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질환자 보상 ‘쏙 빠진’ 종합 대책

늑장 대응도 모자라 근본적 문제해결도 건너뛰어

지난달 28일 노동부가 내년부터 석면제품의 사용·수입 금지령을 내리면서 ‘석면과의 전쟁’을 예고했다.

이어 3일, 교육인적자원부, 국방부, 환경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석면관리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전방위적인 석면관리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종합대책에 과거 석면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및 보상 부분은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보상지원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석면은 섬유, 직포로 가공돼 방화, 단열, 마찰제 등으로 사용되며, 이러한 석면제품을 만들거나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석면 먼지를 마시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산업안전 보건청(OSHA)은 석면을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 중 하나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공장 뿐 아니라 석면 함유 제품이 우리 생활 주변에 널리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누구나 석면 먼지 노출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

특히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석면제품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횟수가 많아 관련 직업병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노동부가 올해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자는 총 43명으로 질병별로는 폐암 28명, 악성중피종 11명, 기타(석면폐 등) 4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석면으로 인한 질병의 경우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대부분 암으로 이어지는 등 석면 노출과 발생 시간의 간격이 길어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노동건강연대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하루하루 취급하는 일의 종류가 다르며 이동률도 높기 때문에 석면 노출로 인한 질병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최근 노동건강연대가 여수의 건설노동자 이재빈씨의 석면 폐암 산재인정을 요구했으나 ‘불인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건설노동자의 작업환경 특성상 이씨의 폐암 원인이 석면으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

또 작업전 석면 취급에 대한 관리 교육이나 공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건강검진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드러났다.

이에 그는 “이번 ‘종합대책’에 석면질환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나 치료는 제외돼 그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종합대책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석면관련 질병 보상지급을 위한 법적 근거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로 마련한다는 대책은 매우 두루뭉술한 답변이며, 이 보다 전국적으로 석면관련 질병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건강센터를 지정하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환경부를 주축으로 2010년부터 학교, 지하철,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대상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발표했는데 이 또한 석면의 위험에 노출된 시급성과 동떨어진 계획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장에서 활동 중인 환경운동가는 “석면 종합대책에 앞서 과거 석면으로 인한 피해보상과 질병 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과거 석면 사용 건축물에 대한 파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석면 피해가 속출될 것이라는 예상에 관련 제품의 수입·제조·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과 통관·유통 단계에서의 제품 차단 등과 같은 눈에 보이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과거 석면사용자에 대한 근복적인 치료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오미영 기자 (gisimo@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