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특수검진기관과 일전”, 결과 조작해놓고 반발訴 ‘적반하장’…
[경향신문]2007-05-14 45판 12면 1127자
일반 건강검진 외에 직업병에 걸렸는지 여부까지 조사하는 특수건강검진기관(이하 특검기관)에 대해 노동계가 ‘선전포고’를 했다. 사업주와 짜고 엉터리 건강검진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는데도 개선하지 않으려는 특검기관들에 대해 이용거부 운동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노동계의 이같은 대응은 일부 특검기관이 건강검진 결과 조작에 대한 노동부의 행정처분에 반발, 잇따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다.
13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지난 4월말 전국 120개 특수건강검진기관에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특수건강검진기관의 확약서’를 이달 1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결과 확약서를 보내온 기관은 30여곳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향후 모든 형태의 건강검진을 거부하기로 했다.
특수건강검진기관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노동부의 2006년 하반기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 일제점검 결과가 공개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일제점검 결과 96개 기관에 대해 지정취소 또는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 등 특수건강검진기관 대부분이 부실하게 운영돼 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특수건강검진기관이 노동부의 행정조치에 반발, 법원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백병원은 지난해 지정취소 처분은 지나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3∼4월엔 연세대 세브란스 산업보건센터 등 8곳이 같은 취지로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잇따라 제기했다.
노동계는 ‘적반하장’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검진기관에 보낸 확약서에서 ▲자격있는 의사.의료인에 의한 특수건강검진 실시 ▲양심적이고 공정한 판정 ▲사업주로부터의 허위판정 요구 거부 ▲검진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확약서를 보내온 곳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았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특수건강검진제도는 유해인자에 노출된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수단”이라며 “노동부 일제점검으로 모든 특검기관에서 허위판정 등 위법적인 검진을 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확약서 제출을 거부한 것은 신뢰회복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