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공장 지역, 암 발병률 11배

● 앵커: 석면공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무려 11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면 방적공장이 있었던 부산의 한 지역을 대상으로 MBC 탐사보도팀과 부산대 연구진이 그 상관관계를 공동 조사했습니다.

박상규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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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동입니다.

지난 92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석면방적공장이 가동됐던 곳입니다.

석면원사를 석면천과 각종 마찰재,보온재로 가공했습니다.

● 당시 석면공장 근로자 : “그 당시에는 (석면공장 앞 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리 지나갈 때 입을 막고 지나갔어요.” (그 정도로 먼지 많았나요?) “예.”

먼지란 바로 석면 가루입니다.

열과 마찰에 강하고 가공하기 쉬워서 신이 내린 물질로도 불렸지만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인체에는 치명적입니다.

문제는 석면공장 근로자들의 직업병으로만 여겼던 피해가 일반 주민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20년전 이 공장 근처에 살았던 평범한 가정 주부 50살 김모씨는 최근 악성 중피종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 김 모씨 (악성중피종 환자) : “연산동에 한 2,3년 살았습니다. 그리고 석면공장인지 섬유공장인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악성 중피종이란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장기 깊숙히 침투한 뒤 평균 20년이 넘는 긴 잠복기를 거쳐 암을 유발하는 것인데 현재로선 이렇다할 치료약이 없습니다.

발견 뒤 기대수명은 6개월에서 18개월, 환자의 절반은 1년 안에 숨집니다.

직업적으로 석면을 다루지 않았음에도 악성 중피종에 걸린 부산지역 환자 22명의 주소지를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인 11명이, 연산동 석면공장으로 부터 2km 안에서 1년 이상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석면공장이 없었던 지역과 악성중피종의 발병률을 비교해봤습니다.

100만명당 4.4명,무려 11배가 넘습니다.

● 강동묵 교수 (부산대 의대 산업의학과) : “공장의 석면 때문에 환경에 의한 노출로 이 지역에 암 발생이 높지 않았나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석면공장 지역의 암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는 석면의 환경적 노출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밝힌 국내 첫 사례로 MBC와 부산대 의대 연구팀이 지난 1년간 공동조사했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석면공장은 지난 97년 이후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평균 20년이 넘는 석면관련 질환의 잠복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피해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MBC 뉴스 박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