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무방비’…비상구 조차 없었던 공장 2007-08-10 20:37
시너 사용하는 작업장 분리 안해

의왕공장 폭발로 화재…5,60대 여성 8명 사상

<8뉴스>

<앵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너무나 컸습니다. 아무리 영세 공장이라고 하지만 비상구 조차 없을 정도로, 화재 사고에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정영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불이 난 원진산업 작업장이 있는 경기도 의왕의 공장밀집 지역입니다.

직원이 열 명 남짓한 소규모 공장들이 모여 있습니다.

원진산업 작업장은 높이가 8m나 되는 3층에 자리잡고 있지만 비상구가 없었습니다.

비상구가 없는 건물에 유일한 통로인 이 계단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인명피해는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이 난 작업장의 규모는 2백 40㎡, 건축법은 400㎡ 이상의 작업장에만 비상구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원진산업 직원 : 펑하고 불길이 보이니까 어느 한분도 앞으로 오신 분이 없는거죠
비상구 있었으면 죽을 일 없죠.]

작업 현장에는 인화성이 강한 시너가 든 통들이, 고열을 내는 코팅 가열기 주변에 무방비로 널려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시너 하루 사용량이 200ℓ가 넘으면 작업장을 분리시켜야 하지만 사용량이 이에 미치지 않는다며 별도의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근처 소규모 공장들도 작업환경이 비슷합니다.

화재가 난 작업장처럼 3, 4층에 있지만 비상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 계단은 각종 자재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류태식/의왕 소방서 방호예방과 : 이 소규모 건물같은 경우에 계단 자체가 유독성 가스로 뒤덮힐 수가 있습니다. 탈출자체가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 8만 5천여 명 가운데 40%에 가까이가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경찰은 불이난 원진산업 작업장에서 1천ℓ 이상의 시너통들을 발견하고 안전규정을 어긴 사실이 확인되면 공장 대표 등을 사법처리할 방침입니다.

정영태 기자 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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