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매일 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로 사망합니다.질병까지 합한다면 하루 5~6명의 노동자가 사망합니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자부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난노동자는 OECD국가 중 일하다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환경에서 오늘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3명씩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들 이야기 중 3분의 1만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노동건강연대는 2018년 전체 중대재해 사망자들 중 몇 명의 사건이 보도되었는지 검토해본 적 있습니다. 그 결과 사망한 578명(전체 산재사고사망자의 66.2%)의 이야기는 보도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 죽음만이라도 모두 집계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언론에는 총 41명의 노동자의 죽음이 보도되었습니다. 그중 29명(70.7%)의 죽음은 3줄짜리 단신 보도만으로 사회적 애도가 끝나버렸습니다. 나머지 12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래도 노조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덕분에 좀더 충실한 사회적 애도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서는 매년 산업재해 현황을 분석해서 매우 두꺼운 책자를 발간합니다. 책자를 들춰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통계표와 그래프가 빽빽하고 숫자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숫자들은 죽음의 기록, 사실의 기록입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숫자들을 월평균 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월평균을 2019년 9월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 사망의 유형과 대비시켜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죽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언론 보도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그 죽음들 중 얼마나 사회화시키고 있는지, 혹은 그러지 않고 통계표 속에 숫자로만 존재하게끔 만드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2019년 9월에는 ‘사업장 외 교통사고’ 유형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보도는 통계값 이상으로 많았고, ‘추락’ 유형과 ‘부딪힘’ 유형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보도는 통계값 이하였습니다.
‘사업장 외 교통사고’ 유형이 5개년 월평균보다 더 많이 보도되었다는 건 아마 사업장 외부에서 버스를 몰다, 레미콘을 몰다, 화물차를 몰다 사고가 나서 사망한 이들 중 자동차보험으로만 처리하고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혹은 근로복지공단의 깐깐한 산재심사 때문에 산재 통계에서 제외되었던 노동자들이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추락’ 유형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5개년 월평균보다 적은 것도 두 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석과 태풍 등의 계절적, 기후적 요인 때문에 건설 공사가 적었고, 실제로 추락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적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언론사 기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사들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나이는 아주 충실하게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미숙련 노동자인 35세 미만 노동자의 죽음은 14%였던 데 비해, 숙련노동자라고 볼 수 있을 55세 이상 노동자의 사망이 42%, 45세 이상으로 확대해서 보면 62% 였습니다. 아주 이상한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 과정에서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 기업은 해당 노동자가 ‘미숙해서’ 죽었다는 변명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잦은 구조조정과 외주화 등으로 나이가 들어도 노동자가 숙련도를 쌓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기 때문인 걸까요?
2019년 9월에 죽은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는 6명이었습니다. 물론 이주노동자의 경우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은폐된 사건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중 4명이 2019년 9월 10일 영덕 수성수산 오징어 폐기물 탱크에서 질식으로 죽었습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김해에서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토끼몰이식 단속에 쫓겨 도망치다가 죽었고, 다른 1명은 목포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공공기관 및 대기업이 발주한 작업을 하다가 죽은 노동자는 각각 6명과 7명으로 전체의 31.7%였습니다. 9명의 죽음에 관한 기사에서는 죽은 이가 어떤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다 죽었는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사망한 노동자의 소속 기업을 명시한 기사라고 하여도, 어떤 노동환경이, 어떤 사회적 관계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기사는 극소수였습니다.
모든 죽음은 충격적이고 자기만의 사회적 파장을 지닙니다. 기업의 안전의무 소홀, 사회적 지위 서열 관계, 원청-하청 관계, 직장 내 괴롭힘, 이주민 여부 등은 그 죽음들에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17년에 비해 2018년 185명의 노동자가 더 사망했습니다. 그 까닭은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용인하고 방조한 사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기록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2019년 9월, 언론 보도된 기업살인 전체 현황
9월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과 석수역 사이 철로에서 사전 조사 작업하던 코레일 하청업체 노동자 정씨(44), 전동차에 치여 사망
9월 3일
경기도 화성 동탄 삼성물산 공사현장에서 전선작업 중이던 소방전기업체 소속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후 추락하여 사망
인천 초등학교 급식소 공사 현장에서 추락하는 거푸집 구조물에 머리를 맞아 노동자 1명 사망, 철재 구조물에서 추락한 1명 부상
9월 4일
전북 군산 신축공사 현장에서 2층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
9월 6일
추석연휴 폭증한 물량 배달하던 충남 아산시 아산우체국 집배노동자, 교통사고로 사망
9월 7일
인천 중구 시내버스 운전기사, 태풍에 무너진 인하대병원 주차장 담벼락에 깔린 후 사망
9월 9일
전북 부안군의 농기계 저장창고 지붕에서 나무 제거 작업하던 소방공무원 추락 후 사망
9월 10일
영덕 축산면 축산항 수산물 가공공장(수성수산)에서 폐기물 탱크 청소하러 들어갔던 이주노동자 질식으로 인해 4명 중 3명 사망 1명 병원 후송
9월 11일
영덕 수산물 가공공장(수성수산)에서 질식으로 병원 후송되었던 이주노동자 1명 사망
9월 12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사무소 주차장에서 환경미화원 김모씨, 갑자기 쓰러져 사망.
9월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포크레인 실은 5t 트럭 운전사, 차량이 전도되며 사망
충북 충주시 화물차 운전사, 농기계를 내리다 비탈길에 미끄러진 화물차에 깔려 사망
경기도 안성시 금광저수지에서 농어촌공사 직원을 태우고 폐사한 물고기 수거하던 저수지 관리인 물에 빠져 사망
9월 18일
전남 광양시 황금산업단지에서 25t 덤프트럭과 충돌하며 통근용 관광버스 운전자 사망
용인시 처인구 SK하이닉스가 주도한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의 (주)STI 반도체 공장 신축 현장에서 천장 합판 점검하던 노동자 4명 추락, 1명 사망.
충주 중원산업단지 폭발 화재사고시 실종자 인정사망 결정
9월 19일
나주시 왕곡면 도로에서 5t트럭이 가로수 정비작업 차량을 치어 노동자 1명 사망, 2명 부상
전남 해남에서 활어차와 화물차가 부딪혀 2명 사망 1명 중상
충북 음성군 한 공장에서 주유 저장 탱크 수리작업 중 탱크가 쓰러지며 철판 자재에 깔려 노동자 사망
9월 20일
현대중공업에서 유류탱크 테스트캡 가우징 절단 작업중이던 노동자 절단된 헤드에 깔려 1명 사망
9월 22일
경남 진해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화물차 운전사 사망
울산 울주군 선박 선장, 선박 인양하러 가던 중 의식 잃고 사망
9월 23일
충북 청주 철강업체 노동자 1t 철근에 깔려 사망
경기 안성 공도읍, 스카이차에서 현수막 작업중 버스가 들이받아 1명 사망 1명 부상
9월 24일
전북 김제 축사 지붕 위에서 설치 작업하던 노동자 추락하여 사망
충북 진천 증축 공사현장에서 철골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 추락하여 사망
김해 공장에서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토끼몰이식 과잉 단속으로 도주하다 사망
9월 25일
경기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충격흡수시설을 들이받은 버스운전기사 사망
9월 26일
서울시 교육청 직원, 주차장서 숨진 채 발견… 자필 유서와 사표를 통해 원인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추정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 크레인 와이어에 고정되지 않은 블록 위에서 추락한 후 떨어진 블록에 깔려 사망
9월 27일
경북 청도에서 화물차량 운전사 교통사고로 사망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해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한 석유화학 공장(한화토탈)의 하청업체 노동자, 지붕 보수 공사중 가동중이던 크레인에 맞아 사망
9월 28일
부산 북항 한진중공업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이동식 크레인이 넘어져 크레인 운전기사 교육생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