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석유화학 사내하청 조직화에 관심”
한일석유화학노동자 공동세미나 … “일본엔 유해물질로 인한 직업병 아직 없다”
구은회 기자/매일노동뉴스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80년대 초반까지의 부흥기, 90년대 초반까지의 성장기를 지나 현재는 구조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90년대 말 IMF를 거치며 시작된 구조조정 결과, 지난 10년간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사업체수와 종사자수가 모두 감소한 반면, 100인 미만 사업체에서는 사업체수와 중사자수가 함께 증가했다.
실제 1998년과 2002년 사이의 인원 변화를 살펴보면,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종사자수는 1만4천323명에서 8천143명으로 줄어든 반면, 100인 미만 영세규모 사업체 종사자수는 1만7천415명에서 2만1천146명으로 늘어났다.
노동계는 이 같은 고용구조의 변화에 대해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하도급 구조의 수직적 관계나 외주화가 석유화학산업 내에서 진전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한다. 석유화학산업의 고용형태가 ‘핵심과 주변’으로 이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IMF 이후 석유화학업체에서 직영사원을 고용하는 사례는 줄어들고 있다. 사실상 신규고용이 중단된 상태인 반면, 사내하청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이웃국가인 일본의도 마찬가지다. 13일 민주노총 화섬연맹과 일본 석유화학노조연맹 공동주최로 열린 ‘한일석유화학노동자 공동세미나’에 일본 석유화학노조 관계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코나야기 마사하루 일본에너지화학노조연맹 부위원장은 “일본 역시 석유화학 산업 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지만, 아직 노조로의 조직화는 미미한 상태”라며 “한국에서는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위해 어떠한 대안을 마련해 놓았느냐”며 관심을 내비쳤다.
이에 임영국 화섬연맹 사무처장은 “이미 조직돼 있는 정규직 노조가 규약을 개정해 간접고용노동자의 노조 참여 길을 열어 가고 있다”며 “한국의 노동계가 업종별로 단일 산별노조 건설을 서두르는 것 역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포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노조 대표들은 일본의 대표들에게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한 직업병 사례를 묻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여수산업단지 등에서 백혈병, 피부 및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안전문제에 있어 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게 일본측 참가자들의 답변이다. 코나야기 마사하루 일본에너지화학노조연맹 부위원장은 “유해물질 처리와 관련해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어, 단 한건의 직업병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노조 역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06월14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