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의 ‘교통사고 후유증’ 놓고 엇갈린 법원의 판결

뉴시스 | 기사입력 2007-08-31 10:48

【서울=뉴시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병운)는 박모씨(42)가 “일할 능력이 충분한데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S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S주식회사의 버스운전기사인 박씨는 2003년 6월 운행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오던 중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박씨는 2003년 7월 초부터 이듬해 8월 말까지 약 400여일 동안 요양을 한 후 복직 요청을 했고, S주식회사는 박씨에게 노선 견습을 시켰다.

회사로 돌아간 박씨는 장해보상청구서 확인에 필요한 사인을 요구했고, 이후 S주식회사는 사인은 물론 일을 하겠다는 박씨의 요구도 거부한 채 박씨의 버스 운행을 보류시켰다.

S주식회사는 2004년 10월 “휴유증이 여전한 상태에서 장시간 버스 운전을 할 경우 장해가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박씨를 장해해고 했다.

박씨는 “산업재해 요양신청 및 장해보상금 신청에 대한 보복으로 해고 당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으나 이 마저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수천)는 지난해 8월 “원고가 후유증이 여전한 상태라는 장해진단을 받았고, 비좁은 운전석에 장시간 곧은 자세로 앉아 높은 주의력을 요하는 운전을 한다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피고의 복직신청 거부는 정당하다”고 판결해 김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발급받은 장해진단서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장해보상청구를 위한 것일 뿐 해당업무에 대한 노동능력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후유증이 있기는 하나 버스운전을 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사들의 소견을 종합해보면 복직 당시 원고의 노동능력은 버스운전업무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이며, 증상 또한 일시적이거나 경미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장기간 요양을 하고 복직 신청을 한 원고에게 이틀간 노선 견습을 시킨 피고가 원고의 장해보상청구 이후 한 달 넘게 승무를 보류시키고,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원고를 해고한 것은 장해진단서만을 기초로 한 경솔한 판단으로 보여져 피고의 해고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고, 원고의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의 잘못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해고일로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급 18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yh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