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당한 사람을 홀대해선 안된다”
<인터뷰>’나홀로 시위’ 벌이는 산재 노동자 김춘식씨
이대호 기자/매일노동뉴스
한 택시 노동자가 업무중 교통사고를 당한 후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1년 넘게 힘겨운 ‘나 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남 마산 삼우교통에서 일하던 김춘식(53)씨는 지난 2004년 3월26일 영업중 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허리 등을 심하게 다쳤다. 병명은 추간판 탈충증, 뇌진탕, 경추부 염좌, 양슬부 좌상 등.
사고 후 2년간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받던 김씨는 지난해 3월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결과는 불승인이었다. 그 후 산재보상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 당했다. 결국 지난해 11월17일 행정심판의 마지막 단계인 산재보상심의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고, 오는 30일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산재보상심의위원회가 ‘불승인’과 ‘기각’을 거듭한 것은 ‘추간판 탈출증’은 기존에 있었던 질환이고, 나머지는 2년간의 치료를 통해 충분한 치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
기존에 허리 부위 치료경력이 있긴 하지만 이 사고와 피해가 컸고, 이로 인해 기존 질병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허리 통증도 교통사고 등 업무 중에 생긴 것이었다. 이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담당했던 제일화재해상보험도 이 사고로 40% 이상 신체상의 손실이 더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보험사가 인정한 것을 공적인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이 인정하지 않으니 김씨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다른 병증인 뇌진탕, 경추부 염좌, 양슬부 좌상도 마찬가지.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로 인해 생긴 것은 인정했지만 2년 3개월이라는 기간이 경과했다고 모두 불승인했다. 산재 청구시효가 3년인 것을 고려하면 이것 또한 인정할 수 없다.
김씨는 사고로 몸이 상한 상태에서도 경찰의 잘못된 교통사고 조사를 바로잡기 위해 2005년 12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결국 ‘나 홀로 소송’으로 승소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또 다시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3년 동안 생계를 돌보지 못했다. 택시운전으로 마련한 아파트는 이미 날아갔고, 가족들은 지인이 마련해 준 전셋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장사를 하는 민간보험사도 인정해주는 것을 어떻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산재보험이 거부하는지 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조사팀, 현장 증인, 근로복지공단 담당자가 함께 하는 현장조사를 재심사 전에 꼭 한번 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며 억울해했다. 김씨는 이번 결정과 상관없이 “산재를 당한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닫힌 근로복지공단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을 앞으로 꼭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유성규 노무사(참터 노무법인)는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허리부분 산재환자들이 요양을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기존에 치료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해서 앞뒤 안 따지고 불승인을 한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산재보험이 기존질환 때문에 산재 발생을 부인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김씨처럼 산재 승인 여부를 근로복지공단과 다투다 상태가 더 악화되고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2003년 울산의 건설현장에서 김씨와 똑 같은 추간판 탈출증으로 산재를 당하고 요양신청을 준비하던 이아무개씨는 자살하기도 했다. 김 노무사는 “혼자서 근로복지공단으로, 노동부로 쫓아다니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산재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마산에는 가지도 못하고 민주택시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씨. 오는 30일이 마지막 날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7년05월28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