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김용균·문중원,
그리고 … 2020년, 밥 벌러 갔다 퇴근하지 못한 사람들
죽음을 멈추는 2.22 희망버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문중원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희망버스 출발 기자회견’
일시 : 2월 12일(수) 13시
장소 : 광화문 해치마당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문중원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죽음을 멈추는 2.22희망버스가 시동을 겁니다.
한해 2,4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죽어갑니다. 추락, 붕괴, 협착, 화재, 질식 등 죽음의 원인은 실로 다양합니다. 직업병과 일터괴롭힘 등으로 인한 자살까지 포함하면, 죽음의 숫자는 더욱 늘어납니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 6명이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2020년 새해에도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이 무참한 죽음의 행렬을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온 나라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종코로나라는 질병 문제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은 당연히 환영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 정부는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은 도무지 새겨듣질 않습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반복되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없이 둔감하지만, 이윤과 효율성이라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극도로 예민합니다.
우리 사회 또한 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에 여전히 무감각합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문재인 정부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던 약속, 불법파견을 바로잡고 불안과 절망을 강요하는 나쁜 일자리를 없애겠다던 약속, ILO핵심협약 비준으로 일하는 사람 누구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던 약속, 문재인 정부가 그 약속만 지켰다면 2020년 새해에도 하루 6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의 이름은 문중원입니다. 그는 정부 역할이 부재했고 정의가 실종된 공공기관에서 만연한 비리 문제로 인해 긴 시간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문중원 경마기수는 지난해 11월29일 한국마사회의 내부 비리 문제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고인의 억울한 죽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족과 민주노총, 시민대책위원회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사회의 진실 은폐와 정부의 수수방관 속에 시간은 덧없이 흘러,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벌써 76일째, 유족 상경투쟁은 47일째에 이르렀습니다.
마사회는 정부 공공기관입니다. 한국마사회법에서도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원활한 보급을 통하여 마사(馬事)의 진흥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여가선용을 도모함”을 제정 목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허울 좋은 핑계일 뿐, 그 실체는 다단계 착취구조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윤을 뽑아내는 민간기업의 행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사회는 문중원 경마기수를 비롯해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그저 경마사업의 시행 주체일 뿐이고, 기수와 말관리사, 마주, 생산자들에게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는 거짓말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마사회의 위선과 독단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마사회는 연간 매출액이 7조 8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이익집단입니다. 이곳에서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줄지어 발생하는 까닭은, 부정경마 지시와 불공정한 채용 문제가 이들을 시시각각 옥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매출 신장만을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승자독식,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선진경마제도’가 비리를 양산했고, 급기야 부정경마 관행이 독버섯처럼 피어났습니다.
<죽음을 멈추는 2.22희망버스>로 죽음의 레이스를 멈춥시다!
투전판으로 전락한 공공기관 마사회에서 갑질과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고삐’를 단단히 채우고, 기수와 말관리사들이 더 이상 착취와 경쟁의 굴레에서 신음하지 않도록 ‘안장’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한국마사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나아가, 비정규직 노예노동을 끝장내고 차별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2월 22일,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죽음을 멈추는 2.22희망버스>에 함께합시다. 희망을 만드는 이 길에 전국에 계신 노동자, 시민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기업살인법 제정하라!
– 인간답게 살고 싶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 노동개악 중단하고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 문중원 열사 진상 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 마사회 적폐청산 정부가 해결하라!
2020년 2월 12일
<죽음을 멈추는 2.22희망버스> 참가자 일동
노동건강연대 남준규 활동가 연대발언 전문
한국은 매일 3명의 노동자가 출근하였다가 산재사고로 사망합니다. 일 때문에 병들어 죽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죽습니다. 한국은 2020년 현재까지 꾸준히, 한 해에 2,400여 명의 노동자를 죽여 왔습니다. 김용균법이 시행되고 있는 2020년에도, 기업과 공공기관은 매일매일, 착실하게, 노동자를 죽이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언론에 보도된 산재사망 노동자만 42명이고, 2020년 2월은, 11일인, 화요일, 어제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노동건강연대가 수집할 수 있었던 산재사망 노동자만 16명이었습니다. 2020년 들어 벌써 58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일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의 죽음에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바로 산재사고, 사망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차별’ 받는 노동자라는 점입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주화하기 때문에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원청과 하청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와중에 노동자들이 위험에 더욱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2019년 11월 29일, 마사회로부터 차별받던 문중원 기수가 세상을 등지셨고, 2020년 2월 3일에는 여수산단 금호피앤비화학 하청노동자가, 2월 4일에는 청주방송 비정규직 PD 이재학이, 또 같은 날,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발주한 설비의, 제조업체 하청노동자가 죽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이렇게 일하다 일 때문에 죽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차별받아 죽는 것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합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기업살인, 산재사망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기업과 정부에 대하여 산재사망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죽은 노동자가 어떻게, 어떤 원인으로 죽임당했는지 면밀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살인법 제정을 통하여 기업과 책임자들에게 실질적인 처벌과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마사회의 차별에 항거한 문중원 열사의 뜻을 기리고, 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게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