중독사망에 따른 특수건강검진기관 점검결과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면서 근본적인 특수건강검진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36개 기관의 산업의학의 89명은 8일 ‘노동부 특수검진감사경과 및 사후조치에 대한 산업의학전문가 입장’을 통해 산업보건분야 자정선언에 나섰다.

“특수검진 전문가로서 자기반성 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중국동포가 DMF 중독으로 사망에 이른 뒤 노동부가 120개 특수건강검진기관 일제점검을 통해 120곳 중 119곳이 부실운영을 해왔다는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검진기관들은 특수검진기관 점검이 원칙 없이 수행되고 행정처분만을 남발하는 등 노동부의 조치는 자의적이고 과잉대응이라며 반발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이들은 노동부에 대해서도 “평소에 일상적인 감사활동을 소홀히 하다가 감사 직후 모든 문제의 원인을 검진기관으로만 돌렸다”며 “그러나 검진기관의 법적대응이 가시화되자 이제는 대충 봉합만 하고 조용해졌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등 기존의 관리부재에 대한 책임의식 및 검진제도에 대한 장기적 전망의 부재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산업의학의들은 스스로 반성의 말을 먼저 꺼냈다.

이들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온 것에 대해 근로자 특수검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깊은 자괴감과 더불어 그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전문인으로서 생명의 보존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다짐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자기반성은 근본적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들은 “특수검진의 한 주체로서 산업의학회 등 산업의학전문가들의 참여와 거듭남 속에서 특수검진 개선작업이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다”며 “부끄럽고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지금의 특수검진제도를 중심으로 한 산업보건제도가 이대로는 근로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로자·국민 신뢰회복 위한 제도개선 촉구”

산업의학의들이 주장하는 근본적 제도개선의 핵심은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소신껏 일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업주 및 이해관계자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지불제도 개선 등 특수건강진단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원조달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노동부 스스로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며 감독방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지난 1일 발표한 ‘근로자건강진단 제도개선방안’에서 사업주가 아닌 제3자(정부)가 검진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중장기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이로는 부족하다는 지적하는 것이다.

이어 이들은 “산업의학회는 대표적인 산업의학전문가 단체에 걸맞게 전문역량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기관감사, 질 관리, 평가기준 설정, 회원 윤리성 강화방안 등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산업의학회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이밖에 특수건강진단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를 높이고 이를 위해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작업환경측정과의 연계가 이뤄져 사업장 진단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유소견자 관리를 위해 사후관리의 내용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전문가의 윤리의식 제고 및 전문성 제고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자정선언에 참여한 89명의 산업의학의들은 상대적으로 산업의학회 내 젊은 그룹에 속하는 이들로 “이번 사태가 특수검진 및 산업보건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2007년05월09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