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느는데 공공병원 지원 줄인다?
지방의료원 격리병상 태부족…정부, 내년 예산 38.9% 삭감 움직임

조현미 기자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전국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지역거점병원인 지방의료원의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계는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이 신종플루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1일 보건의료노조가 밝힌 ‘신종플루 현장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 17곳 가운데 국립대·사립대·특수목적 공공병원은 격리병동을 운영하는 등 안전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료원 등은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몰리고 있는데도 음압시설(외부보다 압력이 낮은 시설)은 물론 격리병동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관계자는 “사스가 확산됐던 2002년에도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이 제기됐지만 그때뿐이었다”며 “긴급상황이 발생하고 나서야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내년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2010년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539억원(추경예산 포함)에서 329억원으로 210억원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지방의료원에 지원되는 예산이 38.9%나 줄어든다.

노조는 이에 따라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 △중환자 격리병상 마련 △지역거점병원 지원을 통한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체계 강화 △보건의료인에 대한 감염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한편 노조는 최근 복지부가 전국 126개 병원을 상대로 의료기관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은 신종플루 대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가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