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이달의 기업살인 현황

새해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에선 매일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를 당해 사망합니다. 직업병까지 합한다면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사망합니다. 알려지지 않고 ‘산업재해’로 집계되지 않는 죽음의 통계까지 감안한다면, 일로 인해 죽는 노동자의 수는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이 죽음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산업재해라는 단어는 노동자에게 일어난 불운을 묘사하기만 할 뿐, 그것이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죽음들에는 분명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파악하여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그 위험한 환경을 만든 기업에 있습니다. 정부도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우리가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기업이나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우선 일하다 사망한 개인의 사연을 상세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누가 어떠한 환경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다 죽었는지를 알아야, 과거와 같은 이유로 노동자가 죽는 비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노동자의 사망 소식은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하다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들 이야기 중 3분의 1만을 언론을 통해서 접합니다. 노동건강연대가 2018년 정부에 보고된 전체 산재사고사망 노동자 중 몇 명의 사건이 보도되었는지 분석해 본 결과, 578명(전체 산재 사고 사망 노동자의 66.2%)의 이야기는 보도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의 죽음만이라도 한데 모아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한달 동안의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작은 걸음이 되는 것이 <이달의 기업살인>의 목표입니다.

2020년 1월에는 일하다 죽은 노동자 42명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9년 12월에는 보도되지 않은 12월의 죽음들까지 총 45명)

일하다 떨어져 사망한 노동자 11명 중 9명이 건설업

‘떨어짐’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재해 유형입니다. 2020년 1월 언론에 보도된 죽음을 유형별로 살펴봤을 때, ‘떨어짐’이 11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중 9명이 건설 노동자였습니다. 정부에서도 건설 현장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를 줄이려고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고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다 죽은 청년 노동자 45.8%가 배달 노동자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사망한 청년 노동자(18~24세) 72명 중 33명이 배달 노동자였습니다. 2019년 4월 무면허 배달에 내몰린 18세 故 김은범 노동자 사건이 있었고, 지난 10월 22일 불법 좌회전에 목숨을 잃은 17세 배달노동자 사건이 있었습니다. 2020년 1월에도 17세 배달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였습니다.

설 연휴에도 노동자가 죽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설 연휴에 사망한 노동자의 수가 144명이었습니다.

2015년 27명
2016년 29명
2017년 38명
2018년 25명
2019년 25명
설 연휴와 직전, 직후 5일을 포함한 약 13~14일 집계 / 고용노동부

2020년 설 연휴(19일 ~ 31일) 노동자 사망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16명이었습니다.

다시 고개 드는 크레인 사망사고

2017년, 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를 포함하여 크레인으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가 21명이었습니다. 이후, 정부의 예방대책 시행으로 2018년에는 크레인 사망 사고가 0건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다시금 크레인 사망 사고들이 벌어졌습니다. 2020년 1월 보도된 크레인 사망 사고는 2건이고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3명입니다.

뒤늦게 보도된 2019년 12월 ‘노동자의 죽음’

2019-12-24 / 끼임

경남 합천 / 18시 44분경 / 생수 빈 병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A(63)씨, 신체 일부가 기계에 끼임. 인근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받던 중 사망.

2019-12-29 / 자살(직장내 괴롭힘)

경기도 성남시 / 성남시 콜센터 공무직 노동자(무기계약직)인 A씨, 징계위원회 해고 결정과 관련된 재심이 열린지 사흘 만인 12월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음. 유족과 민주노총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자살의 원인으로 주장.

2019-12-30 / 폭력행위

경남 창원시 / 1시 40분경 / 마산 합포구에 위치한 아파트(승객의 집 앞)에서, 택시 운전 노동자가 승객의 흉기에 찔려 사망. 경찰은 요금 문제로 인한 말다툼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

2020년 1월 ‘노동자의 죽음’

2020-1-1 / 떨어짐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 7시 51분경 /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A(52)씨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머리 등을 크게 다침.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2020-1-3 / 무너짐

인천 송도 / 8시 30분경 /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T자형 크레인(30m 높이)의 몸체 부위를 연결하는 볼트를 해체하는 작업 도중 크레인 기둥이 부러짐. 이로 인해 크레인 위에서 해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세 명이 떨어짐. 그중 두 명(A(59)씨는 떨어짐의 여파로, B(49)씨는 크레인에 깔려)이 사망하였고, 나머지 한 명은 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