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질식재해 사건 발생 현황

ⓒ 강태선

질식재해, 부정확한 보도가 참사 부른다
최악의 ‘의왕 참사’ 보도를 보고
강태선(hum21) 기자

6월 30일 저녁 의왕에서 하수유입구 보수작업을 하던 4명의 노동자가 질식으로 생명을 잃었다. 6월 30일 오전엔 고양시에서 또 한 명이 비슷한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일도 있었으니 하루에 무려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최악의 질식 재해 사건이다.

충격적인 사건 보도만큼이나 충격이었던 것은 뉴스에 나온 회사 관계자의 말과 언론보도의 부정확함이었다. 그토록 원시적인 재해가 반복된 이유를 회사 관계자와 언론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은 언론에 보도된 회사 관계자 인터뷰 내용이다.

“저희가 지난주에 작업할 때는 가스 테스트를 하고, 가스가 발생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작업을 했어요. 일주일 전에 작업했으니까, 다시 또 들어가도 별 이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죠.”-YTN 7월 1일자 ‘또 질식사고…안전수칙 준수해야!’

말도 안 된다. 하루 사이에도 하수관에서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산소농도 및 유해가스의 농도가 달라지는 법인데 지난주에 측정을 했다니. 산소는 물론 황화수소, 메탄 등을 계속 모니터링하여 노출기준 초과시 경보음을 울리는 복합가스농도측정기를 허리춤에 차고 맨홀에 들어가야 한다.

“안전 마스크를 쓰면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가스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한다는 게 법에 나와 있진 않습니다.”-SBS 7월 1일자

역시 법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 18조에는 분명히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가 말하는 ‘안전마스크’는 법에 없는 말이며 전후 관계상 방독마스크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밀폐공간에서는 산소 부족이 염려되기 때문에 방독마스크는 절대 금물이며 따라서 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것이 맞다.

언론의 현장 관계자의 말 또는 비전문가의 말만을 인용한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반복되었다.

“어제 오전에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역시 하수관 확장 공사를 벌이던 근로자가 메탄가스에 질식해 숨졌습니다.”-SBS 7월 1일자 보도

현장 사람들은 아직도 하수구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메탄가스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하수구에서는 물론 메탄가스가 고농도로 발생할 수는 있지만 냄새의 원인은 그것이 아니다. 냄새는 주로 황화수소 또는 이산화황 등 황이 들어있는 가스나 암모니아 등에 의한다.

또한 직접적인 질식 원인은 메탄가스라기보다는 산소결핍 또는 황화수소 중독 가능성이 더 높다. 어찌되었던 메탄가스에 의한 질식이라고 정확하게 확인된 게 아니라면 그렇게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종로소방서 119구조대: “유독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맨홀 내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는 산소가 다량 함유된 공기를 투입해서 농도를 희석시킨 후 작업에 임하면 되겠습니다.”-SBS 7월 1일자 보도

역시 문제가 있는 말이다.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겁다. 따라서 물에 녹아 있거나 맨홀 내부 하층에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작은 밀폐공간이면 몰라도 하수관과 같은 경우 도대체 얼마의 공기를 불어 넣어줘야 안심할 수 있을까? 위험한 말씀이다.

가장 정확한 것은 바로 인터뷰해주신 소방관께서 구조할 때 메고 들어간 그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경보기능이 있는 복합가스농도 측정기를 착용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유사시 바깥으로 작업자를 끌어낼 수 있는 구명줄을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기타 관계 기관을 잘못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산업인력공단 조사 자료를 보면 6월과 9월 사이 이같은 질식 사고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YTN 7월 1일자 보도 ‘또 질식사고…안전수칙 준수해야!’

여기서는 ‘산업인력공단’이 아니라 ‘한국산업안전공단’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산재예방과 관련된 사업장 기술지원, 교육 및 연구 기관이다. 밀폐공간재해 예방과 관련해 공기호흡기, 송기마스크, 공기치환팬 등 장비대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부디 이번 재해가 마지막 참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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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