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동자 특수건강진단제도 대수술 시급
임 상 혁 원진재단 부설 노동환경연구소 소장
2007-05-08 오후 2:27:49 게재
특수건강진단(특수검진)이란 노동자가 업무로 인해 폭로되는 유해물질로부터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떠한지 알기위한 제도이다. 특수검진을 통해 노동자가 직업상 발생하는 건강상의 문제를 확인하고, 직업병을 조기 발견해 예방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2006년 4월 특수검진의 부실로 인해 중국동포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하다가 DMF(디메틸포름아미드)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20개 특수검진기관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노동부는 일제점검을 기초로 올해 2월 부실기관으로 확인된 96개 기관(전체의 80%)에 대해 지정취소 및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재 상당수 특수검진기관이 노동부의 행정처분에 항의해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일부기관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양심적으로 운영했지만 노동부의 입장과 달라 행정처분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관은 건강진단의 기본적인 방법도 준수하지 않거나, ‘무자격 의사’를 채용해 검진을 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특수검진기관 양심팔아 영업
다수의 특수검진기관은 무자격자(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 등)를 고용해 특수검진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검사방법도 무시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검진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사업주의 눈치를 보면서 ‘직업병 유소견자’를 ‘일반질병 유소견자’로 둔갑시키는 등 기관의 양심을 팔아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점이다.
특히 일부기관은 노동자 건강을 위한 특수건강검진은 돈이 되는 일반검진을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돼 검진비용을 할인해주는 이른바 ‘덤핑’ 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그동안 노동자들이 꾸준히 제기해 왔던 사업주와 측정기관의 유착관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일선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야하는 특수검진기관의 공개적인 반성과 자발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이들 기관이 정부의 감독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노동자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오히려 노동계 등에서는 이번 노동부의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불만이다. 상당수 기관의 ‘지정취소’에 버금가는 위반사항을 적발하고도 실제 3곳에 그친 것은 노동부가 기관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이처럼 노동부가 형식적인 처벌에 그치자 오히려 기관들이 정부를 우습게보고 대드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지난 노동부의 특수검진기관 일제점검 결과는 몇가지 시사점과 함께 제도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특수검진기관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원칙 없는 처분과 너무 낮은 수준의 처벌이 문제다. 현재 지정 취소된 3개 기관 외에도 최소한 30~40곳의 기관에 대해 지정취소 했어야 마땅했다.
둘째, 사업주와 특수검진기관 사이의 유착관계가 확인됐으며, 이 제도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보다는 병원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노동부 조치가 사업주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 점이다.
검진기관 노동자가 선택해야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특검이 직업병을 발견하지 못하고, 예방 및 사후관리도 못하고 있다는 가장 본질적 문제다. 오히려 현실은 직업병 유소견자를 작업장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특수검진제도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특수검진제도는 실수요자인 노동자가 검진기관을 선택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 결과가 지난 번 노동부 감사에 그대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특수검진기관의 선택권을 노동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기관의 선택권이 있다면 검은 커넥션과 부실한 검진의 행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검 제도의 변화는 노동자의 요구에 의해 결정돼 왔다. 노동자의 요구로 산업의학 전문의제도를 만들었듯이, 노동자의 요구로 올바른 특검 제도와 그 것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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