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으로 인한 폐암, 산재승인 지연 물의

여수건설노조,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 점거농성 돌입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7년05월30일 13시14분

여수지역건설노조 간부 3명이 29일 오후 4시경, 석면으로 인한 폐암의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여수건설노조의 점거농성은 소속 조합원인 이재빈 씨의 폐암 발생에 대해 노조가 지난해 6월 산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지연시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재빈 씨는 여수산단에서 17년간 비계공으로 일하면서 석면에 노출됐으며, 역학조사 등 조사과정에서 2004년까지 여수산단에서 석면 제품이 납품됐던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여수지역건설노조는 건설현장 석면에 의해 발생한 이재빈 조합원의 폐암을 산재로 승인할 것을 요구하며 29일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플랜트건설노동조합협의회

이재빈 씨는 비계 틀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석면이 포함된 보온재 등 분진 현장에서 일회용 마스크 하나 없이 일했으며, 플랜트 현장의 대정비 기간에는 기계철거 및 배관 파이프라인 철거 작업을 주로 하면서 파이프에 남아있는 보온재 등을 그대로 들이마시다시피하며 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급기야 폐암을 얻어 지난해 3월 안타깝게도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것.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고용기록과 작업기록 등이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업무와의 연관성이 미약하다”며 산재 신청 1년이 다 되도록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이에 대해 “공단은 잠복기간이 긴 석면 폐암의 특성과 일용직으로 고용되는 건설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설현장 노동자들, ‘살인도구’ 석면에 무차별 노출

이같은 석면 피해 사례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2007 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공동심포지움’에서도 폭로된 바 있다. 이 심포지움에는 한일 양국의 노동안전 전문가들과 노동조합 등이 참석해 석면 문제 실태와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석면 피해 증언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심포지움에 따르면 ‘소리 없는 살인도구’로 불려지는 석면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9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한국은 석면 소비 세계 10위이며 85%를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있어 건설노동자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석면에 노출돼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은 석면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석면포를 뒤집어쓰고 쪽잠을 자거나 보호장구와 건강검진에서 소외된 채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노동을 해 왔다.

비계공으로 17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이재빈 여수지역건설노조 조합원
건설산업연맹

일본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한일공동심포지움에 참가한 단체들은 29일 공동 성명서를 발표해 이재빈 씨의 산재 승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 정부가 석면 관련한 산재 인정을 계속 외면하는 것은 석면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한편으로 작업환경 측정, 건강검진, 석면관리 수첩 발급 등 전 분야에 있어서 건설노동자를 방치해 온 건설현장의 이중 삼중의 무책임성도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이재빈 노동자에 대한 산재 승인 여부는 한국 정부가 공표하고 있는 석면 관련 종합대책 수립의 의지를 가늠할 바로미터”라며 “이재빈 건설노동자의 산재를 즉각 승인하고 가장 심각하게 석면에 노출돼 있는 건설노동자의 석면 관련 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