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장해자 직업복귀율 60%로 끌어올린다
산재노동자 54%만 직업복귀 … 근로복지공단, 2011년까지 재활상담사 대폭 늘리기로

한계희 기자 09-06-26

지난해 5월24일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다치기 전 임준식(가명·35)씨는 국가대표 주전으로 활약했던 잘나가는 핸드볼 선수였다. 실업리그에서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소속팀의 주춧돌이었다. 무릎이 망가졌지만 그는 3개월 재활을 거쳐 전국체전에 참가했다.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하고 견뎠지만 결국 대회 뒤 수술을 받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임씨가 지난 23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서초지사를 찾았다. 김도형(34)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임씨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김씨를 만난다. 임씨가 “요새 너무 자주 만난다”고 너스레를 떤다.

“저번에 말씀했던 자동차 정비 업무를 찾아봤어요. 보수가 평균 200만원에서 250만원 이상 되는 분도 많으니까 준비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연령대도 젊은 분이 많고. 근데 걱정스러운 것은 종사자가 18만명이나 되고 앞으로 전망이 약간 어두워요. 다리를 다쳐서 무거운 것 들기도 조심해야 하고요. 무리가 갈 수 있으니까요.”(김도형)

“아내하고 상의를 해봤는데, 떡집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자동차 정비도 배우고 떡 만들기도 배울 수 있나요.”(임준식)

“2회차까지 교육지원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기는 한데…. 처음 선택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더 주도록 돼 있어요. 교육 비용도 그렇고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떡집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김도형)

두 사람의 대화는 김도형씨가 수강할 과목과 학원, 업계 동향과 시장을 알아보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약속을 잡은 뒤에야 끝났다. 30분가량 대화가 이어진 것이다.

김도형씨는 재활상담사다. 그는 산재를 당한 환자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돕고 , 나중에는 상담을 통해 직업설계와 취업알선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임준식씨도 수술 뒤 병원에 있는 동안 만났다.

줄지 않는 산재, 지난해 3조4천억원 지급

산업재해를 당하는 노동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산재 노동자가 9만5천명에 달하고, 보험급여 지급액도 3조4천214억원에 이른다. 산재노동자도, 지급금액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한 번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경제력이 이전에 비해 크게 나빠진다는 것이다. 산재노동자들이 대개 30~40대 기혼 남성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재를 당한 이후 노동자들의 소득은 평균 229만9천원에서 146만원으로 무려 36.5%나 하락했다.

산재노동자가 애초 직장으로 복귀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올해 1분기에 산재로 장해 판정을 받은 산재노동자 가운데 원직장으로 복귀한 노동자는 33.4%에 불과했다. 특히 실직 상태에 머물고 있는 노동자는 절반에 육박했다. 전체의 53.7%만 직장을 갖거나 창업을 하는 등 사회에 복귀했다.

산재를 당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는데, 치료를 마치고 직장을 구한 뒤에는 비정규직 비중이 더 높아졌다. 공단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를 보니 상용직이 44.6%였는데 치료받고 난 후 상용직으로 취업하는 이들은 30.2%라고 밝혔다.

제일 큰 고민은 직업, 직업재활 시급

임준식씨가 겪었던 답답함도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임준식씨는 “정말 어렵고 답답한 시기에 (김도형씨가)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장해인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냉대로 구직자들이 벽을 느끼고 있다”며 “산재 장해인들은 가장 큰 고민으로 치료 종결 후 고용불안을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54%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직업복귀율은 미국 73%, 뉴질랜드 88%에 비해 매우 낮다.

정부도 단순한 손실보상에서 직업재활로 산재보험 정책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당장 김도형씨와 같은 재활상담사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재활상담사는 180명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2011년까지 3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장기간 치료에 따른 가족간의 불화와 정신적 공황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문적으로 심리상담을 해줄 전문가를 지역본부별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산재 장애인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와 얼마나 일할 욕구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직업평가도구를 개발했다”며 “맞춤 직업훈련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재활사업 예산을 산재보험 예산의 4%까지 늘리는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 발전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직업복귀율 60%까지 끌어올릴 터” – 귀농 프로그램 조만간 도입
정구헌 근로복지공단 보험관리이사

정구헌(56) 근로복지공단 보험관리이사는 산재 재활을 산재노동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산재보험법에 재활급여 조항이 담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활의 긍국적인 목표는 직업복귀이고, 2011년에는 이를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는 창업 대상에 농업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지를 임차할 경우에도 창업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 직업복귀율이 50%대로 외국에 비해 낮다.

“현재 직업복귀율은 53.7%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에서 재활이 시작된 것은 8년밖에 안 된다. 역사가 일천한데 수십 년 된 외국과 비교하기는 애매하다. 일반인 고용률이 58~59% 수준이고 일반 장애인은 2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낮은 수준도 아니다. 하지만 재활은 산재장해인의 권리 측면에서 봐야 한다. 2011년까지 직업복귀율을 6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직업복귀율을 끌어올릴 방법이 있다면.

“아직 구상단계지만 1억원을 지원하는 창업프로그램 대상을 확장할 생각이다. 현재 사행산업 같은 반사회적 직업은 지원하지 못하도록 돼 있긴 한데, 아무 관련 없는 농업도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지원하는 방식이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창업할 수 있는 건물을 얻어주는 것인데 이 문제가 풀리면 농토를 대줄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로 농지를 임차해서 공동사업장 형태로 지원할 수도 있다. 현재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산재노동자 53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37%가 관심 있다고 답했다. 31%는 직업훈련을 받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시범적으로 추진해볼 계획이다. 재활사업은 의료재활을 시켜서 몸상태를 최적으로 만들어 직업훈련을 시키는 단계가 있다. 직업을 갖고 싶은 의지가 생기도록 심리상담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성과가 꽤 있다. 직업훈련도 취미생활 위주가 됐다. 광양지역의 경우 노사민정이 합동으로 기술훈련소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산재노동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맞춤형 훈련도 강화한다.”

– 재활상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현재 179명인데 중장기 계획으로 2011년까지 300명까지 확대하기로 확정했다. 그렇게 돼야하고 이미 노동부와도 협의가 끝났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 중장기 계획을 소개해 달라.

“인력을 포함해 인프라를 강화할 것이다. 일선 지사에 심리재활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재활부를 두기로 했다. 전체 3조3천억원가운데 올해 재활예산이 1천억원가량에 불과하다. 2011년까지 1천300억원을 확보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로 늘릴 계획이다. 직업능력평가와 훈련기관에 대한 평가도 강화할 생각이다. 훈련시설이 장애인에 적합한지도 꼼꼼하게 들여다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