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근로자 산재하면 돈 생각만”
인터뷰-퇴임 앞둔 산재의료관리원 ‘최고참’ 임명순 이사
2007-05-28 오후 2:44:48 게재

산재근로자 복지 30년 고민 … “사회 조기 복귀 시스템 절실”

“우리가 제대로 된 산재의료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것은 불과 3년 전입니다. 이제 첫걸음을 뗀 수준이죠. 70년대 80년대 경제개발 시대엔 정부가 근로자들 신경 쓸 여유가 있었나요. 90년대엔 외환위기로 그나마 축적된 근로자 후생복지 기반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죠. 최근 경제여건이 좋아지면서 근로자 후생·복지 문제를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달 퇴임을 앞둔 산재의료관리원 임명순 운영이사는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산재의료서비스 수준에 ‘인색한 점수’를 줬다.
정확하게 29년 9개월간 산재근로자 복지만 고민해온 임 이사는 산재의료분야의 ‘최고참’이다. 1977년 근로복지공사(현 근로복지공단) 설립과 함께 입사했고, 1995년 산재의료관리원 설립에 참여했다. 한마디로 국내 산재의료의 산증인이다.
임 이사는 2004년 이후 추진중인 산재보험 제도개선사업을 서비스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근로자나 정부 모두 산재문제를 돈 문제로 인식했잖아요. 산재근로자는 장해등급을 높게 받아 조금이라도 더 보험료를 받아내려고 했고, 정부도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고민했지요. 그렇게 되면 근로자나 정부 모두 불리해요. 그래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실제로 산재근로자중 1년 이상 요양한 이들은 지난 2001년 1만5000명에서 2004년 2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보험급여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17.9%나 늘었다. 보험재정은 2005년 기준으로 법정책임준비금이 2조4000억원 부족한 상태다. 의료재활서비스가 미흡하고 일부 치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할 정도다. 산재근로자의 직장복귀율은 42%에 머물러 있다.
“산재환자가 발생하면 빨리 치료해서 사회에 복귀시켜야 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 이를 못했어요. 산재의료 인프라를 빨리 구축해야 해요. 후유증상관리 제도를 개선하고 재활스포츠 지원을 넓혀야 합니다. 직장복귀지원금 활성화, 산재근로자 사회적응프로그램도 시급합니다.”
그가 산재의료분야에 처음 발을 딛던 때는 근로복지공사법이 공포되고 시행령을 만들던 시기였다. 규정이나 예산도 없었고, 모든 걸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야 했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을 심의 받아야 했는데,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을 배웠지요.”
산재의료관리원은 최근 격변기를 맞고 있다. 재활사업 전문화와 의료전달체계 합리화를 추진중이고, 산하병원마다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짐을 떠맡을 운영이사와 감사도 공모중이다.
“지난 30년간 내 인생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모두 쏟았어요. 3년전 임원이 되면서부터 일을 그만두겠다고 작정해왔는데, 막상 짐을 내려놓으려니 좀 허전합니다.”
그가 평생 살을 맞대고 지낸 산재환자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산재환자들에게 가장 큰 보상은 돈이 아니라 자신의 일터로 돌려보내는 일입니다. 산업현장엔 고급 인력이 더 많아질 겁니다. 산재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직업재활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