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건설노동자 석면폐암 산재 불승인
노동계 “석면 사용 권장한 정부, 직업병은 모르쇠”
구은회 기자/매일노동뉴스
여수산업단지에서 17년간 비계공으로 일해 오다 지난해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이재빈(50) 씨의 산재승인 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30일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인체에 흡입된 석면의 잠복기간은 10~30년. 이씨처럼 장기간 건설현장에서 근무해온 노동자들의 석면 흡입으로 인한 피해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직업적 석면 노출로 인한 질환자의 국가보상체계 마련은 요원하다.
이씨는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물인 ‘비계’의 틀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석면이 포함된 보온재의 분진이 날리는 현장에서 일회용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플랜트 현장의 셧다운(대정비) 기간에는 기계 철거 및 배관 파이프라인 철거 작업을 주로 하며, 파이프에 남아 있는 보온재 분진 등을 여과 없이 들이마시며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장기간 일해 온 이씨는 지난해 병원으로부터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씨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수건설노조(위원장 이기봉)가 지난해 6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승인을 신청했다. 노조는 지난 2004년까지 여수산단에서 석면 관련 제품이 사용됐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단은 노조가 산재를 신청한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내리지 않다가, 30일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공단은 ‘고용기록, 작업 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업무와의 연관성이 미약하다’는 이유를 들며, 석면 폐암이 직업병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공단의 산재 불승인 결정에 대해 여수건설노조 등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석면 피해자들을 방치해 둘 것이냐는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건설 비계공의 경우 그동안 석면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가 한건도 없어, 이씨의 산재 인정 여부에 기대를 걸고 있던 노동계는 실망을 넘어 허탈감을 표시하고 있다.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은 “건설현장 석면 사용을 궈장한 정부가, 석면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직업병은 외면하고 있다”며 “일찌감치 석면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선 선진국의 경우와 전적으로 대비되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수건설노조는 산재 불승인 결정이 나기 하루전인 지난 29일 공단 여수지사에서 산재 인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인데 이어, 30일에는 산재 불승인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2007년05월31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