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도 했다던 ‘환경미화원’
[칼럼] 위탁철회 요구하며 굶고 있는 환경미화원 문공달 씨

오도엽(작가) odol@jinbo.net / 2009년07월06일 9시58분

남루한 옷차림에 리어카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을 자식이 보기라도 할 때면,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쓰레기 더미가 쏟아져 내려 거리 곳곳에 흩어질 때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장마철에 비가 앞이 보이지 않게 내려도, 엄동설한에 귀에 감각이 없어지고 손은 굳어서 마비가 되고 강풍에 호흡마저 어려울 때에도, 우리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냄새나는 손을 씻을 공간도, 그리고 화장실 하나 없는 공간에서 일을 했습니다.

초저녁에 시작한 일이 밤을 꼬박 새고 아침을 지나서 점심시간이 되어도 우린 일이 끝나지 않는 한 밥 한 끼 먹을 시간 없이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16시간 이상씩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행여 운행 차라도 고장이 나면 20시간도 기다렸다가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허기진 배를 라면으로라도 채우려면 “쓰레기가 천지인데 민원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 “그렇게 일 하려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 인력시장에 전화 하면 사람들 줄을 서있어!” 라고 일을 재촉하는 간부 말에 우린 아예 밥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일했습니다.

누가 아프기라도 하여 일을 나오지 못한 날에는 대체 인력이 없기 때문에 그 일까지도 마다 않고 일을 했습니다. 일하다가 다치기라도 하여 산재를 신청하면 사직서부터 요구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개인 보험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명절에도 하루 밖에 쉬지 못하기 때문에 고향이 먼 동료들은 고향에 내려갈 엄두도 못 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조상도 부모도 없는 것인가요? – 서울 양천구 어느 환경미화원의 글 가운데서

아침 출근길 숱하게 만나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술 취해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밤길에서 만난 이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혹 그 곁을 지나치다가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고 잰걸음 질로 피했을지 모릅니다. 내가 사는 거리를,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이 꼭 한번쯤은 새벽에 찾아가 악수를 하거나 국밥을 함께 먹으며 사진을 찍는 상대 모델도 환경미화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을 한 뒤에 환경미화원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점심을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자신도 “젊었을 때 용산구 재래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다며,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살았던 그 시절이 가장 보람차게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환경미화원의 대선배인 만큼 지금부터 직업이 뭐냐 물으면 ‘환경미화원’이라고 해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를 방문한 보람이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넘었습니다. 환경미화원은 떳떳하게 자신의 직업을 이야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까요? 청와대는 환경미화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을까요?

환갑을 앞둔 환경미화원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2009년 7월 2일, 억수같이 소나기가 퍼붓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 내리쬐기를 되풀이 하는 날, 굶고 있는 환경미화원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의 이름은 문공달입니다. 윤달에 태어나 이름이 ‘공달’이라며 웃습니다.

환경미화원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가지고 처음에는 행안부를 몇 차례 찾아갔다가, 그게 자기소관이 아니라 환경부 소관이라 해가지고 환경부에서 면담을 해왔어요. 환경부에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승계를 지침으로 내려달라는 거예요. 지금 위탁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침을 내리면 자치단체에서 업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환경미화원을 해고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 환경미화원 19년차 문공달 씨

환경미화업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고용하거나 청소용역업체에 대행을 맡깁니다. 자치단체에 직접 고용되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들고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가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용역업체에 고용된 환경미화원은 업체가 새로 선정될 때마다 고용의 불안을 느낍니다. 문공달 씨는 업체가 바뀌더라도 환경미화원의 고용이 보장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16일째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단식농성장에는 지난해 12월 31일 해고된 안양시의 환경미화원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20년 이상 안양시에서 재활용 쓰레기 선별과 같은 환경미화 업무를 해왔던 사람들입니다. 이제껏 업체가 바뀌더라도 근속기간과 고용이 승계되어 일을 해왔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업체가 바뀌면서 지난해 마지막 날 오후 3시에 느닷없이 개인사물함을 비우라는 공고가 붙으면서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지난 5월 20일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한 해고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이들은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안양시장은 “시청 앞에서 떼를 쓴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탁업체 문제라 시가 관여하기 어렵다”며 부당해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의 요구를 아이들이 젖 달라고 우는 것처럼 “떼를 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공달 씨의 단식이 16일째지만 ‘환경미화원의 대선배’가 잠을 자고 업무를 보고 있는 청와대는 묵묵부답입니다. 대통령이 취임직후 환경미화원을 불러 한 ‘말씀’은 모두 ‘쇼’였을까요?

문공달 씨는 연신 물을 마시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단식으로 목이 마른 것이 아닐 겁니다. 이제 정년을 1년 6개월을 앞둔 문공달 씨, 19년을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왔지만 뒤를 잇는 후배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타는 목마름’일겁니다.

내가 정년이 이제 일 년 반 남았어요. 적당히 하고 지내면 끝이에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다면, 몸으로 때울 수 있다면, 후배들한테 조금 더 나은 근로조건이 될 수만 있다면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단식을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이게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이 하겠다고 나보고 그만 하라고 합니다. 며칠 더 할 수 있다고 더 버틸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이 전국에 삼만 명이에요. 그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면 이 싸움은 보람입니다. – 문공달 씨

문공달 씨는 1990년에 성남시청 환경미화원이 되었습니다. 쓰레기를 치우며 아들 딸 세 명을 대학 공부를 시켰고요. 초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해에 고향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온갖 직업을 두루 겪었다는 문공달 씨.

제가 미화원으로 처음 들어갔을 당시에는, 솔직히 말해서 미화원 월급으로는 밥을 못 먹고 살아요. 그때는 종을 치면 집에서 쓰레기를 들고 나와 차에 실어요. 차에나 직접 싣는 것이 바쁘거나 귀찮은 사람은 문전수거를 시켜요. 우리 집 얼마 줄 게 치워라, 그게 있어서 그 돈 받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요. 그 당시에 미화원 취직을 하는 것은 막장인생으로 봤죠. 어떻게 하면은 내 새끼 먹이고 갈치고 살아 갈 것인가.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애들 한참 커 갈 땐데, 굶기지 말아야 한다, 내 새끼들 갈쳐야 한다, 그런 생각 말고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었죠. 문전수거 양이 많아 마누라까지 데리고 나와서 일했죠. 밤을 낮 삼아서 일을 했습니다. 낮에는 시청에서 월급 받는 거고, 저녁에는 문전수거 하고. – 문공달 씨

환경미화원은 명절도 없이 삼백예순날 이상 일한다고 합니다. 빨간 날 쉬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합니다. 민간위탁 된 업체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쉬는 날 없이 꼬박 일해야 백이삼십만원을 집에 가져간다고 합니다. 작업량이 많아 근무시간 안에 일을 처리하지 못할까봐 자신의 차(오토바이에 리어카를 달아 개조한 차)를 가지고 나와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답니다. 밥을 먹을 때가 없어 다리 밑에서 먹거나 심지어 쓰레기더미 옆에서도 먹는 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한 뒤에 샤워 시설은 꿈도 꾸지 않으니 손 씻을 수도꼭지 하나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게 이들의 소원입니다. 이들에게 노동의 대가는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망정 고용만이라도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 소박한 요구마저 정부가 모른척해서야 되겠습니까? 청와대 앞에서는 미화원의 단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샤워시설을 달라는 건 너무 심한 요구일 수 있고, 그냥 우리는 수도꼭지 한 개만 설치해줬으면 합니다. 버스타고 집에 가는데 너무 냄새가 많이 나고, 또 손잡이 같은 것 우리가 그냥 잡으면 시민들 위생에도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 종로구 환경미화원 정구율 씨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가진 인터뷰 가운데서

오늘만 일하자. 내일까지만 일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자. 수십 번, 수백 번 다짐 하면서도 퇴근 후 지친 몸을 방바닥에 던지고 뇌까지 정지해 버린 듯한 피곤함에, 배고픔에 잠을 청해 보지만 온 몸에 난 상처와 구석구석 까지 퍼진 쓰레기 독으로 인한 가려움에 뒤적이며, 빡빡 긁다가 어느새 잠이 들고 그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대로 세상과 결별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애꿎은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누구 하나 기다려 주지 않는, 쓰레기봉투만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쓸쓸한 거리로 출근을 합니다. 인간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하면서 살아온 삶! 장시간의 근무시간 중 최소한 밥 먹을 시간이라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취업규칙이, 연월차가, 시간외 수당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삶! 지난해엔 동료가 과로로 죽었고, 또 한명이 차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이제 저도 그들 뒤를 따라야겠죠. – 서울 양천구 어느 환경미화원의 글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