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 질환 ‘경보음’
무거운것 들다 삐끗·컴퓨터 작업만 하면 팔목 찌릿
산재판정 근로자 5년새 4배로 껑충
음식·숙박업등 소형업체서 급증 추세
#1 감자탕집 종업원 A(32)씨는 지난해 가을 돼지 뼈 2박스(40kg)를 운반하다 허리와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A씨는 오른쪽 무릎 관절 파열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2 사무직 근로자 B(23ㆍ여)씨는 지난해 6월 복사용지 1박스(10kg)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가 삐끗했다. 병원 정밀 검사 결과 허리 디스크로 나와 산재 판정을 받았다.
#3 C(42ㆍ여)씨는 1995년 세무사사무소에 들어간 뒤 컴퓨터로 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해 통계 등을 작성하는 일을 해왔다. 2,3년 전부터 오른쪽 팔과 어깨에 통증을 느껴 치료 했다. 그러나 이후 컴퓨터 작업을 조금만 해도 팔이 부어 식사나 세수 등 일상 생활을 못할 지경이 됐다. 지난해 5월 산재 판정을 받았다.
#4 2000년부터 동물병원 애견미용사로 일해 온 D(34ㆍ여)씨는 3년 전부터 전동 미용기구로 애완견의 털을 다듬고 나면 손가락이 저리고 손목이 욱신거렸다. 그는 4월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산재 치료를 받았다. 이 증후군은 손으로 연결되는 신경이 외부 자극으로 심하게 압박을 받아 손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다. 전동 미용기구를 매일 사용하는 미용사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근골격계(筋骨格係) 질환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조선 업종을 비롯한 대형 제조업체 근로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던 것이 요즘은 음식점 등 소규모 업체로 확대되고 있어 정부는 물론 근로자와 사업주의 철저한 예방과 대책이 필요하다.
19일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직장에서 일하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근로자는 2002년 1,827명에서 지난해 6,233명으로 껑충 뛰었다. 그 동안 안전사고로 분류돼 온 사고성 요통이 지난해부터 근골격계 질환 통계로 집계돼 증가한 요인도 있지만 가파른 상승세다.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근골격계 질환자 비율은 2004년 전체의 절반을 넘는 55.2%에서 2005년 47.1%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엔 20.4%로 급감했다.
반면 5인 미만 소형 사업장의 근골격계 질환자 비율은 2004년 6.2%에서 2005년 8.1%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18.1%로 뜀박질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판정을 받은 근로자는 재해 등급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서 치료비, 휴업급여 등을 받는다.
근골격계 질환자가 급증한 것은 산업구조가 다양해지면서 단순 반복작업이 증가하고 근로자들의 고령화에 따라 근력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소형 업체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은 소형 업체는 대형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 조치가 미흡한 탓이 크다. 반면 소형 업체 근로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질환으로 인식, 산재 보험을 신청하는 등 적극 대처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안전공단은 제조업종 위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 활동을 의료 음식 숙박업 물류업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안전공단의 김증호 근골격계질환예방팀장은 “근로자는 올바른 작업 자세를 익히고 회사는 작업 환경을 인간 공학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골격계 질환
불편한 업무 자세와 근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목 어깨 허리 등 근육과 뼈에 피로가 누적돼 통증을 느끼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무거운 물건을 잘못된 자세로 들고 나를 때 많이 생긴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많이 써 어깨나 손가락 등이 아픈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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