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판데믹의 한복판에서 『노동과건강』 97호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9년 봄 온라인판 발간 이후, 1년 공백 끝에 돌아왔습니다. 기다려주신 회원과 독자들께 편집위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 우선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편집국에서]는 발간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사과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 사이를 부지런히 반복해왔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힐 만하면 또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도 『노동과건강』 발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노동, 건강, 연대”에 대해 여전히 알려져야 할 이야기, 전해야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코로나19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류가 함께 경험하는 대유행이지만, 코로나19로 초래된 건강과 생계의 위험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어떤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지, 어떻게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코로나19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은 현장 노동자들과의 간담회 결과를 지상으로 옮긴 것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바빠지고 위험해진 노동자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계의 위협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각자 다르게 경험한 위기와 공통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글은 공공연대기금과 직장갑질119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감염병 대유행으로 초래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안정 노동자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코로나19 유행은 전 세계가 함께 경험 중입니다. 노동자의 안전보건, 그리고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수호하기 위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도 역시 현재 진행형입니다. [해외 소식] 코너에서는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이주연 회원이 요양시설 영리화가 가져온 비극과 이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 상황을 전해줍니다.
노동건강연대는 2019년 한 해 동안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산재보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 그리고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및 형평성 강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사업과 연구보고서가 발행되기는 했지만, [산재보상 사각지대 살펴보기] 코너를 통해 그 내용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생계비 지원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정우준 활동가의 소회를 전하고, 연구팀에서 노동자 인터뷰 결과를 요약하여 실었습니다. 사업과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올해 4월 28일에도 어김없이 세계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은 돌아왔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코로나19 유행에도 산재사망-기업살인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기획 [故 김용균 이후, 오늘의 현장]에서는 변하지 않은, 혹은 조금은 변화의 희망이 보이는 현장들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남준규 활동가가 2019년 산재 통계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았는지 정리했고, 두 번째 글에서는 건설플랜트노조의 노동안전보건실장인 하해성 회원이 현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 번째 안현경 회원의 글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산재 사망과 관련된 원청기업 고발 사례의 경과를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합니다. 마지막 글은 2015년 학술지 New Solutions에 발표된 논문을 번역하고 정리한 것입니다. 2008년 40명이 희생된 코리아냉동 화재 참사를 비롯하여 반복되는 화재/폭발사고의 문제점을 노동안전보건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입니다. 『노동과건강』 발행 준비 중에 일어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사건은 이 논문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원고 마감 직전에 박지은 회원이 서둘러 원고를 작성해주셨습니다.
[포토스케치] 코너에서는 지난 4월 27일에 열린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현장을 담았습니다.
[지상 중계] 코너에서는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북 콘서트 현장을 전합니다.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을 지낸 전수경 조사관의 사회로 이루어진 대담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허환주 프레시안 기자의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시대의 책읽기] 코너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출판된 책들 중 함께 읽어볼 것들을 전합니다. 이슬아, 류한소, 김성이 회원이 각각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과로 자살』, 『제인스빌 이야기』를 통해, 젠더 불평등과 여성의 몸, 과로와 정신건강 문제, 탈산업화된 도시 노동계급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합니다.
1년 만에 내는 『노동과건강』이니 평소보다 더 알찬 내용으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과연 회원과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번에 모자랐던 부분은 앞으로 98호, 99호, 100호를 이어가면서 하나씩 채워가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판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해이면서, 동시에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 특별한 시기를 연대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회원과 독자들 모두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상윤 대표가 말미의 편지에 쓴 것처럼, 우리의 운동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편집위원장 김명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