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활방역지침 ‘아프면 3-4일 쉰다’ 직장인 3780명 긴급 설문조사
무급이면 ‘글쎄’ 55% 상병수당 줘야 90%
43.4% 자유로운 휴가사용 불가 … 비정규직 51.6%로 정규직의 1.4배, 57.4% 유급병가제도 없어 … 비정규직·특수고용까지 ‘상병수당’ 절실
1. “심한 감기증세로 회사에 출근해 아프다고 했더니 열을 체크한 후 과장님이 못 버티겠으면 퇴근하라 했습니다. 병원진료 후 감기가 더 악화되어 다음날 출근할 수 없다고 알렸습니다. 병원에서는 더 쉬라고 했지만 이틀을 쉬었기 때문에 출근했고 몸 상태는 여전히 안 좋았지만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일을 했습니다. 과장님은 이틀이나 쉬어서 팀 내 한 달 수량 펑크가 났으니 채워야 된다며 야근을 하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특근을 하다가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아픈 몸으로 휴일 특근과 잔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몸이 더 나빠져 병원 진료를 해야 할 것 같아 잔업시간을 줄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목표수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회사가 요구한대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너무 힘들었는데 목통증까지 더해지니 심적으로 너무 피폐해져서, 일하다 말고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선생님이 2주 병가를 권했습니다. 다음날 출근해 2주 병가 소견서를 제출했더니 비아냥거리며 근태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다며 잔업과 특근을 빼주지 않았습니다. 취업규칙에 병가 사용이 가능한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합니다.”(직장인 ㄱ씨)
2. 정부가 코로나19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검토하면서 4월 12일 생활방역지침(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생활방역지침 제1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였습니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직장인들의 휴가 및 병가 사용 실태 파악을 통해 정부의 방역지침 제1수칙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월 14일(화)부터 16일(목)까지 3일간 직장인 3,780명을 대상으로 ‘아프면 3~4일 쉴 수 있을까?-직장인 휴가사용 실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내용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지 여부 △유급병가제도 유무 △일하면 3~4일 쉬기의 필요성과 현실 △상병수당 필요성 등이었습니다. 설문 참가자의 고용형태는 정규직 54.1%, 비정규직 45.9%였습니다.
3. 회사에서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43.4%(1,640명)이었습니다. 비상용직은 51.6%(896명)가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고, 상용직은 36.4%(744명)가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해 비상용직이 상용직보다 연차휴가 사용의 어려움이 1.4배 높았습니다. ‘유급연차휴가와 별개의 유급병가제도’가 없다는 질문에 직장인의 57.4%(2,171명)가 회사에 별개의 유급병가제도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비상용직의 67.8%(1,177명)가 별도의 유급병가제도가 없다고 응답해 상용직(48.6%)보다 1.4배 높았습니다.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직장 분위기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73.7%(2,784명)로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4. 정부가 밝힌 생활방역지침 제1수칙인 “열이 나거나 기침·가래·근육통·코막힘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집에 머물며 3~4일간 쉰다”에 대해 직장인의 91.6%(3.461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49.0%(1,851명)이었으며, ‘그런 편이다’는 응답은 42.6%(1,610명) 이었다. 고용형태별로 봤을 때 생활방역 행동수칙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유급병가제도 비율이 높은 상용직이 95.4%(1,950명)로 비상용직(87.1% 1,511명)에 비해 높았습니다.
5. “아프면 3~4일 쉰다”는 정부의 생활방역 행동지침이 ‘무급’일 경우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은 44.9% (1,697명)에 불과했습니다. 생활방역 행동지침에도 불구하고 출근하겠다는 응답이 35.3%에 달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9.8%였습니다. 즉, 무급일 경우 직장인 55.1가 편안히 쉬기 어렵다는 응답이었습니다. 무급휴가일 경우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를 비롯해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직장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설문 결과입니다. 그래서 직장인의 90.3%는 “몸이 아프면 쉬고 국가가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6. 대기업 콜센터 상담사들은 마스크도, 소독제도, 연차휴가도 주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아니어서 대기업은 책임질 일이 없었습니다. 요양병원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 보호 장비 없이 환자를 돌봤습니다. 직원이 아니어서 병원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미화원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폐기물을 보호 장비 없이 치웠습니다. 공무원이 아니어서 정부의 보호 밖이었습니다. 평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사회가 직원이 아닌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자, 화들짝 놀라 대책반을 만들고, 보호 장비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혁신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세계로부터 칭찬을 받는 문재인 정부에게 묻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기업에게 100조가 넘는 돈을 퍼붓는 문재인 정부에게 묻습니다. 전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 도입한 ‘상병수당’, 유급병가제도를 언제까지 미루려고 합니까?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부가급여)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ㆍ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 <개정 2013. 5. 22.>
6. 직장이 언제인가부터 다양해졌습니다. 정규직은 당연히 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직장을 구하면 바로 파견노동자나 계약직 노동자 였고, 나의 권리가 뭔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언론에서 하청이, 파견이 위험하고 더 죽는다 했지만, 선택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미 좋은 일자리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직업의 서열을 나누었고, 노동자들은 결정된 구조 속에서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97년 IMF 이후 10년, 20년이 지날 수록 그 구조는 당연해져서, 지금은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가 힘들 때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집니다. 그게, 스스로라고 이야기하기 싫지만,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 구조를 당연시해야할까요?
7. 콜센터 집담감염 소식을 들었을 때, 올게 왔다 싶었습니다. 더 붙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70% 서비스 직종 노동자들은 매일이 곤욕입니다. 조금 더 떨어져 일하는 게 대안이지요? 누구에게 대안입니까? 아픔의 위협을 느낄 때, 직업인으로서 희생 말고 선택지는 정말 없는 걸까요? 건강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자기 일에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 긍정의 힘을 사회가 북돋아 줄 수 없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노동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그 힘은 우리 사회를 풍요롭고 가치 있게 합니다. 그 마음과 용기에 힘을 줄 대안이 필요합니다. 내가 하청노동자건, 파견노동자건, 판매노동자건, 상담노동자건 그런 위치와 계약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아플 땐 잘 쉬고 복귀할 수 있게, 복귀가 안 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꿈꿀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8.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위기에 처한 직장인들을 위해 직장갑질119는 3월9일부터 ‘코로나 갑질 특별대책반’(코로나대책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상담 이메일을 보낼 경우 4~5일 후에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대책반 운영 이후에는 코로나 갑질 제보에 한해 48시간 내에 답변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각한 제보에 대해서는 무료 법률지원, 언론제보, 근로감독청원 등을 지원합니다. 코로나대책반에는 노노모, 민변, 민주노총법률원의 전문가들이 시간을 내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9.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1일 출범했습니다. 2020년 4월 현재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등),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붙임1) ‘아프면 3~4일 쉴 수 있을까?’ <직장인 휴가사용 실태 긴급 설문조사> 보고서(파일첨부)
<이후 일정>
- <5차 비상경제회의> 보도자료
- 4월27일 <코로나가 직장인에게 미친 영향 설문조사> 결과 발표
- 5월 1일 세계노동절 130주년 기념 보도자료 : 2020년 노동절 직장인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