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현대중공업에서 467번째 노동자가 사망했다.

– 방역 성공의 나라 대한민국은, 노동자를 무더기로 죽이고 있는 최악의 살인기업 현대중공업을 그대로 둘 것인가?

 

2020년 5월 21일 오전 11시 20분경,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34세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올해만 5번째 노동자 사망이며, 1972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467번째 노동자 죽음이다. 보통 사람의 죽음을 숫자로 세는 일이 전쟁터, 급박한 감염병 위험 등이라면 한국에서는 일하다가 사람이 죽었을 때도 사람을 센다.

사망한 노동자는 LNG운반선 파이프 안에서 용접을 하다가 사망했다. 사람이 웅크리고 들어가서 용접작업을 하는 그 공간엔 아르곤가스가 차 있었고, 그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낯설지가 않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미 2012년 5월에도 하청 노동자 한 명이 용접용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2019년 10월 SK건설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도 아르곤가스 질식으로 배관작업을 하던 건설노동자 사망했다. 2013년 당진 현대제철에서는 5명의 하청노동자가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당시 현대제철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아르곤가스는 인체에 무해함을 강조했다. 아르곤가스 자체가 무해하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위험한 것은 일을 하는 공간 자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적당한 환기시설을 갖추고, 질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경보장치를 몸에 장착시켜야 했지만 기업은 방치했다. 2012년에도 한 사람을 죽였지만 여전히 아무 예방도 안 해 2020년에도 사람을 죽였다. 산소농도측정기 하나의 가격은 10만원도 안한다. 그걸 안해서 사람을 죽였다.

조선소, 그중에 현대중공업은 노동자가 많이 죽고 다치기로 유명하다. 특히 2차, 3차 하청 노동자가 많이 사망하고, 훨씬 더 많이 다친다.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2014년 13명, 2015년 7명 사망, 2016년 11명 사망의 흐름 당시, 고용노동부는 중간에 여러차례 특별근로감독을 나갔으나, 심지어 고용노동부 감독관들이 현장에 있을 때도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이미 세 명이 사망해 고용노동부가 4월 20일 현장 점검을 실시했고,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특별 감독을 실시했다. 그리고 5월 21일 하청노동자가 죽었다. 정부는 무능하고 기업은 무책임하다.

정말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것인가? 기존의 방식으로는 어떤 개선도 할 수 없음을, 산재 사망에서 착한 기업은 없음을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가 함께 목격하지 않았는가? 노동 안전에서 기업은 여전히 위험하다. 최고 경영자가 기업 경영의 중심에 위험 예방을 두고 전반적인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변한다. 개선에는 돈이 든다. 하나 두 개를 개선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이 죽는 게 위험 예방 비용보다 싸면, 기업은 계속 사람을 죽일 것이다. 정부는 지금 기업에게 당연한 돈을 쓰라고 말 못하고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기업들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위험한 기업은 우리 사회와 공존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매년 2400명이 일을 하다가 죽지만 역대 국회는 사람을 살릴 법을 만들지 않았다. 아니 무관심했다. 20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21대 국회는, 이 염원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급히 통과시켜, 매일 매일 죽고 있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 5월 27일 발족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시민과 노동자의 힘을 합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죽음 막을 것이다. 남은 것은 21대 국회의 화답이다.

 

2020년 5월 2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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