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죽음 앞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LG유플러스!

개선책 보다는 영업(실적)압박으로 화답하는 LG헬로비전!

LG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일터를 원합니다.

일시 : 2020년 2월 12일(수) 11:00

장소 :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앞

 

더 이상의 명복은 없어야 한다

– LG그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응답하라!

 

나흘 남았다. 죽은 사람의 영(靈)이 좋은 곳으로 환생하도록 염원한다는 49재가 이제 나흘 남았다. 하지만 우리는 동료의 명복을 비는 대신, 이 자리에 섰다. 우리가 천수(千壽)를 누릴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죽은 동료의 영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LG헬로비전 고객과 통화를 하고, LG헬로비전의 케이블TV를 설치하다가 노동자가 죽었다. LG헬로비전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LG헬로비전이 편성한 시간대로 일하다 노동자가 죽었다. LG헬로비전의 이윤을 위해, LG헬로비전이 요구하는 지표를 맞추다가 노동자가 죽었다.

하지만 노동자가 죽은 지 한 달이 넘도록 LG그룹은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은커녕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방송·통신부문 고객센터를 외주화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왔다. 다른 기업들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CJ헬로를 인수해놓고서도 이름만 바꾼 채 외주업체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외주업체의 실적을 저울질하며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노동자의 작업내용과 작업강도를 결정하고,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익을 누리는 자가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것이 LG그룹이 이야기하는 ‘인화(人和)경영’을 실천하는 시작이다.

‘1등 DNA’를 통해 혁신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우리 노동자들은 원시적으로 죽어왔다. 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동료의 장례를 치르며 다짐했다. 아픔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더 이상 동료의 명복을 비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우리 노동자들은 일터의 생명과 안전을 스스로 지켜나갈 것이다. LG그룹이 책임 있게 산재문제를 해결하고 현장안전을 개선할 때까지 함께 외치고 싸울 것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LG헬로비전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다하라!

하나. LG헬로비전은 실적압박을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업무환경을 개선하라!

 

2020년 2월 12일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노동건강연대 박상빈 활동가 연대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노동건강연대에서 일하고 있는 박상빈입니다.

우선, LG헬로비전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원청의 원청 기업인 LG유플러스에 관한 몇 가지 지표를 말씀드리면서 발언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주, LG유플러스의 2019년 4분기 잠정 영업 실적이 공개되었습니다. 영업 이익이 1830억원, 당기 순이익이 1046억원이었고, 이는 전년도 대비 각각 66.6%, 68% 증가한 수치입니다.

반면 2019년 4분기에만 LG유플러스와 그 자회사 헬로비전에서 노동자 2명이 일하다 죽었습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소속 김태희 노동자가 11월 15일에 숨을 거뒀고, 12월 30일에는 LG헬로비전 고객센터 소속 김도빈 노동자가 세상을 떴습니다.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통신업 종사 기업들의 투자설명서에는 이런 내용이 공통적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현재 통신 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통신사 사이의 마케팅 비용 및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LG는 1000억원이 넘는 당기 순이익을 벌 수 있었을까요? LG만의 신통방통한 영업력과 서비스 때문인 걸까요? 아니면 노동자들을 외주화하고, 영업실적으로 압박하고, 그들의 노동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듦으로써 보전할 수 있었던 수익일까요?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이 외주화되면 기존에 위험하지 않을 수 있는 일도 위험하게 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원청은 하청업체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통해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환경과 노동강도를 결정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원청의 노력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변신합니다.

가령 노동건강연대와 헬로비전 노조가 지난 1월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LG헬로비전 하청업체 소속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1주일에 21.9회 고소작업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장비인 안전벨트나 사다리를 지급받은 노동자는 10명 중 3명도 채 안 되었습니다. 시중에서 고소작업용 안전벨트는 2만원밖에 안 합니다. LG는 그걸 아껴서 1000억원을 벌었고 노동자들은 더 큰 사고 위험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실태조사를 할 때 인터뷰 했던 헬로비전의 한 노동자분이 이렇게 말씀한 적 있습니다. “저희는 안전 벨트를 사비로 구매하는데, 그게 2~3년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하는데, 내가 봤을 때 이정도 장력이면 버틸만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가 떨어지고 다치고 하는 거에요.”라고요.

게다가 LG가 하청업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도급 수수료 체계로 개편한 것은 노동자의 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칩니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원청 LG헬로비전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변경된 계약조건 내에서 기존의 영업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상품을 팔아오라고 압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시간까지 포함한 업무 편성시간이 30~40분인 설치기사에게 영업까지 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력충원은 없습니다.

헬로비전은 3년 뒤 유플러스와의 합병을 염두에 두면서 회계장부상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의 활용, 인센티브제 도급 수수료 체계, 부당노동지시, 영업실적 강요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는 와중 헬로비전 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죽음이 점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대가로 기업은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위험은 회계장부상 숫자와 관련되지만, 노동자에게 위험은 생명과 건강과 관련됩니다.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하게 성장한 기업은 그만큼의 노동자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은 겁니다. LG유플러스가 벌어들인 2019년 4분기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건강이 대가로 지불되었을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라는 건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일터입니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LG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LG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모든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합니다. 외주, 하청, 불법 하도급이라는 노동법의 틈새로 빠져나가려 하지 말라고 노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LG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LG를 위해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을 책임감 있는 태도로 대우하고 대화 요청에 응해야 합니다. 이들의 건강한 일터를 만들 책임은 LG에게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