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산재 손실액이면 ’80만명’ 신규고용
노동부·산업안전공단, 2일부터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 산재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째깍’ 시계바늘이 한 시간을 지날 때마다 일터에서 1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비명을 지른다. 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무려 8만9천910명. 이 가운데 2천45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246명이 산업재해 피해자가 되고,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통계가 보여주는 바는 지난 1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501명의 목숨을 앗아가 간 ‘삼풍백화점’이 5번이나 무너져 내린 참혹한 결과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일터로 출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서 산업재해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언론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관심은 ‘산업재해’에 너무나 무감각하다.
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은 지난 1968년부터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왔다. 매년 7월 첫째주에 열리는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으며, 2일부터 오는 6일까지 서울 COEX몰에서 전시회와 컨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펼쳐질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최근 5년간 산업재해 현황을 분석·점검하고 ‘제 40회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1년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80만명 고용창출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15조8천188억원. 이는 연봉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 80만명을 신규 고용할 수 있는 액수와 맞먹는다.
최근 5년간 산업재해 통계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5년동안 재해자 수는 무려 44만1천30명, 사망자 수는 1만3천299명이다. 서울시 구로구 전체 주민보다 많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기간 경제적 손실액은 67조7천579억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200조9천519억원)의 33%가 산업재해로 사라져간 것.
이같은 산업재해율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안전사고로 인한 1만명당 사망률을 나타내는 ‘사고성 사망만인율’이 지난해 우리나라는 1.14명을 기록, 가까운 일본(0.31)의 3.8배 영국(0.07)의 16배에 달하고 있다.
노동취약계층에 엄습하는 산업재해
더욱 심각한 것은 산업재해가 주로 중소·영세사업장, 고령, 미숙련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 노동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자 수는 6만6천72명으로 전체 재해자의 73.5%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0인 미만사업장의 산재사망자 역시 1천401명을 기록, 2명 중 1명이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최근 고령화 추세에 따라 고령 노동자의 재해발생률도 점차 상승추세에 있다. 50세 이상 고령노동자의 재해발생률은 지난 2004년 30.8%에서 2005년 31.4%, 2006년에는 32.7%로 증가했다. 또한 입사 후 6개월 미만의 미숙련 노동자의 재해가 전체 재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만4천169명이 6개월 미만 노동자로, 전체 재해율의 49.1%를 기록했다.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 역시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3년간 8천647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었으며, 이 중 94명이 머나먼 타국의 산업현장에서 생사를 달리했다.
이는 산업재해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며 은폐, 축소된 산업재해자와 산재사망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 수 역시 지난해에만 1만명 넘게 증가했다. 업무상 질병 재해자는 지난 2004년 9천183명에서 2005년 7천495명으로 다소 줄었으나 지난해 1만235명이 발생하여 최근 3년간 2만6천913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 업무상 질병 재해자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자가 1만3천246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뇌심혈관 질환자가 5천726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진폐 환자 역시 5천557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중금속 중독 38명, 유기용제 중독 56명, 특정화학물질 중독 148명 등이다.
노동부 “영세사업장에 안전행정 집중”
2일 ‘안전한 일터, 건강한 사회’를 모토로 열리는 제40회 산업안전보건대회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산재예방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업안전보건 투자를 지속으로 확대해 나가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여기서 ‘선택과 집중’은 영세·소규모 사업장 등 산재취약계층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은 이번 행사를 통해 노사정이 함께 모여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안전보건에 대한 범국적 관심과 인식을 높여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산업안전보건대회에서는 ‘전사원의 안전요원화·선안전후조업’의 원칙으로 무재해 사업장을 달성한 (주)은성프린터스의 차준은 대표이사가 동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84명의 산재예방 유공자에 대한 정부 포상이 이뤄진다.
‘안전한 일터’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 ‘풍성’
이번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국제안전기기 전시회’로 15개국 20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2일부터 5일까지 COEX 태평양홀에서 개최되는 ‘국제안전기기·작업환경개선·소방산업 전시회(KISS 2007)’은 올해로 25회를 거듭하면서 첨단 안전관련 장비가 소개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여름철 산업현장에서 악취와 땀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라면 은나노 입자를 적용해 악취나 살균작용이 뛰어난 안전모나 걸을 때마다 땀과 열을 배출하도록 제작된 안전화 등이 등장하는 이번 전시회에 한번쯤 참가해볼만 하다. 이외에도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족압분포 측정기, 원적외선 감지센서를 통해 위험지역 내 노동자가 접근할 경우 자동으로 음성 및 경보를 발령하는 경보기기, 어두운 작업장이나 조명아래에서도 넓고 투명한 시야를 제공하는 용접보안면 등 신개념의 안전장비가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 이번 강조주간 동안에는 산업안전과 관련된 세미나와 포럼 등이 이어진다. △미래를 향한 안전보건 전략 △노사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보건경영 △산업안전과 최신기술의 조화 △인간공학과 건강증진 △화학물질관리 및 작업환경의 개선방향 △사업장 안전보건 역량전파 등 40개 주제의 학술토론회가 매일같이 열린다. 특히 산업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보건의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논문발표회와 비디오페스티발 등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박길상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은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수준 향상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40회 행사를 통해 안전보건이 우리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2007년07월02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