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 제3차 공동기자회견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시행령
제대로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일시 장소 : 2019년 6월 14일(금) 오전11시 10분, 청와대 앞 분수대
< 기자회견 순서 >
사회 :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여는 발언> 김훈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
<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 발언>
1. 삼성반도체 백혈병 고 황유미 님의 아버지 황상기 님
2. tvN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님
3. 제주 현장실습고등학생 고 이민호 님의 아버지 이상영 님
4. 건설현장 추락사망 고 김태규 님의 누나 김도현 님
5.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 김미숙 님
6. 세월호 참사 유가족 고 유예은 님 아버지 유경근 님
<대통령께 드리는 피해 가족 의견서 낭독>
<의견서 전달>
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들이 대통령께 드리는 글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들입니다.
청와대 앞에서 다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힘을 실어주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식을 보낸 용균 엄마가 절박한 마음으로 앞장서지 않았다면, 용균이의 죽음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한 시민들이 힘을 모으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계 이익단체들과 보수 야당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여야 협상과정에서 법안 취지가 많이 훼손되어 개정안이 통과되어 아쉬움도 컸었습니다.
특히 노동자를 죽게 한 기업주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삭제되어 실망스러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죽게 한 기업주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고, 그래서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반복해서 노동자가 죽었던 용균이의 일터가 도급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참 서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용균이가 죽어 만든 법이라 했지만 용균이의 죽음을 막을 수 없는 법이 참 기가 막혔습니다.
위험작업을 하청에 떠넘기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죽음을 막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산안법 하위법령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솜방망이 처벌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면 된다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예고안은 이런 작은 희망마저 무참히 꺾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법을 개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허탈할 지경입니다.
용균이는 도급금지에서 빠진데 이어 승인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 위험한 일을 계속 하청이 해야 합니다. 발전소 외에도 조선소와 철도, 건설 현장처럼 죽음이 반복되었던 일들이 도급 승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독성화학물질 중에 불산, 황산, 염산, 질산 고작 4개만 승인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마저도 라인, 공정에서 진행되는 일상적인 유지보수 업무는 제외되었습니다.
개정 하위법령은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폭넓게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건설현장에서 사고 다발 장비인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 같은 대부분의 건설기계에 원청은 책임을 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로사와 자살이 이어지는 방송현장과 IT 업종은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재해 발생 현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 이후, 해제과정에서 노동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서 안전조치가 완료된 후 해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규정되지 않고, 졸속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화학물질의 위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피해 가족과 대리인에게는 부여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는 단지 노동자들만 일하지 않습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도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이런 위험한 일터에 값싼 노동력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
후보 시절에 대통령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도 하셨습니다.
너무나 필요하고 절실한 말씀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신경 쓸 일도 많고, 힘든 자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일을 뒤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대통령님이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만든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렇게 훼손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산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해주십시오.
2019년 6월 14일
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들 드림
* 페이스북에서 당일 기자회견 생중계를 했습니다. 생중계 영상 보실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s://www.facebook.com/laborhealthh/videos/611117916046854?sfns=mo
<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 발언>
생중계 유가족 발언 녹취속기 : 이동철 님
1. 삼성반도체 백혈병 고 황유미 님의 아버지 황상기 님
우리 유미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서 죽었습니다. 10년을 넘게 싸웠지만 법은 언제나 힘있는 기업편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을 하려면 산업법부터 제대로 되야 합니다. 지난 해 용균이가 죽고 용균엄마가 앞장서 싸워서 산안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저도 산업, 산재피해 가족들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작은 힘이나마 보탰습니다. 산안법을 개정해서 일하다가 죽고 다치고 병든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랬습니다. 산재의 책임이 있는 기업들을 산안법으로 제대로 처벌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노동자가 죽어도 기업주가 처벌받지 않으니 기업이 신경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직업병으로 몇백명이 죽었어도 처벌받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삼성공장에서 화학가스 사고로 노동자가 죽었어도 벌금 몇백만원이 다였습니다. 이래가지고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를 죽게 만든 기업주들은 최소 1년 감옥살이를 할 수 있게끔 한 조항이 산안법에서 결국 빠졌습니다.
산안법으로 안되면 기업처벌법을 만들어서라도 꼭 처벌을 해야합니다. 산안법이 용균이가 죽어서 고쳐진 법입니다. 노동자 죽이는 위험한 일에는 하청노동자 못주게 하겠다는 법이었는데 용균이 동료들은 빠졌다니 기가막힌 일입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화학 독성물질이 수백개씩입니다. 그런데 독성물질도 고작 4개만 하청노동자 못쓰게 한답니다. 일상적인 유지 보수업무는 그나마도 빠졌다고 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도 위험한 일들이 외주화되고 있는데 그래서 사고나면 하청노동자들이 더 많이 죽는데 이런 일들을 계속 내버려두겠니 참 한심스런 일입니다.
산업법 때처럼 보수야당 때문이라고 핑계댈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직접 챙겨서 산업법 누더기 되는 거 막아야합니다. 노동자들 계속 죽게 내버려둘 겁니까?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꼭 지켜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 tvN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님
방송제작 현장에서 카메라 뒤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방송 노동자들은 아직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송국은 외주제작사에 제작을 하청주고 외주제작사는 또 다시 하청에 의해서 방송노동자들이 용역계약을 맺고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방송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고통과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마저 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장시간 촬영을 해도 하루 일당만 받는 용역노동자입니다. 초장시간 살인적인 노동이 지속되고 있습니다.게다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인 4대보험마저 해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인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안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방송제작 현장의 노동자들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산안법의 하위법령과 시행령을 보고 크게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원청기업에 책임을 묻는 조항이 빠지고 방송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적용받을 수 있는 조항이 빠졌습니다. 게다가 구체적인 제재나 규제방안이 실종되었습니다.
오랜시간 방송노동자들은 노동시간 적용마저 받지 못하는 특례법정 노동시간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서 산업안정보장을 받지 못하는 예외업종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방송노동자들은 지속적이고 고강도의 야간 장시간 촬영에 시달리며 각종 질병과 과로사, 추락사, 안전사고에 의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무척이나 열악하고 비참했던 노동환경,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영역이 바로 방송노동자입니다. 한빛대표를 비롯한 수많은 방송노동자들이 산안법 개정을 통해 방송노동자들도 지속되었던 죽음의 외주화가 끝이 날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업법 하위법령을 산업법 개정의 취지와 전혀 다르게 고쳐…놓았습니다.
방송 제작현장에 죽음의 외주화가 앞으로도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방송제작 현장에 안전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 보호되고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법령들이 필요합니다.
산안법의 본래 제정된 취지와 맞도록 법령을 바꿔야합니다. 방송 제작현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노동자도 없고 사용자도 없는 현장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방송 노동자들이 피와 땀을 갉아 먹는 그리고 목숨을 담보로 한 살인적인 노동을 …합니다.
방송노동자 누구나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자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인 4대보험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또한 방송제작 현장의 초장시간 노동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야 합니다.
대통령님께 간곡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방송노동자도 노동자라고 지난 일주일 전에 스테프들이 140여명이 탄원을 했습니다. 노동자로 당당히 살겠다고 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했습니다. 반드시 방송 노동자도 노동자답게 살 수 있도록 반드시 산안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3. 제주 현장실습고등학생 고 이민호 님의 아버지 이상영 님
안녕하십니까? 제주도 현장실습 나갔다가 공장에서 기계에 깔려 생을 마감한 이민호 군의 아빠입니다.
사실 민호를 보내고 1년이 지나고 용균이 사고가 나는 걸 보면서 참 착잡했었는데 용균이 엄마가 애를 써가지고 용균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걸 보면서 아 좀 괜찮아진 세상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그게 아니더라구요. 법 자체가 … 다지워진 법을 만들어 놓고 용균이 법이라고 떠드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진짜 뭐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울분이 쌓이고 괴로웠습니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모든 게 이윤우선 원칙으로 인해 논리고 힘없는 사람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체념하고 살아야되는지. 왜 이 놈의 세상은 없는 자의 말을 들어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지. 힘없는 국민은 헌법에 보장된 보호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국가는 국민한테 4대의무를 짊어지게 만들어 놓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장해줘야하는데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이게 나라입니까?
나라가 그러면 누가 노동자로 살아가겠습니까? 이런 세상에 강력한 법만이 제재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산안법이 휴지조각이 되었는데 차라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서 두번 다시 이런 사고가 없게 사업주들이 회피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시고 그리고 저는 학생신분의 애를 실습을 보냈는데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일학습 병행제, 특성화고 도제학교로 지정하는 법령이 계류 중에 있습니다. 산안법을 통과해가지고.
이 법이 통과가 되면 특성화고 2학년은 학습노동자로 신분이 바뀌어가지고 2학년 1학기 때부터 바로 현장에 투입이 된답니다. 이런 법을 만드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습니까? 학생을 노동자로 만든다는 게 어떻게 이게 나라입니까? 국회에 앉아 계신 분들은 지 자식이 아니면 노동자로 만들어도 괜찮다는 겁니까?
학생입니다. 그 아이들은 고등학교2학년. 2학년 학생을 노동자로 만들어가지고 저임금 노동자로 탈바꿈시켜가지고 공장에 넘겨주겠다는게 국가가 할 짓입니까? 이게? 차라리 죽으라고 그러십시오. 가서.
노동자가 1년에 2,500명이 죽는대 고작 제재한다는게 아들 회사에 2,000만원 벌금에다가 대표한테 500만원 벌금에 집행유예를 때렸어요. 이게 나랍니까? 애들보고 죽으라고 하세요. 죽으라고 아예.
대놓고 이제는 노동자로 만들려고 국회에다 계류시켜놓고 저희같이 없는 사람들은 애를 키우지 말라는 겁니까?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게 대통령님께서 강력하게 막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건설현장 추락사망 고 김태규 님의 누나 김도현 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4월 10일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사로 사망한 건설노동자 김태규의 누나 김도현입니다.
제 동생은 용역노동자라는 이유로 가장 높은 곳에서 일했지만 안전화, 안전모,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안전대와 안전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산재사고를 2022년까지 반으로 줄이겠다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수치로보면 전년도보다 사망자가 7명 더 늘어났습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통령님 28년만에 김용균법 하위법령이 개정되었습니다. 시행령에는 원청책임이 적용되는 …항발기,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건설기계는 4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고 다발장비인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은 없습니다. 사고책임의무가 적용되는 건설기계 27종 모두 확대되지 않으면 사고는 막을 수 없으며 이 시행령은 빈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시행만되면 뭐하겠습니까? 하위법령을 전면 개정하여 주십시오. 제대로 개정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고 원청과 하청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안에도 없고 사실상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살해를 행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기업들을 제대로 처벌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부품값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것이 사람 목숨이라는 것이 허망할 뿐입니다. 대통령님 부탁드립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주십시오. 몇일 전 사고현장에 방문하여 사측에게 조롱만 당하고 왔습니다. 사람을 죽게 만든 살인기업입니다.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유가족을 무시하며 기만하는 것도 모자라 조롱까지 하니 분한 마음에 잠들지 못합니다. 저희 유가족은 4월 10일에 멈춰있습니다. 경찰은 실족사를 이야기하며 이 죽음을 개인의 잘못으로 단정지었습니다. 제 동생은 아직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없습니다. 제가 겪었던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현장 보존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사측의 증거인멸을 용인하였습니다. 민중의 지팡이는 썪어 문드러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유가족은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현장을 수차례 방문해 직접 사건을 조사해야만 했습니다. 행정부와 고용노동부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26일 작업중지 명령을 해지하였습니다.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현장인데 고용노동부가 공사재개를 허락한 건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밖에 생각이 안듭니다. 그리고 7월이면 완공됩니다.
태규의 흔적은 모두가 지워지게 됩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제 동생을 보낼 수 없습니다. 재수사해야합니다. 참혹한 현실에 억울하고 분해 못살 것 같습니다. 2022년이 아닌 지금부터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주십시오.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5.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 김미숙 님
용균이 엄마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이유는 국민이 더이상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사회전반적으로 혜택이 될 수 있도록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법 통과시키면서 하위법령을 너무 누더기로 만들어서 용균이 동료들의 죽음들을 어떻게 막아야될지 눈 앞이 캄캄합니다. 몇일전 의원회관에 유가족들과 노동계가 가서 신창현의원과 의견수렴 공청회가 열렸고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들어있는가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미 고용노동부와 합세해서 김용균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놓고는 그안에 용균이가 들어있다고 전혀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해대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런 사람들한테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국민들의 목숨을 움켜쥐고 쥐락펴락 마음대로 휘둘러 사람의 탈을 쓴 악마가 따로 없구나라고 생각이 들었고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창현 의원의 마지막 발언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치인이 국민들을 위해 마치 은혜를 배푼 것처럼 기업과 노동계가 서로 조율을 해서 잘되게 처리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정치인들과 정계가 국민들을 놓고 볼 때 이런 식이었구나 이렇게 칼자루를 국민들에게 향해 휘두르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법안에는 용균이가 들어있다면 절대로 용균이 동료들은 더이상 다치거나 죽지 않아야 들어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산안법을 통과시킬 때 너무 협소하게 통과시켜서 거의 쓸모없는 누더기 산안법이 되었는데 어떻게 이 수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막을 수 있을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28년만에 전부 개정한 산안법이 21세기인 현실에 전혀 맞지 않은 후진국형 산안법으로 누더기가 되어 법이 통과된다면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불빛이 없는 캄캄한 나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서 바꾸지 않는다면 절대 되돌릴 수없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우쳐서 스스로가 똘똘 뭉쳐서 이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 뻬앗긴 내 인권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돈에 미처서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이 나라를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유가족들은 다시는 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기업들도 잘못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오직 단 하나 어느 누구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인권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6. 세월호 참사 유가족 고 유예은 님 아버지 유경근 님
2014년 4월 16일 아무 문제없이 살아돌아왔어야 했던 304명 그러나 결국엔 살해당한 304명 중에 한명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24번 예은이아빠 유경근입니다. 오늘 산재 및 재난참사 피해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세번째 기자회견을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 다 끝난 거잖아. 용균이법 다 국회 통과해서 끝났잖아. 그런데 왜 또 나와서, 그것도 청와대 앞에 나와서, 그것도 아무 관계없는 다른 피해자들까지 같이 나와서, 저러고 있는거지. 아니 대통령이 결단해서 국회에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내주면서까지 결단해서 국회에서 법 통과하도록 앞장섰는데, 그렇게 도와줬는데, 대통령이 직접 만나서 손잡고 함께 눈물 흘리며 용균이의 이전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렇게 앞장서서 도와줬는데, 고마운 것도 모르고 또 나와서 저것들은 뭐하는 것들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정도했으면 됐잖아.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야. 간 자식은 간 자식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살아야지. 자식은 가슴에 묻는거잖아. 가슴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도리잖아.
가슴에 자식을 묻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내벧는 말들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눈뜨면 내 옆에 자고있어야할 용균이, 예은이, 민호.
내 자식들이 나와 함께 밥먹고, 나와 함께 잠자고, 엄마에게 아빠에게 투정부리는 것이 일상입니다.
돌아갈 일상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삶은 다 포기하고 죽어살든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싸우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그것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생이란 말입니다.
용균이법이라고요? 김용균법이라고요? 농락하지 마십시오. 저는 믿었습니다. 이 정부에서는 정말 용균이와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는 그러한 희생의 재발을 방지하는 그러한 법을 만들 줄 알았습니다. 그러한 시행령을 만들 줄 알았습니다.
논란이요? 여기에 용균이가 들어가느냐 안들어가느냐 논란이 있다구요?
논란을 펼치기 전에, 이론으로 따지기 전에 이것만 생각하십시오. 지금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시행령을 다시 시간을 돌려서 용균이가 현장에서 일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지금 새롭게 바꾼 그 법과 시행령을 그 때 적용했을 때 시간을 되돌려서 용균이가 지금 살아있을지 아니면 지금과 똑같이 죽었을지. 그거 하나만 놓고 보면 이것이 왜 김용균법이 아니고, 왜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닌지 명확해집니다. 논란의 대상이 아닙니다.
과적을 방지하고 운항과 선박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세월호 참사의 대책법안이 아니듯이 그럴싸하게 이름만 김용균법이라고 농락하면서 김용균은 빠져버리고, 용균이와 같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이 법안은 결코 김용균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용균이와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기 바라는 것이 진심이라면 시간을 되돌려 그 때로 돌아가서 이 법을, 시행령을 적용했을 때 용균이를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까도 한 분이 말씀해주셨지만 법과 시행령에 앞서 전제가 되어야할 것은 이미 벌어진 사건, 희생, 죽음의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입니다. 처벌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벌금이 먹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죽었으면,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면 살인자 아닙니까? 살인기업이고 살인정부 아닙니까?
살인의 책임을 묻지 않고 그럴싸하게 농락하는 법안을 만들어서 마치 다한 것처럼,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면 떼를 쓰는 것처럼 몰아가는 이 현실을 바꿔놓지 않으면, 수많은 용균이와 민호와 예은이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그것만을 기억하고 기준으로 삼을 때 이 죽음의 사슬을 끊어낼 수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