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건강을 지켜라”
금융권 과로사 퇴치법…강제퇴근·가정의 날·건강검진 개선 등
신현경 기자/매일노동뉴스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로사와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박아무개 기업은행 차장이 업무를 보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고, 지난 4월에는 이아무개 하나대투증권(옛 대한투자증권) 과장이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지난 3일에는 진아무개 금융감독원 신탁감독팀장이 과로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15일 전국금융산업노조에 따르면 은행에서만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자살과 과로로 사망한 직원이 8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업무과중 등으로 1년에 1명꼴로 과로사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노조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근무시간 정상화 조치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 강제퇴근,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LIG손해보험은 2년 전부터 오후 7시가 지나면 전산을 끄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여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업무가 많다며 ‘엠프로젝트’라는 시간조절 시스템을 조작하는 편법까지 사용하며 야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영업소에서는 소장의 묵인 하에 야근이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시스템 개선과 야근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금융감독원은 오후 6시30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꺼진다. 미리 신청하지 않은 시간외근무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주일 중 특정일을 지정해 강제퇴근을 시키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하나대투증권은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퇴근을 강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수요일과 휴일에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노조와 사전협의를 해야 근무가 가능하다. 노조가 매주 단말기를 체크, 위반한 직원에게는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한다.
신한은행은 3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을 ‘3無-DAY’로 정했다. 이른바 ‘야근·회식·약속’이 없는 날이다. 이날은 무조건 오후 7시에 퇴근해야 한다. 노조는 수요일 3무 데이 캠페인이 정착된 만큼 금요일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지난 4월 이후 가급적 오후 8시에는 퇴근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또 격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6시 퇴근을 종용하고 있다. 시행 초기 지켜졌지만 최근 증권사 업무 폭증으로 인해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노사는 건강검진 항목 조정 등 과로사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07년07월16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