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상징, 동호공고 사태
[프레시안TV] 이부영 서울시교육위원 인터뷰
2007-09-09 오후 3:51:56
지난 5일, 서울시교육위원회는 의원간담회를 통해 ‘동호공고-아현직업학교 폐교 및 방송특성화고 설립 안건’을 이번 회기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동호공고 폐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번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동호공고 폐교 논란은 7년여를 끌어왔다. 인근 남산타운아파트는 42개 동 5150 세대나 되지만 근처에 초등학교가 없다. 2000~3000 세대가 들어설 경우 초등학교를 지어야 하지만, 2000년 당시 재개발 조합은 아파트 단지를 세 구역으로 나누어 짓는 편법을 사용했다. 아이들은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했고 아파트 주민들은 초등학교 설립을 줄곧 주장해왔다.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신설 부지로 거론된 곳이 바로 동호공고 자리.
끊임없는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시교육청은 동호공고의 이전을 결정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공고 이전을 찬성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용산구, 2006~7년엔 발산지구로의 이전이 검토되었으나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올해는 마포구의 아현직업학교와 동호공고를 통폐합하여 방송특성화고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포구민들도 공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17일 일방적으로 동호공고의 폐교를 행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교육위원회의 결정으로 동호공고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이부영 서울시교육위원은 “서울시 교육위원들이 대체적으로 동호공고 폐교는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호공고 사태가 “실업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주민들과 동호공고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이부영 / 서울시교육위원
Q. 동호공고 폐교안을 상정하지 않은 이유?
어린 자녀들이 한 30분씩 이렇게 먼 거리를 통학하는 걸 바라보는 학부모님들 심정은 애처로울 겁니다. 그러나 공고를, 공고이기 때문에 쫓겨나듯이..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또 그 지역주민 반발 때문에 못 옮기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다가 또 못 옮기고. 결국 그러니까 폐교한다, 이건 사실 교육적이지 않은 거죠.
문제점 하나. 동호공고 의견수렴도 없이 진행된 행정예고
적어도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그 학교 다니는 학생들 의견 하나 들어보지 않았거든요. 완전히 소외시키고, 학부모도 소외시키고, 교사들 의견 묵살하고,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서만 끌려 다녔다는 점에선 교육청으로서 교육당국으로서 문제가 있는 겁니다.
문제점 둘. 동호공고 학생들의 교육적 권리 침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동호공고 학생들이고. 당연히 우리나라에 태어난 학생의 한 사람으로 국가로부터 충분히 교육적 혜택을 받고, 충분한 인권, 또 인간으로서 어떤 존중을 받는, 이래야 됨에도 불구하고, 사회로 나오기도 전에 어떤 좌절감, 또 사회의 싸늘한 냉대, 이런 것들을 체험함으로써 상당히 상처가 컸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점 셋째. 실업계 학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
초등학교 세워야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 같으니까 그 학교의 구성원들이 그러면 절반을 운동장을 내주더라도 (공고 옆에 초등학교를 지으면) 되지 않느냐. 우리가 좀 양보를 해서. 그런데 공고이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게 그 쪽 분위기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학고나 외고라든가 자사고라든가 이런 게 있었으면 어린 자녀들에게도 교육적 환경으로 도움이 되니까 오히려 같이 세우는 걸 선호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게 이제 공고니까 문제가 있다고 바라본 거겠죠. 그 아이들도 내 자식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젊은, 자라나는 청소년이다, 지금 공부 못하고 공고 다녀도 얼마든지 그 인생에, 그 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우리의 소중한, 말하자면 미래, 우리 사회의 미래다, 이렇게 바라봐주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느냐. 또 그렇게 따듯한 시각 속에서 아이들이 오히려 바르게 자라나는 것이고.
문제점 넷째. 실업계 고교에 대한 차별
동호공고 사태는 우리나라의, 우리나라 전체 학생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실업계 학생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싸늘하고 차가운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을 해요. 우선 그 학생들이 공고 그러면 70년대, 80년대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갔고 또 우리나라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여주는 산업화의 역군이다, 이렇게 한동안 칭송도 받고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을 많이 했는데. 요즘 완전히 공고는 공부 못하고 문제 있는 아이들만 모이는 곳으로 취급받고. 그러다보니까 우리 사회의 교육에 있어서 완전히 소외지대다. 그러니까 눈만 뜨면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나오는 교육에 대한 논의들 가운데 실업 교육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어요. 적어도 30%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라거나 교육적 차원의 논의가 거의 없는 거죠. 온통 입시와 관련된 얘기뿐 그렇고.
Q. 동호공고 사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우리나라 실업교육 정책이 과연 있느냐 할 정도로 제가 볼 땐 참.. 지금 재정적 지원이 아주 적은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주요 관심사에서 밀려있다 보니까. 또 공부 못 하고 이런 아이들만 오는 데다, 이렇게 되니까 전혀 주목도 못 받고, 이걸 새롭게 변화시켜야만 되는 중요한 정책 당국자들이 깊은 고민을 안 하죠. 그런데 저는 차제에 우리나라 실업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그리고 좀 획기적인 이런 방안들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제가 가본 독일이라든가, 호주라든가, 이런 나라들을 보면 직업교육이 아주 체계적으로 잘 돼있어요. 저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실업교육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