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산업재해 보도’, 문제 있다
산업재해는 ‘과실’ 아니라 ‘고의’
강태선(hum21) 기자

산업재해에는 휴일도 없었다.

일요일(17일) 청주에서 타워크레인 붕괴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청주 하이닉스 공장 증설 현장에서 벌어진 일로, 크레인 설치과정에서 크레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전날인 토요일(16일)에는 전남 강진에서 교량공사를 하던 노동자 3명, 경기도 양주에서 탱크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각각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과 더불어, 산재예방을 업으로 삼고 ‘녹’을 받는 공무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불행하게 예방하지 못한 재해지만 교훈을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지언정 제대로만 고친다면 다른 소를 잃을 가능성은 그 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종의 재해를 막기 위한 현장에서의 사고사례 전파와 안전조치 강화, 감독기관의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일벌백계, 철저한 예방점검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주말과 휴일 동안 연이은 산업재해 보도를 접하면서 교정이 필요한 곳은 비단 현장과 감독기관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언론사의 보도 또한 산재예방을 위하여 바꿔야할 부분이 있다.

예정된 산업재해, 언론도 한 몫 했다

다음은 관련 뉴스의 마무리 부분이다.

“…경찰은 조사 결과 시공회사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 경위와 안전수칙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 17일자 YTN 뉴스 중

“…경찰은 업체 관계자를 소환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하는 한편 혐의가 드러날 경우 책임자를 입건할 예정입니다” – 17일자 MBC 뉴스 중

위 보도뿐만 아니라 그동안 언론의 산재보도는 “경찰이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거나 혹은 좀 더 나아가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사법처리를 할 예정”이라는 정도로 마무리 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재해의 경우 안전수칙 위반여부를 조사하는 기관은 일반경찰이 아니다. 또 산재사망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가 주요 혐의도 아니다.

산업재해로 사람이 사망하면 일반경찰뿐만 아니라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동시에 조사에 착수한다. 이 때 일반경찰은 형법상 고의 여부를 조사하고 특별사법경찰관인 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안전관리책임자인 사업장 대표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언론, 올바른 보도로 사업주에 경각심 주자

통상 산업재해 사망사건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의 죄가 인정된다. 두 죄는 병합하여 처리되고 형법상의 ‘상상적 경합’이 인정되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되는 경우가 많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고의’이기 때문에 ‘과실’보다는 처벌 강도가 더 높다. 때문에 안전관리책임자인 사업주는 ‘업무상과실치사’가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소규모사업장 산재 사망사건을 조사하다보면 ‘왜 노동부에서도 조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재해는 예정되어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언론도 여기에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론이 평소 산재보도를 할 때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법을 조금이라도 언급했다면 전국의 사업주들에게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언론의 산업재해 보도를 보면 ‘경찰과 산업안전보건청(OSH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이 조사중’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재해의 특성과 책임관계를 알게 하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아래처럼 보도하면 재해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경찰과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에 관하여 회사 대표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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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성남지청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