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석면피해 정부대책 시급하다”

[뉴시스 2007-05-17 22:39]

【서울=뉴시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면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석면 문제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고 하루 빨리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보다 먼저 석면 피해를 인식하고 활동 중인 일본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 사무국장과 회원들을 초청해 그들의 구체적인 피해사례와 활동사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의학자들은 인류가 만든 것 중에 담배 다음으로 석면을 가장 광범위하게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언급하고 있다”며 “석면 사용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한국사회의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본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 사무국장 후루야 수기오씨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석면 피해 사례가 밝혀졌지만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가까운 미래에 이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일 양국은 공통된 과제를 찾아내고 석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6년 전 석면으로 인한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루카와 가즈코씨는 “일본 간사이 전력회사의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하던 중 쓰러져 1년2개월 동안의 투병생활 끝에 59세의 생일이 되기 직전에 돌아가셨다”며 “당시 담당의사는 석면으로 인한 질병이라고 원인을 밝혔다”고 말했다.

후루카와씨는 또 “당시 석면으로 인한 산업재해 접수사례가 전무후무한 상태여서 산재 승인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망하기 한 달 전에 겨우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았다”며 정부의 석면 피해자 구제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진 영상물에서는 일본 간사이 지방 효고현에서 일어난 ‘구보타 파동’을 집중 조명했다.

‘구보타 파동’은 석면을 함유한 지붕·외벽재와 배관 등을 생산해 온 대형 업체인 구보타가 1978년~2004년 사이에 근무한 전·현직 종업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79명이 중피종 등으로 숨졌고 18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공장 주변 주민 3명에게도 중피종이 발생해 위로금을 지급했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가 돼 석면사용 및 인체노출에 대한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이날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영란 강남서초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하철 승강장과 재건축 현장 등 우리도 쉽게 석면에 노출돼 있다”며 “특히 학교 노후 시설 교체 작업 중에 생기는 석면으로 인해 우리 자녀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정부를 실낱하게 비난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석면에 노출된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 주변에 사는 주민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돼 있지 못하다”며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석면 문제와 관련해 오는 18일과 19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관에서는 ‘2007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 심포지움’이 열릴 예정이다.

송한진기자 sh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