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매일 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로 사망합니다.질병까지 합한다면 하루 5~6명의 노동자가 사망합니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자부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난노동자는 OECD국가 중 일하다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환경에서 오늘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3명씩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들 이야기 중 3분의 1만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2018년 사망한 578(전체 산재사고사망자의 66.2%)의 이야기는 보도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졌습니다. 2017년에 비해 2018년 185명의 노동자가 더 사망한 까닭은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용인하고 방조한 사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017년에 비해 2018년에 185명의 노동자가 더 사망한 까닭은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용인하고 방조한 사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 죽음을 집계합니다. <이달의 기업살인>은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작은 걸음입니다. ‘노동자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라는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외주화와 책임의 공백지대, 노동자를 죽이다 : 목동 빗물펌프장 사망사고

지난 7월 31일 오전 7시 10분경,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의 하청업체인 한유건설 직원 두 사람이 일상점검을 위해 지하 40m 수로로 내려갔습니다. 약 30분 뒤 쏟아진 폭우 때문에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현대건설 소속 안모씨가 상황을 전달하고 이들을 대피시키러 뒤따라 내려갔습니다. 이날 오전 10시경 한유건설의 구씨가, 다음날 오전 5시경 미얀마 이주노동자 쇠 린 마웅씨와 안씨가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수문제어실에는 직원도 없었고 문도 잠겨 있어 수문을 조작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 현장엔 중계기나 경보기는커녕 무전기와 같은 간단한 연락체계도 마련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배수로로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비 때문에 배선 조작판이 손상될까봐 현장 작업자들이 닫아버렸습니다.

사고가 난 목동 빗물펌프장은 안양천으로 빗물을 빼내는 저류시설 공사 중이었습니다. 당시 시운전 책임은 양천구청에 있었지만 현장에 작업자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저류시설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 관리 권한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있었고, 직접적인 현장 작업자 관리는 현대건설과 하청업체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위험의 외주화가 만들어낸 책임 공백지대가 또다시 노동자들을 죽인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노동건강연대가 기업살인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기업살인을 한 기업입니다. 200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126명이 현대건설의 사업 때문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용노동부 중대재해발생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012044015&code=990101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4272

2. 폭염 속 기업살인 :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충주시 공공근로 노동자

지난 8월 9일 12시경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302동)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하루 전 8월 8일부터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A씨가 숨진 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4.6도였습니다. A씨가 발견된 청소노동자 휴게실 면적은 3.52㎡에 불과했고, 에어컨은커녕 창문조차 없었습니다.

다른 한편 8월 13일 충주에서도 폭염 속에서 공공근로 사업으로 제초작업을 하던 노동자 B씨가 사망했습니다. 이날 충주시의 낮 최고기온은 35도를 기록했습니다.

폭염은 자연재해이지만, 서울대학교나 충주시는 폭염에 대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사망에 이르게 방치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측은 A씨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지병에 따른 사망이라고 발뺌을 했습니다.

기상청이 관측한 8월 9일의 최고기온은 34.6도였지만,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휴게실 내부 온도가 몇 도였는지는 가늠이 되지도 않습니다. 제초작업을 하러 나선 충주시 도로 위의 온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장소의 온도는 노동자들이 직접 측정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습니다. 34.6도라는 온도는 작업중지를 요청하기도 애매합니다. 폭염을 이유로 한 작업중지 기준 온도는 지난 한달새 35도였다가 38도였다가 35도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합니다. 작업중지 요구도 말 뿐이지 실제로 이행되는지, 노동자들이 자유로이 요구할 수 있는지 알 길도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폭염 속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은 모두의 시야 바깥에 놓입니다.

관련기사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today/article/5452243_24616.html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894

3. 가장 원시적인 재해, 추락 : 속초 서희 스타힐스 건설현장 건설용 리프트 추락사고

지난 8월 14일 오전 8시 28분경 속초 서희 스타힐스 건설 현장에서 건설용 리프트가 추락해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자중 1명은 전신 골절로 상병 정도가 아주 심각합니다.

사상자 6명은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이 사고는 건설용 리프트 볼트가 풀려있는 채로 해체작업을 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가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에 들어갔다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낸 서희건설은 지난 10년간 33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그중 추락으로 사망한 이는, 이번 사건까지 포함하면 28명에 이릅니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현황분석 책자를 참고해 봤습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중 건설업종에서 추락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비율은 52.4%였습니다. 반면 서희건설에서 2008년부터 발생한 중대재해 중 추락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77.8%에 이릅니다.

추락은 가장 원시적인 재해입니다. 가장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재해이기 때문입니다. 서희건설에서는 건설업종 전체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상회하는 비율로 추락 재해가 발생합니다. 서희건설의 현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관련 기사
https://www.nocutnews.co.kr/news/5201438

4. 해외로 뻗어나가는 기업 살인 : LG화학 폴란드 공장 사망사고 및 삼성중공업 닝보조선소 사망사고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주에 있는 LG화학 배터리 공장에서 지난 8월 17일 우크라이나 출신의 28세 노동자가 장비에 끼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가슴과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이틀 뒤 19일 사망했습니다. 현지 근로감독관과 수사기관은 사고 원인에 대하여 말을 아꼈습니다.

다른 한편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는 지난 8월 21일 노동자 두 명이 연달아 사망했습니다. 한 사람은 절단기 조작 과정에서 감전으로, 다른 한 사람은 선박 블록에서 연삭 작업을 마치고 휴식하던 중 사망하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닝보조선소 운영중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거제 조선소에서도 하청업체 노동자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2017년 5월 1일에는 골리앗 크레인이 휴게실로 무너져 내려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큰 사고도 있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가 기업살인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이번 달 사고에 이르기까지 삼성중공업은 총 40명의 목숨을, LG화학은 20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장에서도 기업 살인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속 보도는 현지에서나 한국에서나 아직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236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124

언론에 보도된 8월 기업살인 현황

※ 이 통계자료는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공식 통계자료가 아니며, 노동건강연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사망사고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또한 이 통계에는 삼성중공업과 LG화학의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감전1, 원인불상1, 끼임1)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8월 1일
창원 아파트 내부 확장공사 중 벽면 무너져 60대 노동자 사망

8월 3일
평택 당진항 정박 선박에서 굴삭기 선적 작업중 30대 노동자 선체와 굴삭기 사이에 끼어 사망

8월 4일
인천 서구 가좌동 시멘트창고에서 14m 시멘트 원료 무너져 굴삭기 기사 1명 사망

8월 6일
경북 칠곡군 미군부대에서 하역 작업하던 한국인 노동자가 크레인과 방호차량 사이에 끼어 사망

8월 8일
포항철강공단에서 에어컨 A/S 작업자, 3m 사다리에서 추락 사망

부산 YK스틸 용광로 폭발 사고로 노동자 1명 전신화상 사망

8월 9일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A씨 숨진 채 발견

8월 11일
건설자재 제조업체 사일로에서 쏟아진 100t 가량의 모래 더미에 깔려 사망

미아 ‘꿈의숲 효성해링턴플레이스’ 건설 노동자 추락사

8월 13일
공공근로 사업으로 제초작업하던 노동자 사망

8월 14일
속초 서희 스타힐스 건설현장에서 건설용 리프트 추락, 3명 사망, 3명 중경상

8월 17일
폴란드 LG화학 배터리 공장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

8월 18일
삼성-동탄 광역철도 공사 현장서 천공 장비 스크류에 맞아 노동자 1명 사망

8월 19일
경남 김해시 하수관로 공사 현장에서 포크레인으로 이동 중이던 철근이 떨어져 사망

부산 아스팔트 제조공장서 크레인에 맞아 추락

8월 21일
삼성중공업 닝보조선소에서 2명 사망

전남 광양시 제철소에서 슬러지 매립작업중이던 25t 트럭이 물에 빠져 운전자 사망

8월 22일
인천 서구 지하철 공사장서 떨어진 낙하물에 맞아 사망

8월 23일
‘용인 이케아 기흥점’ 파인건설 현장 건설 노동자 추락사

서울 청담동 아파트서 외벽 칠하던 러시아 출신 노동자 추락사

8월 25일
경주시 충효동 상수도관 공사현장에서 쏟아진 토사에 매몰된 노동자 사망

8월 27일
충주시 채석장서 중장비 부품 맞아 1명 사망

8월 28일
서천 풍농비료 장항공장에서 비료를 쌓는 적재로봇에 깔려 사망

8월 30일
대전 서구 탄방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외벽 도색 작업하던 몽골 출신 노동자, 22층 높이서 추락해 숨져

평택시 청북읍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보조짚 추가 설치 작업 중 보조짚이 작업자 머리 위로 떨어짐

8월 31일
충주 중부내륙선철도 6공구 현장 노동자 덤프트럭에 깔려 사망, 시공업체는 현대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