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스트레스가 자살 불렀다”
출산 앞둔 부인 두고 대한항공 정비사 ‘의문의 자살’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대한항공 김해정비공장 작업통제그룹팀 최아무개 과장이 지난 10일 12시10분 경 공장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2달동안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식사도 거른 채 업무에 매달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과중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사측과 경찰 측은 ‘단순자살’로 치부한 채 업무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어 고인의 자살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7살 난 딸과 임신 7개월째인 부인을 두고 있는 고인은 1991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4년전부터 작업통제그룹(콘트롤타워)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해왔다. 책임감이 투철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던 고인은 업무에 대한 이해와 처리능력이 뛰어나 휴일근무는 물론 새벽퇴근이 상시적으로 이어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당일인 지난 10일은 UA항공기 납품을 하는 날로 고인은 이로 인해 두달 가까이 새벽 1~2시 사이에 퇴근했다가 다시 새벽 3~4시 사이에 출근을 되풀이하고 점심식사도 거른 채 납품일을 맞추기 위해 하루 온 종일을 업무에 매달려왔다. 유족들은 “이로 인해 2달 새 몸무게가 8Kg이나 빠지는 등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아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인이 자살을 기도한 날에도 새벽 2시30분 경 퇴근했다가 샤워만 한 채 새벽 3시에 다시 회사로 출근했으며, 동료들이 모두 점심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한항공 사측과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부산 강서경찰서의 태도. 유족은 “경찰측에서 시신과 유품확인 외에는 그 어떤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단순자살’로 결론내리고 있다”면서 “심지어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다’는 말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경찰측에서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냐’며 고압적인 태도로 전화를 끊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측 역시 사건경위에 대해 유족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피한 채 ‘산재로 보기 어렵다’, ‘합의금이나 위로금 등에 대한 조치는 기다려봐라’는 등으로 일관하며 업무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족은 “이제 갓 7살이 된 딸아이와 임신 중인 부인을 두고 결코 자살한 사람이 아니”라며 “누가 보더라도 과중한 업무부담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죽음을 부른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줄 것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07년07월18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