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노동자를 ‘가짜환자’ 취급하다니…
건강한 노동세상 “산재불승인 남발 너무 심하다” … 치료포기 사태로 이어져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근골격계 질환의 산재 불승인률이 지난 2004년 9.8%에서 지난 2005년에는 18.1%로 껑충 뛰었다. 4천112명이 지난 2004년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요양을 했지만 2005년에는 1천625명에 그쳤다.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척추추간판탈출증의 산재불승인률 역시 2004년 31.5%(3천814명)에서 2005년 41.2%(2천691명)으로 크게 줄었다.

8일 산재관련 단체인 ‘건강한 노동세상’은 근로복지공단 인천북부지사 앞에서 ‘산재 노동자 불이익 사례 및 증언대회’를 열고 “산재요양신청에 대한 불승인률의 증가는 근로복지공단의 협소한 산재인정 기준과 탁상공론식 행정이 빚어놓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이 근골격계 질환과 요통환자들에게 치료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부당한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는가 하면 정상적인 치료기간을 보장하지 않은 채 강제로 치료를 종결시키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산재노동자들은 치료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 하고 아픈 몸으로 다시 일을 하는 악순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3월 무거운 것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해 ‘추간판탈출증’ 등의 진단을 받고 1년여간 산재로 치료를 받은 김기범씨는 증상이 악화로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에 재요양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과 다르게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협의회는 ‘MRI 상으로 보면 상태가 더 호전됐다’는 소견을 밝혀,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일하다가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라며 “그런데도 증세가 호전됐다고 판정한 근로복지공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갑 씨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 중앙병원은 김씨의 작업환경 측정을 실시한 결과 허리 부담작업과 중량물작업이 있어 근골격계에 해를 끼치므로 가능한 빨리 작업 자세를 교정해야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사협회가 ‘추간판탈출 증상은 보이지 않고 퇴행성 변화로 확인된다’는 소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김상갑 씨의 산재요양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6월 경추 추간판탈출증으로 요양신청을 접수한 서갑순 씨 역시 고대의료원 안암병원 등 대학병원 4곳에서 ‘추간판탈출증’ 소견을 받았으나 자문의사협회 심의 결과 ‘퇴행성 변화’로 판단됐다는 이유로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건강한 노동세상’측은 근로복지공단이 강제 치료종결 판정 이후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표만영씨의 경우도 자문의사협의회에 참석해 ‘예’ 한마디 대답한 것이 전부였다면서 “결국 강제 치료종결 결정을 내린 근로복지공단이 표만영 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신청하는 환자나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조차도 모두 가짜환자 취급을 하고 있다”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위해 만들어진 산재보상보험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은 부당한 불승인 남발과 강제치료종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07월10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