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

 

 

열차 안전은 공공 안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가능한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사고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열차 사고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효과적 예방수단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부작용에 견줘 효과가 더 큰지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열차 사고 예방을 수단을 선택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열차 차량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는 불필요하고, 효과적이지도 않으며, 궤도 노동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권, 건강 등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한 사고 예방 수단이다.

정부는 “열차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실 내 운전자의 과실 여부나 교통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철도차량 운전실에서의 범죄를 예방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열차 차량 운전실에 감시 카메라 설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열차 사고의 원인 중 운전자의 과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고, 열차 차량 운전실에서의 범죄 건수 역시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열차 사고 예방을 위해 굳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열차 사고 발생시 운전자의 과실 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운행정보기록장치 분석만으로 충분하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주장을 고려하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 더 정확한 사고 분석이 가능하다는 추상적 주장만으로 노동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제약하는 감시 카메라 설치라는 수단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차량 운전실에서의 범죄 예방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 예방을 위한 것인지가 특정되어야 한다. 보안 인력 확충, 알람 시스템 보완, 출입 통제 시스템 보완 등 전통적인 보안 절차의 강화로 막을 수 없는, 감시카메라 설치만으로 막을 수 있는 범죄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야 한다.

단순히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이는 노동자의 정당한 이익에 대한 영향과 기본 권리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선택이기에 기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내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비디오 감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충분한 사전 위험 평가 후에,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조심스레 시도해야 한다는 유럽 정보 보호 감독관의 권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자 감시의 부정적 영향

혼자 일할 때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직무 성과가 다를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 차이를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간단한 업무의 경우 그러한 가정이 성립했지만 복잡한 업무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누군가가 곁에 존재할 때 오히려 업무 성과가 저하하였다.

전자감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전자감시를 당하면 그 업무 성과가 오히려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전자 감시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 업무 성과 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감시를 받는 노동자들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그로 인해 불건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감시를 받는 노동자들은 불안정하게 되고, 주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통제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러한 스트레스의 축적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감시를 받게 되면 업무의 양과 속도에 대한 부담이 생기게 되어 더 많은 양의 일을 더 빠른 속도로 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업무의 질을 희생하면서까지 업무의 양과 속도를 늘리려는 압박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것이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감시와 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들에서는 감시와 스트레스 수준 및 노동자의 정신 건강과는 연관 관계가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치밀하고 극심한 감시를 받을 경우 노동자들은 두려움, 불안, 분노, 자아 존중감 저하 등의 증상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전자 감시를 일종의 ‘규율’ 혹은 ‘훈육’ 시스템으로 여겨, ‘반-규율’ 혹은 ‘반-훈육’의 형태로 공공연하게 혹은 은밀하게 저항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전자감시는 노동자들이 자율성을 침해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어 다양한 형태의 사보타주(sabotage)를 일으키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자 감시는 업무 성과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노동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고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는다고 느껴 노동자의 건강을 해친다. 감시자의 의도와는 달리 노동자 감시는 노동자들의 유무형의 저항을 부르게 되고, 노동의 질 감소로 이어진다.

궤도 노동자의 건강과 정신심리 상태, 업무 만족도, 자아존중감 등이 열차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궤도 노동자가 건강해야 사고가 줄어든다. 궤도 노동자들이 업무에 만족하고 자신의 업무가 존중받는다고 생각해야 업무의 질이 높아지고 사고도 덜 일어난다.

열차 안전을 위해서는 운전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궤도 노동자들의 노동의 질과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다는 감시 카메라가 오히려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