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코로나19 유행과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그리고 건강]

지상간담회 2부

일이 없어졌다고 월급까지 반납하라니?

일시 : 2020년 4월 9일 오후 2시
장소 :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회의실
진행자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참여자 : 이철수 (가명, 영화제 계약직 노동자),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김인숙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기록: 김정우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박상빈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2020년 4월 9일 목요일, 코로나19가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비리고발센터장,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 김인숙 백화점면세점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직국장.

 

◆ 김명희 : 오늘이 두 번째 간담회입니다. 지난주에는 코로나 때문에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신 분들을 만났고, 오늘은 코로나 감염 문제보다는 일자리 위협이나 소득 감소 같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것으로 예상하고 모셨습니다.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김인숙 : 저는 서비스연맹 산하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에 있는 부루벨코리아지부 전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박영일 : 같은 연맹 산하에요. 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 김호연 : 보육교사로 현장에 15년 있었고, 보육시설에 대한 비리고발 고충상담 센터장으로 지금 10년차 활동하고 있어요. 보육활동가로는 25년차가 되었어요.

○ 이철수 : 지금은 소속이 없는데, 2년 정도 지역 영화제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고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 김명희 : 어떤 일을 하시는지, 노동조합에 계신다면 어떤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 김인숙 : 면세점은 백화점하고 비슷한 형태고, 판매서비스 일이에요. 공항에만 있는 건 아니고 시내점이 더 많아요. 서울, 인천, 제주, 부산 이렇게 있구요. 근무 형태는 갑을로 쉽게 나누기는 하는데, 면세점 기업들이 소위 갑이고 대부분의 직원은 을에 해당하는 입점 업체들에서 일해요. 예를 들면 신라면세점 안에 각 브랜드 업체들이 있는 거죠. 저희 부루벨코리아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요. 패션도 있고, 화장품도 있구요, 보통은 ‘루이비통 있는 회사에요’ 하면 많이 알아 들으시더라구요. 다른 업체는 보통 화장품만 있거나 단일 브랜드인데, 저희는 화장품도 있고 주얼리도 있고 패션 브랜드도 있고 그래서 내부에서도 복잡한 편이에요.

◆ 김명희 : 면세점은 업체에 자리를 내주는 거잖아요. 그러면 조합원들은 부루벨코리아의 직원인거죠?

☆ 김인숙 : 그렇죠. 부루벨코리아의 직원이면서 면세점 소속이기도 해요. 예전에는 면세점에서도 관리했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판촉 직원들 관리 못 하게 해서, 지금도 관리를 하긴 하는데 예전보다는 덜한 편이에요. 예전에는 면세점에서 스케줄 터치도 했었고 관리도 엄청 들어갔었는데 지금은 대놓고 하지는 못해요. 면세점이 좀 특수하잖아요. 관세청이나 세관과 연결돼 있다 보니까, 면세품이기 때문에 우리가 물건을 분실하거나 누가 훔쳐가면 그냥 분실이나 절도가 아니라 밀수가 되는 거죠. 그래서 면세점에서 직원 관리에 민감해 해요. 공항 직원들이 비행기 탈 때 검색하는 것을 저희한테도 똑같이 적용해요. 혹시 물건을 잘못 가지고 나간다거나 그럴까봐. 검색대도 따로 통과하고 면세점 자체적으로도 혹시 직원들이 실수를 하거나 반출하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나갈까봐 그렇게 해요.

◆ 김명희 : 일반 백화점보다 훨씬 까다롭겠네요?

☆ 김인숙 : 까다롭긴 한데요, 저희가 ‘백화점/면세점’ 산별 노조에 들어가 보니 백화점이 좀 더 심하더라구요. 예전엔 저희도 심했는데, 법도 바뀌고 대외 이미지를 많이 따지느라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하고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준에서 관리해요. 감정노동 같은 것도 권고사항이 나오면 잘 수용하면서 미리미리 대응하는 편이에요.

◆ 김명희 : 그럼 파견노동 같은 형태는 없나요? 모두 정직원인가요?

☆ 김인숙 : 저희는 임시직을 많이 쓰지는 않아요. 회사마다 상황이 다른데 저희 같은 경우는 정직원에 계약직 일부, 임시직 일부가 있어요. 출산 휴가 들어가는 직원 대체 인력이라 임시직이 많지는 않아요. 다른 업체는 아예 인력회사에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저희가 중국 고객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까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들을 많이 뽑아야 해서 그래요. 조선족이나 한족 직원들도 들어와요. 그 분들을 국내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뽑기가 힘드니까 아예 인력회사에 맡기는 거에요. 우리 브랜드 직원 너희가 알아서 뽑아서 보내줘 이런 식으로요.

◆ 김명희 : 그분들은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가 어렵겠네요?

☆ 김인숙 : 그분들은 회사가 세 개인 거죠. 면세점도 있고, 원청회사도 있고, 자기들 리쿠르팅 한 인력회사도 있고. 면세점도 점점 자기들이 손 안 대도 되니까 인력회사에 요청하는 형태로 가고 있어요. 지금 노동조합에는 각자 기업에 소속된 정직원들이고, 계약직도 있긴 한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조직되어 있지는 않아요.

◆ 김명희 : 이제 퀵서비스 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세요.

♤ 박영일 : 우리 일은 금융이 움직이냐 안 움직이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경기가 안 좋다 그러면 당연히 우리도 일거리가 떨어집니다. 현재 고용상태는 잘 아시겠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기사’였던 사람에게 이제는 직고용 아니다, 너희들은 앱에서 찍고 일하는 노동자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 이런 방식이 되었죠. 가면 갈수록 점점 힘들어져요. 없는 기사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그럽니다. 빨리 찍는 사람이 임자니까. 너희들끼리 싸우라는 거에요. 회사는 ‘누가 찍든지 수수료만 가져가면 돼’ 하는 거죠.

◆ 김명희 : 보통 한 플랫폼에 전속으로 일하지 않고 여러 군데 걸쳐있지 않나요?

♤ 박영일 : 여러 군데 걸치게 된 것도 기사가 선택한 게 아니에요. 예전에는 A회사, B회사, C회사 사무실이 종로, 강남, 여의도에 있었고, A회사에 30명, B에 20명, C에 50명의 기사가 있었다고 하면, 여의도에서 강남으로도 많이 가고, 시내로도 많이 가요. 그러다 보면 기사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A회사에서 여의도 쪽으로 가면 갈 때는 빈손으로 가잖아요. 그래서 앱이 생기기 전에는 무전기가 있어서 세 회사가 기사를 공유하자고 동맹을 한 거에요. 당신네 기사가 여기 왔을 때 우리 오더를 줘서 같이 나누자. 이런 식으로 기사를 공유하기 시작하다가 앱이 나왔어요. 그러면서 기사 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너희는 그냥 공유기사야 라고 떠넘기게 된 거죠. 고용관계를 없앤 거죠.

◆ 김명희 : 예전에는 그래도 어느 업체 소속이다 이런 마음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아닌 거네요.

♤ 박영일 : 그렇죠. 심지어 지금은 강제로 영업도 요구해요. ‘PR해라, 우리 사무실에 등록했지 않냐’ 그러면서 스티커 붙이고 영업까지 하라고 해요. 안 한다고 하면 회사 쪽에서 앱 사용을 일방적으로 막을 수 있어요. 자기네 오더 못 보게. 저는 통장지갑이라고 칸칸이 나눠진 지갑을 써요. 칸 마다 다른 사무실 명함 넣어서 다녀야 해요. 30칸짜리를 갖고 다니기도 해요. 그러다 실수로 이 업체 일로 가서 다른 업체 거를 주면 난리가 나죠. 저희들한테만 불리하게 해 놓고, 업무지시는 다 하면서 소속은 인정 안 하고 그래요. 예전에는 사장이 ‘얘는 우리 기사야’ 이랬어요. ‘야 우리 일 없을 때 같이 놀러 가자’ 그랬어요. 야유회도 가고 그랬죠. 근데 지금은 그게 전혀 없죠. 오로지 수수료만 받아먹고.

◆ 김명희 : 앱은 하나만 쓰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각각 다 따로 받아서 써야 하나요?

♤ 박영일 : ‘멀티’라고 해서 한 핸드폰에 30개~40개 정도 사무실에 꽂을 수 있어요. 멀티가 한 화면에 두 개씩 되는데 페이지를 넘기듯이 넘기면 10개, 15개씩 꽂는 데가 있어요. 15개면 30곳이죠. 이걸 핸드폰을 두 대를 들고 다닌다 그러면 60군데가 되죠.

◆ 김명희 : 핸드폰 다섯 개씩 붙여서 들고 다니시는 분도 봤어요.

♤ 박영일 : 그건 초창기였구요. 저도 예전에 무전기 쓸 때는 8대까지 차 봤어요. 가방 하나에 4개씩 넣어서 이어폰을 한쪽 귀에 4개씩 꽂았어요. 이제는 앱 덕분에 그것도 없어졌죠. 무전기까지만 해도 할만 했어요. 그래도 ‘칼질’은 없었거든요. 칼질이 뭐냐면 1만 원짜리 오더를 2천 원 떼고 8천 원으로 띄우는 거에요. 그 8천 원에 23%를 수수료로 받아가요. 앱 수수료는 또 따로 가져가는 거죠. 출금비도 있어요. 제가 돈을 빼려면 출금비를 또 따로 내야해요. 수수료를 25% 받는데도 있어요. 1만 원짜리 구간을 시키면 2500원이 나가는 거죠. 이러니까 오토바이 보험은 상상도 못해요. 나이 40세 기준으로 사고 두 번 난 사람이 책임보험 들려고 하면 400만원 나와요. 종합보험 가입하려고 하니 890만원 나와요. 들지 말라는 거죠. 이런 거조차도 정부에서 못 바로잡아 주면서. 너희는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노동자 인정도 안 해주고. 우리는 말 그대로 불법 유상운송이에요. 국가에서는 인정도 안 해주는데 보험회사에서는 유상운송이라고 딱 박아놓고 있죠. 퀵서비스 하는 사람들은 돈을 모으기 힘들어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죠. 그런 점이 굉장히 아쉬워요. 정부에서도 코로나19로 뭘 해준다는데 처음에는 퀵을 배제시켰어요. 일이 당연히 많아질 걸로 생각했던 거에요. 탁상행정이죠. ‘밖에 나가지 않으니 퀵을 많이 시킬 것이야’라고. 저희들이 청와대 앞이랑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고용노동부에서 퀵은 배제하지 않는다고 보도자료를 정정해서 냈어요. 그런데 저희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아요.

♧ 김호연 : 생계 때문이시죠?

♤ 박영일 : 네. 뭐 (기자회견) 하러 오라 그러면 일을 포기하고 가는 거예요. 그건 가족을 포기하고 가는 거에요. 저는 지금 혼자 살고 있어서 노조 일을 할 수 있는 거지, 가족이 있으면 절대 못 하죠.

◆ 김명희 : 코로나 관련 얘기는 조금 있다가 더 하구요. 이제 보육교사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볼께요.

♧ 김호연 : 저는 지금 보육교사 일은 안 하고 있구요, 노조 보육지부에서 비리고발센터 상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에 보육시설이 4만 3천여 개가 있어요. 한국에 교회와 편의점이 많다고 하지만 어린이집이 편의점보다 많아요. 그 중 국공립시설이 14.1%로 잡히는데 그게 국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아니에요. 비용지원을 하고 운영은 개인사업자가 해요. 거의 90%는 개인에게 위탁하는데, 법인 정도는 되어야 해외 국공립 시설처럼 100% 인건비 지원에 보육전담 교사 배치하고 청소, 행정, 병가나 연차 대체 인력 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는 보육시설이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개인사업자가 위탁 받아서 지원 비용에서 급식비, 간식비 빼돌리고 인건비마저 빼돌리는 일이 벌어지는 거죠. 예전에 J일보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쉬운 사업으로 보육사업, 어린이집 사업을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보통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은 1년 안에 열 곳 중 아홉 곳이 도태된다고 하는데 보육시설 같은 경우에는 국공립이 아니라고 해도 기본 보육료라는 이름으로 아동 당 20만~40만 원 정도의 보육료가 지원되니까…. 전국 4만 3천여 개 어린이집도 유치원 3법 반대했던 한유총처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조직으로 묶여 있어요. 광역시도, 소규모 시군구까지 아주 촘촘하게 짜인 조직이에요. 국공립분과, 직장분과, 민간분과, 가정분과 등으로 나눠져 있고, 어디에 감사가 뜨면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죠.

◆ 김명희 : 열어놓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네요.

♧ 김호연 : 네 그렇죠. 국공립, 법인, 직장, 민간, 가정, 공동육아 이렇게 시설 유형이 한 여섯 가지가 있는데, 그중 국공립, 법인, 직장을 뺀 나머지를 통칭해서 민간시설이라고 얘기해요. 여기 종사자만 약 28만 명이에요. 정교사가 23만 명 정도 되고, 보조교사, 그러니까 누리보조, 영아보조 이런 식으로 투입되는 인력이 한 5만 명으로 파악되죠. 이들 교사들은 일단 저임금이에요. 임금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그리고 장시간 노동을 해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보육시설은 하루 12시간 운영하게 돼 있어요. 어린이집은 어쨌든 문을 열어야 해요, 제가 보육교사 26년차인데, 26년 만에 코로나 때문에 처음으로 휴원 조치가 내려지는 걸 봤어요. 메르스 왔을 때도 사스가 왔을 때도 태풍이 불 때도 저희는 아이들을 보러 나가야 했어요. 처음이었어요. 또다른 특징은 감정노동이에요. 아이들하고 대면노동을 하는 게 기본인데다 부모도 만나고 원장도 만나야 되고, 요즘은 또 조손가정이나 대리양육이 많다 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도 상대해야 하고, 이사장 남편도 상대해야 하고, 차량기사나 조리사님 비위도 맞춰야하고, 뭐 ‘을’이 아니라 ‘병, 정’ 정도 되는 거 같아요. 계속 신경을 써야 해요. 멘탈 유지가 쉽지 않죠. 그리고 우리는 ‘아동학대 예비 범죄자’이기도 해요. 2012년 아동학대 사건으로 CCTV 설치가 법제화되었죠. 그 이전에도 전국 4만 3천 개 중 20% 정도는 CCTV가 있었어요. 이제는 영상만 찍는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송출까지 해요.

◆ 김명희 : 부모가 실시간으로 그걸 볼 수 있다는 거죠?

♧ 김호연 : 네. 부모들이 직장에서 핸드폰이나 PC로 볼 수 있어요. 보육현장에 CCTV 설치가 합법화되면서 사회복지, 요양, 간병 이런 시설들에도 CCTV가 도입되고 있어요. 초등학교도 도입하겠다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교사들 근속 년수가 평균 3.2년밖에 안 돼요.

◆ 김명희 : 아예 업계를 떠나는 건가요?

♧ 김호연 : 네. 간호직도 자격증 가진 사람은 많지만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다들 떠나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될 거 같아요. 예전에 노동건강연대랑 같이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한 적 있었는데, 그 때도 정신건강 상태가 별로 안 좋다고 나왔어요.

◆ 김명희 : 일단 어린이집 내부에서는 정규직인가요? 아니면 그 안에서도 이상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있나요?

♧ 김호연 : 아이들이 매년 3월 1일에 입학하고 2월 28일에 졸업하잖아요? 저희도 매년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써요. 정규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저희한테는 없어요. (사업주들이) 노무사한테 상담 받아서 만든 노예 계약서가 있어요. 가령 임시공휴일은 ‘공무원’들이 쉬는 날이니까 우리는 쉴 수 없고, 어린이집은 방학이 없으니까 쉴 수 없고 이런 식으로요. 물론 방학을 하긴 하죠. 7월 말, 8월초에. 그리고 12월 말, 1월 초에 5일씩 연차를 대체해서 쓰게 해요. 나머지 5일은 쓰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쓸 수가 없는 구조에요. 연차 사용하겠다고 하면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원장이 쓰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료한테 미안에서 못 쓰는 경우가 많아요.

◆ 김명희 : 병가나 출산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 김호연 : 4~5년 전까지는 꿈도 못 꿨어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실태조사 했을 때, 휴가 사용률이 20% 내외였어요. 보육교사들은 아이들 눈높이 맞추려면 무릎 꿇는 일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무릎에 물이 차서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으러 오라 하는데 갈 수가 없어서 방치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저희는 병에 걸리면 일을 그만둬야 해요. 병가를 쓴다거나 치료적 관점에서 1~2주, 아니면 3일 이상이라도 쉴 수 있게 한다? 그런 거 없고, 심지어 교통사고가 나면 바로 그만둬야 해요. 그래서 연차대체 합의서라는 걸 항상 작성해둬요. 그런데 보육 교사들 특징이 뭐냐면, 저를 포함해서 어른들이랑 있는 것보다 애들하고 있는 걸 제일 좋아해요. 애들하고 노는 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 김명희 : 돌봄노동 하시는 많은 분들이 그 일을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굉장히 힘든데도.

♧ 김호연 : 애기들은 생각만 해도 재밌고 좋은데, 큰 인간들 만나면 우울해지는 거죠. 보육교사들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거에요. 아이들이랑은 잘 노는데 어른들 관계는 잘 못 풀어요. 그리고 노동법은커녕 그리고 원장 말을 신처럼 믿고, 불법이라는 것을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하는 일이 많죠.

◆ 김명희 : 영화제 노동자는 사실 노건연 활동하면서 만난 제일 생소한 업종이에요. 주로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하고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 이철수 : 저는 경력이 많지 않아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워요. 제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부산영화제, 전주영화제, DMZ 영화제 등의 스태프 고용 문제가 이슈가 되었어요. 영화제가 1년에 한 번 열리니까 거기에 다 붙어서 일하다가 행사가 끝나면 할 일이 없는 거예요. 보통 상근으로 1년 내내 일하는 스태프가 있고, 영화제 기간에 맞춰서 2~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일하는 스태프들이 있어요. 정규직, 비정규직이 그렇게 구분이 돼요. 국내에 영화제가 100개 정도 있다 하면 스태프가 6백 명 정도 된다 하더라구요. 그중 150명만 상근직이고 나머지는 다 계약직이에요.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 3개월 내지 6개월 계약이에요. 계속 일하는 경우라도 3개월씩 쪼개서 계속 계약을 해요.

◆ 김명희 : 그럼 개인적으로 영화제와 계약하는 건가요? 뭔가 팀으로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고, 회사단위로 계약하면 좋을 거 같은데.

○ 이철수 : 형태는 다양해요. 부산영화제나 전주영화제 같은 큰 영화제는 자체에서 소화할 수 있어요. 사실 유명한 영화제는 몇 개 안되지만 실제로는 100여개 정도로 굉장히 많아요. 대부분이 지자체 예산을 받아서 개최되는 행사고, 이 경우에는 지역 문화재단이나 지역 영상위원회, 지자체 산하기관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 영화제 노동자는 영화제가 아니라 그 기관과 계약을 맺게 돼요.

◆ 김명희 : 그럼 내가 이번 1년 동안 영화제에서 일 했고, 다음 해에도 또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나요?

○ 이철수 : 제가 바로 그런 사례였는데, 계약을 계속 쪼개서 하다 보면 2년이 차잖아요. 그러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보통 그렇게 안 해주니까 다른 영화제를 알아보거나 하는 거죠.

◆ 김명희 : 예컨대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경우는 어차피 매년 하는 거니까 그냥 상근 직원을 뽑으면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는 거죠?

○ 이철수 : 핵심 스태프 빼고는 거의 그렇죠.

 

  • 2월까지도 이렇게 될 줄 상상을 못했어요.

◆ 김명희 : 코로나 유행하면서 문화예술 공연이 다 취소되었잖아요? 요즘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주세요.

○ 이철수 : 일단 제가 있던 팀은 2월까지도 이런 상황을 상상 못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영화제가 하반기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지만, 2월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했거든요. 이 정도면 개최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코로나가 2월 말부터 3월초까지 거의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부분 영화제들이 일정을 다 뒤로 미루게 됐죠. 극장, 수입사, 배급사 할 거 없이 거의 대부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산업 전체를 놓고 봐도, 영진위에서 코로나 대응 팀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 시점이 굉장히 늦었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 김명희 : 그럼 선생님은 계약을 했는데 무산된 건가요? 아니면 계약도 못해보고 무산된 건가요?

○ 이철수 : 저 같은 경우에는 원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었어요. 저희 회사가 시 쪽에 동의를 구했는데 허락을 안 해줬나 봐요. 회사는 영화제를 개최하려면 경력 있는 스텝이 필요하니까 얘를 어떻게 데려갈까 고민하다가, 그럼 한 달 쉬고 재입사하자 해서 제가 1월 한 달 쉬게 되었고, 서류 보내서 면접보고 재입사하기로 했는데 마침 1월에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좀 쉬다가 2월 중순쯤 괜찮아져서 회사도 3월에 다시 시작해보기로 하고 집에서 자잘한 영화제 업무들을 처리하던 중이었는데, 3월에 영화제가 뒤로 밀리면서 채용계획도 전부 밀려버렸어요. 지금은 그나마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계약 자체가 굉장히 짧아서 실업급여 못 받는 분들도 많아요. 같이 일하던 분들 중에도 3개월 일하다가 재계약 얘기가 없으면 당연히 만료된 걸로 알고 나가는 분들 많았어요. 저는 여기서 영화제 끝나고 후속 프로그램까지 쭉 담당해서 일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던 거에요. 여기서 3개월 일 하고 좀 쉬다가 다른 영화제 가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실업급여는 생각도 안 하죠.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인데, 지역 자체를 옮겨가면서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 김명희 : 보육시설도 궁금해요. 보육 선생님들은 지금 다 어디 계신가요?

♧ 김호연 : 해고되고 있어요. 신규채용으로 대기하고 있던 교사들은 3월 개학하자마자 나와야 해서 반 구성도 다 마친 상태인데 2월 말쯤에 휴원이 공표되면서 다 해고됐어요. 계약서엔 수습기간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부당해고도 아니에요. 실질적으로 일도 안 했잖아요. 기존 교사들도 불안해하고 있어요. 부모들이 선택을 하기 시작한 거에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시설에 보내면 위험하니까, 아예 보내는 걸 포기하고 양육수당을 선택하는 거죠. 인기 있는 어린이집, 특히 국공립같은 경우에는 대기자가 100명씩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맞벌이라도 들어가기 힘들어요. 그런 곳에서도 교사 1인당 아이가 3명, 5명, 7명, 이렇게 두세 반 정도가 있는 데, 여기서 영아가 두세 명 빠져버리면 반 구성이 아예 안 돼요. 만약에 정부가 지침을 안 내린 상태에서 운영이 힘들어 교사 임금을 깎거나 교사들을 내보내면 ‘경영상 해고’가 맞겠죠. 근데 정부가 1월 29일 이후로 지침을 내렸어요. 원래 아이가 20일 중에 11일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보육료 결제가 안 돼요. 허위 아동 등록으로 보조금 횡령이 되는 거죠. 그런데 복지부가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는 아이가 11일 이상 시설에 안 나와도 시설과 부모에게 지원하겠다고, 되도록 고용을 유지하라고도 했어요. 근데 시설들이 고용을 유지 안 해요. 저희가 처우가 안 좋다보니까 노동조합이 생기고 10여 년 동안 처우개선비가 올랐어요. 임금 가이드라인도 없고 뭐 아무 것도 없는데, 하도 징징대니까 겨우 해준 게 임금을 보전해주는 처우개선비라는 걸 지급하는데, 그게 지역별 편차가 되게 커요. 재정자립도에 따라서 30만~50만 원 정도 돼요. 그럼 최저임금 170에 30만 원 더하면 200만 원은 맞춰지는 거죠. 그런데 시설들이 지자체에 교사 임명보고를 해서 인건비는 받으면서 교사한테는 나오지 말라고 한 거에요. 교사 본인은 해고된 줄도 몰라요. 왜냐하면 퇴임 보고를 안 했기 때문에, 그걸 어린이집이 꿀꺽한 거죠. 또 보육교사보고 ‘야 운영이 너무 힘들어, 너도 보이지? 애들도 없고 지금 운영 안 되는 거. 그러니까 너 임금 170 받았지, 그 중에서 40~50 정도 돌려줘’ 라고 한 거에요. 또는 ‘야 나 선물해야 돼. 엄마들 이탈 막으려면’. 그래서 한우도 선물하고 도시락도 선물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코로나 유행 시국에 우리 원에 다니는 아이 아파트 문에다가 색칠공부, 놀이감 이런거 걸어놓고 오라는 거에요. 교사 임금은 깎으면서…. 저희 월급이 200이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임금의 7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잖아요. 그러면 원장은 30%만 지급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중복지급라서 처우개선비를 못 받아요. 원장은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데, 교사들은 임금이 깎이는 거죠. 고용유지지원금이 200만원의 70%인 140 중에 90%만 주잖아요. 그렇게 되면 처우개선비는 아예 못 받게 돼요. 혹시라도 교사들이 그걸 알면 동의하지 않을까봐 강제 싸인을 받았어요. 바쁠 때, 애들 보고 있을 때 옆에 와 가지고 ‘선생님 여기 빨리 싸인해’ 그러면서 싸인 받고 가거든요. 싸인을 안 하면 엄청 괴롭혀요. 들들 볶아요. 코로나 유행이라고 페이백을 강요당하든지, 해고를 당하든지 하는 상황이에요.

◆ 김명희 : 정말 창의적이에요. 그걸 페이백 할 생각은 꿈에도 못 꿨는데.

♧ 김호연 : 보육은 공공성이 있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기에 지원을 하는 건데, 지난 30년 동안 이들은 굉장한 노하우를 쌓았어요. 보조금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장부를 보면 깨끗해요.

◆ 김명희 : 20만원~30만원씩 임금 일부를 통장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건가요?

♧ 김호연 :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하죠. 현금으로 받죠. 현금도 남들 볼 때 안 받아요. 한 시설에 근무하는 교사가 다섯이면, 그 교사는 자기를 뺀 나머지가 페이백을 당하는지 아닌지도 몰라요. 사실 이 교사가 다른 교사 임금조차 몰라요. 엊그제 저희가 실태조사 했더니 1100명 중 300명 정도가 페이백했다고 나왔어요. 설문조사 초기에는 한 70%까지 나왔는데, 저희가 실태조사 할 거라고 기자회견 하고 막 그러니까 연합회에서 엄청 신경을 썼어요. 그러더니 설문 4일차부터 한 3일 동안 갑자기 2~3백 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는데, 결과가 바뀌기 시작하더라구요. 주관식 답변에 ‘나는 보육경력이 20년인데 그런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답변이 쏟아지고…. 그래서 최종 30% 정도 나온 거에요.

 

  • 업무는 20~30% 줄었지만 수입은 50% 줄었어요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

◆ 김명희 : 퀵서비스 노동은 요즘 어떠신가요.

♤ 박영일 : 고용노동부에서 설문한 거 보면 업무량이 20~30% 줄었다고 나오는데, 수입은 사실 50% 정도 줄었어요.

◆ 김명희 : 일의 양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었다고요?

♤ 박영일 : 네. 평상시에 오더를 다섯 개 가지고 이동한다고 했을 때, 픽업부터 완료까지 세 시간 잡는다고 하면, 그 세 시간 동안 처리한 오더 5개에서 수수료를 떼야 수입이 발생하죠. 근데 요즘은 한 개에서 많이 가져가 봐야 세 개를 가져가니 시간은 똑같이 들어도 수입은 떨어지는 거에요. 지금 하루하루 가면 갈수록 더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안 그래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대책이 없어요. 정부에서도 특고에게도 보조금을 준다고 했는데, 서류를 봤더니 저희가 준비할 수 없는 서류가 많아요. 이를테면 고용보험 가입 증명서, 수입이 50% 줄었다는 증명서. 사무실에서 써 주기는 하겠다고 해요. 근데 거기에 상세한 내역을 써달라고 하면 자기는 못해주겠다는 거에요. 공유 오더를 쓰기 때문에 한 사무실에서 그걸 다 써줄 수가 없어요. 이 사무실에서도 찍고 저 사무실에서도 찍고 하는데 그 모든 사무실에서 다 통계를 내주나? 불가능하죠. 그런 점이 너무 어렵습니다.

◆ 김명희 : 실업이면 실업급여라도 받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어떻게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네요. 어떤 방식으로 하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 박영일 : 대리기사나 저희나 똑같이 앱으로 일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증거는 여기에 다 남아있어요. 이걸 캡쳐해서 증거 자료로 내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나머지를 밝히는 건 지자체에서 해야지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 김명희 : 캡쳐 안해도 앱에서 데이터 추출하면 노동시간이나 수수료 같은 거 계산이 어렵지는 않을텐데….

♤ 박영일 : 우리는 그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워요. 사무실 일 하는 분들은 책상에 앉아서 서류 하나 떼는 것도 쉽게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일일이 사무실 찾아다니고 컴퓨터 앉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봐야 돼요. 게다가 요즘은 사무실에서 자기네는 고용주 아니라고 하면서도, 전체공지로 ‘아무개 실장입니다. 금일 자정부로 해서 3XX번 기사님 퇴출 조치했습니다’ 공지가 올라와요.

♧ 김호연 : 패널티도 아니고 그냥 잘라버리는 거에요?

♤ 박영일 : 네 그냥. 이게 4월 1일에 공지 하나 딱 올라온 거에요. 업무 지시도 엄청 받아요. 어제는 관리자가 GPS를 보고 있다 ‘기사님 아직까지 강남에 계십니까?’ 연락이 왔어요. 그전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어요. 요즘은 일이 없으니까, 사무실에서도 할 일이 없잖아요. 원래는 고객 항의 전화가 오면 모를까 절대 그런 식의 전화 안 했는데, 한가하고 일이 없으니까 ‘어? 이 기사 맘에 안 드네, 퇴출시켜버려’ 이렇게 하는 거죠.

◆ 김명희 : 전속도 아닌데 그렇게 관리를 하는군요.

♤ 박영일 : 저희도 강제적인 노예계약이에요. 계약서를 보면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해서 서명만 하래요. 서명을 안 하면 공유오더 안 보이게 차단하겠다. 너무 불합리하죠. 혼자서 일 하다 보니 기사들끼리도 서로가 경쟁자잖아요. 예를 들어 H시청에 기사가 둘 있었는데, 오더가 하나가 떴어요. 그럼 먼저 찍는 사람은 돈을 벌고 다른 사람은 빈차로 돌아와야 해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기사들끼리 서로 단합이 안 돼요. 너무 안타까워요. 우리 노조도 2007년에 출범했는데 이제 막 100명 넘었습니다. 이것도 굉장히 힘들게 만든 거에요. 첫 시작이 열 몇 명으로 시작해서 3년 전 쯤에야 100명이 겨우 넘었어요. 근데 이번에 마스크 나눠주면서 20명 정도가 가입을 했어요. 아직까지 퀵 노조가 있는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 김명희 : 전속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앱으로 관리하는 업체에서 마스크를 제공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노조에서 직접 준비하셨나봐요.

♤ 박영일 : 서울사업자협의회에서는 굉장히 불안했나 봐요. 저한테 전화도 왔어요. 자기들도 마스크서 배포하고 싶은데 몇 개 정도가 필요하냐고 해서, 제가 서울, 경기만 기사가 10만 명이다. 한 사람 당 다섯 장 씩이면 50만 장 필요하겠다 얘기해 줬어요. (웃음) 어휴 그렇게는 못하겠다면서 조만간 답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네요.

◆ 김명희 : 배달앱은 같은 앱 쓰면 다른 사람 위치를 볼 수 있는 것 같던데, 퀵도 동료 위치 파악이 가능한가요?

♤ 박영일 : 그건 불가능합니다. 회사에서는 다 보고 있죠. 회사에서는 이 기사가 맘에 안 들면 우리 오더를 안 보여줄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벌점 제도라는 게 있는데 저도 작년에 처음 알았어요. 다른 기사랑 같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오더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사무실에 전화해서 왜 나는 안 보이냐 물어보니까, ‘기사님은 벌점이 300점 넘네요’ 그래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자기네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내부 규정이었던 거에요.

◆ 김명희 : 그렇게 잘 관리하는데 실업급여를 줄 수 있는 관리는 안 되네요.

♤ 박영일 : 가장 불리한건 프로그램인데, 전에는 한 사람 명의로 하나밖에 꽂을 수 없었어요. 지금은 30개를 꽂아도 아무 말 안 합니다. 하나 당 1만6500원씩 돈을 내니까요.

◆ 김명희 : 기사 본인이 내는 거에요?

♤ 박영일 : 그렇죠. 30개를 깔았다 생각해보세요. 프로그램 사용료만 한 달에 50만원씩 나가죠. 근데 프로그램을 교묘하게 만든 게, 3초, 6초, 9초 단위로 오더를 뜨게 만들어 놓았어요. 그러니까 그 사이사이 오더를 다 보려면 프로그램이 많아야죠. 5초에 콩알만한 빵 하나씩 떨어지는 건데, 5초를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건데, 10대를 꽂아 놓으면 쉬지 않고 계속 주워먹을 수 있는 거에요. 어떻게 하겠어요, 배고픈 우리는. 계속 주워먹을 수 있는 걸 택하겠죠.

♧ 김호연 : 우리 도와줄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박사 없을까요?

♤ 박영일 : 그래서 정부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해달라고 요구 했어요. 근데 기업이 살아야 기사가 안 흔들린다는 고정관념, 이런 거 때문에….

 

  • 그냥 무급으로 들어가세요, 우선 들어가세요

김인숙 백화점면세점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직국장

◆ 김명희 : 요즘 항공사들도 문 닫고 그러던데, 면세점은 어떤가요?

☆ 김인숙 : 면세점은 원래도 이런 거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유통업이면서 관광 쪽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소속은 유통도 아니고 관광도 아니에요. 이번에도 항공사는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됐잖아요. 저희도 항공사랑 관광업계랑 똑같잖아요. 비행기가 안 뜨면 쇼핑도 안 하니까. 그런데도 저희는 제외되었어요. 면세점 쪽에서 우리도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저희는 면세점 소속이 아니라 입점업체 소속이다 보니까 업종이 도소매업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과연 지원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정부에서 모든 종사자에게 해당된다는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 한 지원을 안 해줄 것 같아요. 면세점도 관리는 하지만 책임질 일은 너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거든요. 평소에 6시 반~9시 반이 근무시간이에요. 그래서 스물 몇 명을 위 아래로 두 타임이나 세 타임으로 나눠서 근무하는데, 요즘 손님이 하나도 없으니까 다 출근을 하지도 않고, 아침에 7명이 나와요. 하지만 아침에 나와봤자 뭐 하겠어요. 손님 구경을 할 수가 없는데. 또 예전에는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 만나러 종종 들어갔었어요. 근데 공항공사에서 2월부터 외부인 방문 하지 말라고 해서 현장 방문을 못 가고 있어요. 저희도 조심스러운 거죠. 그래도 명동 같이 가까운 데는 종종 가보는데, 한 바퀴 돌아보면 매장마다 한 명씩, 그냥 문 열어놓고 가만히 있어요. 중국 손님들로 바글바글 했던 곳도 엘리베이터 저 혼자 타고 올라갔어요. 손님이 와서 어디선가 계산하면 영수증 나오는 소리가 찌지지직 거리잖아요. 그러면 어 어디 계산하나? 하면서 다 쳐다봐요. 그 정도로 손님이 없고 그냥 개점휴업 상태예요. 저도 면세점 일 20년 넘게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시내점은 2월은 버티다가 3월부터 예전에는 12시간 영업하던 것을 9시간으로 줄였어요. 4월 들어오면서 8시간, 7시간으로 근무 시간 자체를 줄이고 있어요. 공항에서도 4월 들어오면서 중소기업들이 너무 힘들고 인력을 줄여야 하니까 근무시간을 9시~ 6시로 싹 다 바꿨어요.

◆ 김명희 : 해고를 한 거에요? 아니면 서로 노동시간을 조금씩 줄인 건가요?

☆ 김인숙 : 조금 큰 기업이거나 그동안 잘 벌었던 곳, 조금 양심이 있는 데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죠. 연차나 무급휴가를 강제할 수 없다지만, 대부분 노동조합이 없으니까, 무급휴가를 1주일씩 쓰라고 하면 그나마 양반인 거예요. 돌아가면서 무급으로 1주일씩 쉬고, 심한 데는 한 달씩 무급으로. 더 심한 경우는 ‘그냥 무급으로 들어가세요’ 그래요. ‘저는 언제 다시 나와요?’ 물어보면 ‘우선 들어가세요’ 그러는 거에요.

◆ 김명희 : 그럼 실업급여도 못 받겠네요?

☆ 김인숙 : 그래서 어떤 직원은 차라리 권고사직 시켜 달라고 해요. 무급으로 버티는 직원들은 언젠가는 다시 출근하겠지 하면서 버티는 건데, 권고사직 요청하는 직원은 면세점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데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위기감을 느끼는 거죠. 사스 때도 심각했었어요. 그래도 면세점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토산품 브랜드 직원들이 한 달은 짧은 편이고 1년 씩 휴가를 가기도 했었어요.

◆ 김명희 : 그때는 1년 지나고 회복이 되기는 했잖아요.

☆ 김인숙 : 면세점이 이렇게까지 한꺼번에 주저앉는 게 처음이거든요. 기복이 있어도 한쪽에서 메꿔주는 게 있어요. 환율이 안 좋으면 외국인이, 좋으면 내국인이 채워주는데, 지금은 비행기 자체가 안 뜨니까요. 탑승동 쪽은 아예 문을 닫기도 하더라구요. 공항이 이용객 수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 준비를 했더라구요. 1단계가 하루 이용객 7000~1만2000명이에요. 전체 공항 이용객수가 이 정도면 공항에 사람이 보이지도 않아요. 출국객이 아니라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 전체를 말하는 것이거든요. 4월 들어서는 더 줄어서, 엊그저께 3천 몇 명이 이용했다고 하더라구요. 공항에 사람 3500명이면 직원들이 더 많을 거에요. 보통 명절에 공항 바글바글 할 때가 10만, 12만 명이에요. 3000명이면 공항에 사람이 보이지도 않아요. 직원들도 그래서 힘들어하고 그래요. 손님 없으니까 최소 인원만 출근하라고 하는데, 새벽조가 6시 반에 나와서 12시 반에 교대해요. 그때까지 혼자 서 있어야 해요. 화장품 매장은 오픈돼 있으니까 보이는 사람이라도 있는데, 부티크라고 하는 명품 매장들은 안 그렇잖아요. 근데 거기서도 혼자 그냥 계속 서 있는 거예요. 사람 구경 못하고. 이제 두시 반이 되면 새벽조는 퇴근하고 저녁조가 9시 반까지 가만히 혼자 있어야 해요. 그게 너무 힘들다고 해요. 업체들도 시간을 줄이자고 공항공사에 얘기했는데 못하고 있다가 지금은 줄이고 있죠. 탑승동에서는 일일 공지가 나가요. 3월 말에 하루는 오전 10시에 비행기가 딱 한 대 떴더라구요. 전날 오후에 공지가 나가요. 내일 오전 10시에 한 대만 있으니까 새벽조만 출근하세요, 저녁조는 출근하지 마세요. 오후조는 그런 날이 꽤 있으니까 집에서 대기만 해야 하는 거에요.

◆ 김명희 : 대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임금은 나오나요?

☆ 김인숙 : 아뇨 그렇게 되면 휴업으로 들어가서 휴업수당이 나오죠. 근데 작은 회사는 그냥 날아가는 거예요. 출근을 안 했으니까.

 

  • 이게 각개전투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비리고발센터장

◆ 김명희 : 네 분 처하신 상황이 너무 다르네요. 정부 입장에서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박영일 : 우리의 공통점은 앞으로의 기약이 없다는 거에요. 코로나 유행이 우리나라만 끝났다고 해서 회복될 수 있냐, 절대 그렇지 않겠죠. 전 세계가 다같이 끝나야 하는 거죠. 그리고 다 똑같이 점점 더 권고사직이나 해고 조치가 많아질 것이고, 마음에 안 들면 일방적으로 퇴출. 이런 시기가 다가오겠죠.

☆ 김인숙 : 우리는 산별노조니까, 간혹 개인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요. 다들 매장에서도 부루벨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어요. 우리는 2월, 3월에 유급휴가를 줬어요. 2월에 5개, 3월에 10개를 주고 열흘만 출근을 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야 하니, 직원들끼리도 최소한으로만 마주치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어느 한 팀이라도 살리자 이런 취지였죠. 다들 2월까지는 버티더라구요.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도 2월에는 3일도 주고 1주일도 주고, 휴가를 따로 줬어요. 3월부터 슬슬 무급휴가 얘기가 나오더니 벌써 한 달씩 들어간 데가 있었고, 4월은 거의 대부분이 무급휴가를 줬어요. 저희도 3월 말에 자율적으로 연차와 휴직을 신청하라는 공지가 나왔어요. 저희는 스케줄을 현장 매니저가 짜거든요. 한 직원이 ‘이렇게 한가한데 연차 써야하는 거 아냐?’ 그러기에 제가 사측 마인드 좀 갖지 말라고 그랬어요. 마침 쉬고 싶은 사람들도 있어요. 내가 20년 동안 일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이 쉬고 있어요. 근데 이렇게 무급으로 쉬게 하려면 일단 합의를 해야 하잖아요, 대놓고 동의서를 가져와서 싸인하세요 그러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그렇게까지는 못하는데, 다른 회사는 동의를 안 해주면 앞으로 같이 가기 힘들 거라 그래요.

♧ 김호연 : 저희도 무급동의서 쓸 때 앞에서 대놓고 해요. ‘원장님, 여기 연차 대차 부분은 제 연차가 깎이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아주 공손하게 물어봐도 그 순간부터 이후 1년이 너무 괴로워요. 당시에는 말 안 하지만 이후에 엄청 괴롭혀요.

☆ 김인숙 : 그나마 동의서를 가져온 데는 인사과에서 법을 알고는 있는 거에요. 다른 데는 그냥 무급 들어가세요, 무급 1주일 쉬세요 그래요.

◆ 김명희 : 확실히 노조가 있으면 비빌 언덕이 되는 거 같아요. 근데 영화제 스태프나 퀵서비스는 너무 흩어져 있으니까 노조가 실제 교섭력을 갖고 뭘 하기가 힘드실 거 같은데….

♤ 박영일 : 저희도 고용노동부에 고용보험 이야기를 했어요. 소속 회사가 없는데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느냐, 해고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 일방적으로 벌점을 매겨 넣으면 어느 사무실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사실상 해고 상태가 되는데 이걸 어떻게 하느냐, 다른 직종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은데, 그래도 그동안 생계비는 주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하나하나 대응은 다 못하지만, 노조가 있다는 것 자체로 사측에 위압감을 줄 수는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서울, 경기에 조합원 1천 명 모인다, 오늘 하루 운송 안 한다, 그러면 쟤네가 망하는 거죠. 그럼 우리가 노사협의도 할 수 있고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그 기반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는데 아직 100명밖에 안 돼요. 참 너무 힘든 거죠. 그래도 요번에 노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그 자리에서 가입해주신 분도 있고 돌아가셔서 가입원서를 보내주신 분도 있어요.

♧ 김호연 : 현장에서 비리고발 상담센터를 만든 게, 제가 보육협의회 의장, 노조위원장일 때였어요. 2012년도에 제가 의장되면서 한 1년 정도 지나 보니까 답이 안 나오더라구요. 노동조합을 아는 사람이 너무 없는 거에요. 보육교사 분들이 원장만큼이나 노동조합도 너무 무서워해요. 그래서 이름을 상담센터로 만들었어요. 노동조합에 가입을 안 하더라도, 그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노동조합의 노하우가 있는데. 그래서 일단은 돕고 보자. 그래서 막 상담을 받았어요. 그걸 한 10년 했죠.

◆ 김명희: 이번 코로나 유행이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 사회가 이대로 가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질문을 던져준 거 같아요. 선별적이고 개별화된 복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걸 다들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고.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김호연 : 뉴스 보면서 희망을 얻었던 게, 코로나 한창일 때 배달하는 분들이 우리도 사람인데 코로나 확진자에게 배달 가고 싶겠냐, 거부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났어요. 예전이라면 노동조합 관련된 기사 댓글엔 단골로 ‘너만 힘드냐, 나는 더 힘들다, 민주노총 빨갱이들’ 뭐 이런 게 많았는데, 이번에는 ‘맞아 목숨 걸고 일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가 살려고 일하는 거지 죽으려고 일하는 건 아니잖아, 나 같아도 안 간다, 너가 가라’ 이런 댓글들이 있더라구요. 저희 보육교사 페이백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어제 했는데, ‘교사도 인간이다, 교사도 엄마고 교사도 딸이다, 그들은 목숨 걸고 하냐, 페이백 한 원장 제발 걸러내라, 국가가 교사 인건비를 줘라’ 이런 얘기들이 많아서 굉장히 놀랐어요.

♤ 박영일 : 이재명 도지사가 발표한 게 있잖아요. 경기도 배달앱. 저희도 정부에서 운영을 해 달라. 제발 퀵서비스도 안전하게 일하게 해 달라. 우리도 세금내면서 일하고 싶다. 우리도 신호 다 지키면서 일하고 싶다. 누가 위반하면서 일하고 싶겠느냐. 정부가 앱 하나 개발해서 거기서 일하게 하면 되거든요. 이런 것도 안 해주면서 너희는 노동자도 아니고 불법이야 이러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앞으로 코로나19 비슷한 것이나 더 심각한 것도 올 수도 있는데, 매번 모여서 각자 대책만 요구할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틀이 잡힌 정책이 나와서 어떤 상황이 닥치든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이런 상황이 두 번 세 번 이어지면 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 이철수 : 저희 영화제 스태프의 경우에도 3월에 처음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어요. 처우가 안 좋으니까 영화제 자체의 질이 굉장히 떨어지던 중이었고, 스태프 채용 공고하면 영화나 관련 전공자들이 안 오려 그래요. 저도 떠날까 생각 중이었고. 소신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다 지쳐서 떠나니까요. 그래서 영화제 스태프들이 1년에 영화제 두 군데 이상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준다든지,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조직한 게 협동조합이에요. 이제 막 시작됐어요. 근데 마침 코로나19도 같이 시작됐어요. 많이 어려운 시기인데, 잘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김인숙 : 결국 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걸 겪고 있네요. 어떻게 보면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 나라가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원하청 관계나, 특고, 보육도 마찬가지고요. 정부에서 뭔가 하나 지침이 나오면 다른 데는 소외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메르스 때 배워서 시뮬레이션 한 결과가 방역 차원에서 나아진 것처럼, 노동계도 이참에 정부 차원에서 다듬어 가고, 재난기본소득이건 뭐건 중심돌이 하나가 생겨야 하는 거 같아요. 사실 회사가 힘들면 노동조합이 있다 하더라도 힘든 거 뻔히 아는데 계속 요구할 수는 없거든요. 정부에서 중심돌을 하나 잘 놓고 힘들 때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죠. 지금은 급하니까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1판, 2판, 3판, 4판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계속 배제되는 사람이 생기고, 대책이 많다고는 하는데 정작 내가 받을 수 있는 건 뭐야? 하게 되잖아요. 회사에서 무급 얘기가 나오면 노조에서 노사협의회를 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라, 왜 자꾸 직원들한테 무급을 강요하냐 얘기해서 휴업으로 돌렸거든요. 어쩌면 지금은 빈익빈 부익부가 되는 상황인데, 나중에 가면 모두 ‘빈’이 되겠죠. 써먹을 수 있는 거를 다 써먹고 나면 회사에서도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잖아’라고 무급으로 갈 게 뻔하잖아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걸 염두에 두고 정부가 중심돌을 잘 설정해야 할 거 같아요.

♧ 김호연 : 이게 각개전투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 박영일 : 퀵도 한 마디 보태자면, I데이타 조직도를 보면 국토부에 있었던 사람들도 있고, 한자리 하던 분들이 여기 앉아서 방어체제를 만들고 있어요. 우리가 싸워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요번에 표준계약서 만들자고 해서 만났는데, 업주를 보필하기 위한 계약서지, 서로 필요해서 만드는 게 아니에요. 노동자한테는 유리한 게 요만큼도 없어요. 계속 뜯어고쳤더니 답변도 안 줘요. 우리가 이런 사람들하고 싸워야 돼요.

♧ 김호연 : 저는 가장 밑바닥일 때 가장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대책이나 대안은 있는데,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우리 걸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아서 굉장히 답답했었어요. 이러다가 원전 터지면 다 죽는 거고, 집단 감염병 돌면 공멸이고, 전쟁나면 인생 다 끝나는 건데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우리 애들은 뭔 죄냐고요, 제가 보육 교사 25년 했다고 했잖아요. 제가 처음 만났던 아이가 지금 스물 여덟이에요. 그 친구가 작년에 결혼해서 결혼식에도 갔었어요. 책임감이 생기는 거예요. 보육교사 초기에는 내가 어린 아이 돌보는 전문성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3년, 6년 지나고 보니까 이 아이들을 중학생이 되고, 청년이 되고…. 이 기회에 아주 리셋 됐으면 좋겠어요. 노동운동 쪽에서도 계파 있고 정파 있고 하잖아요. 시민운동도 그렇고. 그들이 다 모여서 함께 골머리를 앓으면서 정말 우리가 바람직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 어떤 건 양보하고 어떤 건 과감하게 포기하고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명희 : 두 시간 동안 정말 열띤 얘기를 해 주셔서 제가 따로 덧붙일 말이 없었네요. 너무 감사드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