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HR)]하루에 7명 산재로 사망한다 기사 번호:58735

김원기 기자(hikwk@economy21.co.kr) 2007년 07월 02일

인간중시 경영은 구두선?… 최근 5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67조원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인간 중시 경영’을 표방하고 있으나 정작 이런 경영의 기반이 되는 ‘산업재해 예방’에는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10조1천럭원이었던 산재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 규모가 지난해에는 15조8천억원으로 절반 이상 증가한 점에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런 손실액 증가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손실 규모는 67조7595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부상자 수는 지난해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기업의 산재예방 전선에 난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산재 사망자가 비록 줄기는 하지만 아직도 매일 7명의 근로자가 직무와 관련해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산재의 심각성을 감안해 노동부와 국내 산재예방 활동의 중심기관인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 박길상)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COEX에서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한다. ‘인간 존중’의 인적자원관리(HRM)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노동환경

기업의 노동환경은 한마디로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국제화 시대를 맞아 노동과 자본이 국경을 초월하여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경영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또 정보통신의 발달과 새로운 지식의 창출에 따라 노동환경의 패러다임 변화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안전보건의 기준이 마련되어 생명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제품의 제조, 유통, 사용이 제한되는 등 무역장벽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발달을 이룩했다. 그러나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속에서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던 안전보건 문제가 이제는 오히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유형인 산업재해의 경우 산업구조의 복잡화, 고도화, 대형화에 따라 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안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한 것으로 지적된다.

산재로 매일 246명 부상

산업안전공단이 최근 밝힌 산업재해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03년 0.9%를 기록했던 재해율이 2004년에는 0.85%, 2005년에는 0.77%로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0.77%로 전년에 비해 답보 상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무려 8만9910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했고 이 가운데 2453명은 생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에 246명이 산재를 당하고 매일 7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15조818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봉 2천만원인 근로자 80만명을 신규로 고용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며, 인천국제공항 2개를 신규로 건설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2453명)는 전년(2493명)에 비해 소폭(1.6%) 줄었으나 부상자 수(8만9910명)는 전년(85411명)보다 큰 폭(5.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의 고도화로 산재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기업들은 안전부문 투자 재원 부족 등에 따라 산재 예방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재해율 일본보다 3배 정도 높아

최근 5년간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산재로 인한 부상자 수는 44만1030명이고 사망자 수는 1만3299명이다.

또한 이기간 산재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67조757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나라 예산 200조9519억원의 33%가 넘는 금액이 지난 5년간 산업재해로 사라진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일본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지난해 재해율 0.77%는 일본의 2003년 재해율(0.25%)보다 3배 정도 높은 실정이다.

한편,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고령자, 미숙련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이 산업재해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자 수는 6만6072명으로 전체 재해자의 73.5%, 사망자 수는 1401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재해발생률도 점차 상승 추세에 있다. 2004년 30.8%에서 2005년 31.4%, 지난해에는 32.7%로 증가했다.

기업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 ‘인간 존중’ 경영의 제1장 제1과라 할 수 있는 산재예방에 보다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노동부·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 대규모 개최

산업재해의 심각성과 함께 그 예방 활동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안전한 일터,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안전보건 관련 각종 행사가 대대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COEX에서 ‘제40회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주간 행사에서는 산업안전보건대회를 비롯해 세미나, 포럼, 국제컨퍼런스,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대회는 2일 오전 10시 COEX 그랜드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는데, 무재해 사업장을 이룩한 (주)은성프린터스의 차준은 대표이사가 동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84명의 산재예방 유공자에 대한 정부 포상이 주어졌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일부터 5일까지 COEX 태평양 홀에서 개최되는 ‘국제안전기기·작업환경개선·소방산업 전시회(KISS 2007)’이다. 올해로 25회째인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15개국에서 200여개의 업체가 참여해 안전관련 장비 등 1만여점을 출품했다.

은나노 입자를 적용하여 악취 제거와 살균 작용이 뛰어난 안전모, 통기시스템을 적용해 걸을 때마다 땀과 열을 배출하도록 제작된 안전화, 가정이나 일터에서 간단하게 가스누출을 탐지할 수 있는 가스검지기, 장시간 서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족압분포 측정기 등 산업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고 있다.

40개 주제 세미나, 포럼 등 개최

이번 행사의 일환으로 40개 주제를 놓고 세미나, 포럼 등도 열리고 있다.

공모를 통해 결정된 표어는 ‘안전한 일터, 건강한 사회’이다.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기준으로 6개의 주제를 선정해 세미나, 포럼,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6개 주제는 ‘미래를 향한 안전보건 전략’ ‘노사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보건경영’ ‘산업안전과 최신기술의 조화’ ‘인간공학과 건강증진’ ‘화학물질관리 및 작업환경의 개선 방향’ ‘사업장 안전보건 역량 전파’ 등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주제발표 내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보건’, 안전한 대한민국의 마스터플랜인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안전정책 전략’ 등이다.

첫날인 2일 열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보건’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선진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보건활동 동향 △일본의 지속 가능 경영 현황과 안전보건 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산업안전보건의 역할과 전망 등이 논의됐다.

4일 오후 2시 컨퍼런스센터 321호에서는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전달 체계의 국제적 동향’을 주제로 세계보건기구(WHO) 게리 에이커먼(Dr. Guerry Eijkemanas) 산업보건국장과 국제산업위생학회(IOHA) 타이와 씬(TSIN Tai-wa) 이사, 공단 화학물질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컨퍼러스’가 열렸다.

박길상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은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수준 향상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 행사를 통해 안전보건이 우리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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