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02 : 故 김용균 이후, 오늘의 현장]

통계가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 :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남준규(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산업재해 통계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에는 통계가 주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2019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산업재해 재해자 수는 109,242명이고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0명이다. 2018년 대비 재해자 수는 6,937명 증가하였고 사망자 수는 122명이 감소하였다.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2019년 산업재해 재해자 : 109,242(산재 사망자 : 2020)

재해자 수는 일하다 사고가 발생하여 또는 병에 걸려, 죽거나 다친 사람을 합한 수를 말한다. 2019년은 전년에 비해 6,937명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 숫자는 일하다 죽거나 다친 모든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재해자 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에 따라 보상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①산재보험이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와 ②일하다 다쳤지만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하지 않아서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③다쳤지만 산재보험에 보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 ④산재 보상을 신청했지만 승인이 되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는 재해자 수에 집계되지 않는다. 그리고 ⑤공무원, 군인 등 산재보험이 아니라 별도의 법적 보상체계가 있는 경우 등은 산업재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업무상 사고 재해자 : 94,047(사망자 : 855)

산업재해 통계는 사고로 다치는 것과 병에 걸리는 것을 구분해서 본다. 업무상 사고 재해는 일하다 사고가 발생하여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말하고 업무상 질병 재해는 일 때문에 병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말한다.

2019년은 전년 업무상 사고 재해자에 비해 3,215명이 증가하였다. 사고 사망자의 경우 855명으로 전년에 비해 116명(11.9%)이 감소하였다.

전체 재해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해서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가 넓어져서, 혹은 산재 보상 신청이 증가하여서, 승인 기준이 완화되어서 보통 때면 신청하지 않았을 노동자도 신청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재해자 수가 증가하는 것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산재 통계상의 전체 노동자 수는 산업재해 보상 보험 가입 노동자의 수이다. 2019년 산재보험 가입 노동자 수는 18,725,160명이다. 이를 분모에 넣고 전체 사고 재해자 94,047명을 분자에 넣으면 일하다 산재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의 비율, 즉 업무상 사고 재해율이 나온다.

2019년 한국의 업무상 사고 재해율은 0.5%이다. 한국의 업무상 사고 재해율은 유럽과 비교하였을 때 높지 않다. 한국이 유럽에 비해서 산업재해가 덜 발생하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통계에 반영되는 산업재해가 제한적이고 사업주가 산업재해 발생을 은폐하고 노동자의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자가 죽는 사고 사망의 경우, 다치는 사고에 비해서 은폐가 어렵다.

사고사망만인율(‱)은 노동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이다. 2019년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46‱이다. 산업재해 사고사망만인율은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하지만 1만 명당 0.46명, 즉 10만 명당 4.6명이 일하다 죽는다는 수치는 OECD국가 중에서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위 도표는 한국과 유럽의 사고사망십만인율 비교이다. 한국이 유럽에 비해서 업무상 사고 재해율은 낮고 사고사망십만인율은 높다는 사실은 산업재해가 얼마나 은폐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2019년 업무상 사고 사망의 특징

업무상 사고 사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건설업(50%)이다. 그 다음은 제조업(24%)이다.

사망 유형에 있어서 건설 노동자가 사고로 가장 많이 죽는 유형은 떨어짐(62%)이다. 2019년에는 265명의 건설 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했다. 전체 떨어져 사망한 노동자(347명)의 76%이다. 공사 규모에 있어서 건설업 사고 사망은 3억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서 428명 중 152명(35.5%)이 사망하여 가장 큰 비율을 보인다.

제조업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는 사고 유형은 끼임(32%)이다. 2019년에는 66명의 제조업 노동자가 기계 등에 끼여서 사망했다. 끼임 유형으로 죽은 전체 노동자(106명)의 62%이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자면, 제조업 산재 사망 사고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206명 중 164명(79.6%)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하였다.

‘떨어짐’은 발 딛을 곳이 튼튼한 가설 구조물을 제공하고, 사다리가 아닌 난간이 설치된 고소작업대 위에서 작업하게 하고,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이다. ‘끼임’은 컨베이어벨트처럼 옷이나 신체가 말려 들어갈 수 있는 기계 장치에 울타리를 치고, 기계를 수리·정비하는 등 기계에 접근할 때 기계를 멈추게 한 후에 하도록 하고, 유사시에는 전력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이다.

이처럼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기계에 말려들고 끼이고, 주의하라고 알리는 신호수가 없어서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맞는 사고 등을 ‘재래형 재해’라고 한다. 재래형 재해의 특징은 손쉽게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사고 사망자가 2018년에 비해서 116명이 감소하였다고 보도하면서 감소 원인으로 ①건설업 추락 사고에 대해서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관리 감독하고, ②건설현장 순찰차 운영 등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을 하였고 ③국토부와 지자체 등 관련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밝혔다.

재래형 재해를 비롯하여 사고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망자 감소가 정책의 결과인지는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감소 원인으로는 건설업 이외의 업종에서 사고 사망이 줄어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의 분석대로 건설업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여서 건설업에서 사망자가 줄어든 것(전년 대비 11.8% 감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사망자가 21명(전년 대비 26.3% 감소)이 감소하였고 기타의 산업(어업, 농업, 금융보험업)에서 36명(전년 대비 23.4% 감소)이 감소하였다. 그리고 경제가 불황일 때 산업재해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업무상 질병 재해 : 15,195(사망자 : 1,165)

업무상 질병 재해는 일 때문에 생긴 질병을 말한다. 업무상 질병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병 등 직업성 암에 걸리는 것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의해서 과로사하는 것, 학교 급식 조리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일하면서 손목, 어깨 등에 이른바 골병이 생기는 것도 포함한다.

2019년 업무상 질병 재해자 수는 15,195명으로 전년에 비해 3,722명(32.4%)이 증가하였다.

업무상 질병 재해자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증가가 저조하였다가 2017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업무상 사고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질병 통계의 경우도 현실을 전적으로 투명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사고성 재해와 달리, 오랜 시간 작업환경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픈 것이 일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여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업무상 질병 심사기구인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가 질병이 일 때문인지 여부를 과도하게 엄격히 판단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2017년 이후 추정의 원칙(특정 직업군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병은 일정 기준을 넘기면 질병이 일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추정, 예컨대 5년 이상 돌봄 노동한 돌봄 노동자의 척추병증, 신경뿌리병증)을 도입했고 사업주 확인 제도를 폐지하면서 업무상 질병 재해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결국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벽이 더욱 문제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2019년에도 재해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 즉 산재 보상 승인이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9년 업무상 질병 사망의 특징

2019년 업무상 질병 사망자(1,165명)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광업(33.4%)이다.

진폐는 허파에 탄가루, 먼지가 쌓여 발생하는 증상으로 많은 광업 노동자를 죽게 한 직업병이다. 업무상 질병 사망자 중 광업 노동자의 감소(-16.3%)와 사망 유형 중 진폐의 감소(-11.6%)는 광업의 쇠퇴보다 천천히 오고 있다. 직업병이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서서히 노동자를 아프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뇌심혈관 질환이 전체 업무상 질병 사망자 중 503명(43.2%)으로 가장 많고 전년 대비 10.1% 증가하였다. 뇌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장시간 노동과 관련하여 향후 뇌심질환 사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9년 산재 사고 사망자가 855명으로 전년 대비 116명이 감소한 것과 질병 재해자 수가 계속하여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리고 업무상 질병 사망에서 광업의 비중이 줄어가고 있고 뇌심혈관 질환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가 특징적이다. 2020년에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관리 감독, 순찰차 운영을 건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확대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산재 사고 사망 절반 줄이기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만 기존 고용노동부가 발표해 온 산업재해 통계는 앞서 간략히 살펴본 것처럼 여러 맹점이 존재한다. 통계는 산재 예방 정책 수립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통계의 사각을 줄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줄이려는 것이 통계에 찍히는 숫자가 아닌 실제 노동자의 죽음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