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02 : 故 김용균 이후, 오늘의 현장]

고발해도 고발해도 기업은 처벌받지 않는다.

이 글은 2019년 12월 26일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 토론회(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에서 발표한 내용과 2020년 1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웹진(Vol.12)에 기고한 글의 내용을 정리 보완한 것이다.


 

안현경(노무법인참터)

 

  1.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까지

우리 사회는 이윤 추구가 목적인 사회였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당연할까? 다행히 헌법으로나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있으나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은 마음대로 해도 괜찮았다. 철저한 손익계산으로 사회적 가치는 접어두고 이윤만을 추구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참사를 겪게 되었다.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 서해 훼리호 침몰 (1993년), 성수대교(1994년)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씨랜드 화재(1999년) 등 비참하고 끔찍한 ‘참사’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것이다(아주 대표적인 사건만 나열한 것이다).

비극은 이어졌다. 2014년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4·16 세월호 참사. 누가 피해자인지 특정할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진행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로 인한 아픔과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

4·16 세월호 참사의 경우, 사고 발생과 대응과정에서 수많은 의문이 던져졌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답이 없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홈페이지의 자료를 보면 2020년 4월 24일 현재 생존 피해자가 5,214명, 사망 피해자는 1,549명에 이른다. 폐질환, 태아 피해, 천식 등 아픔을 인지하고 접수한 사람들의 현황이니만큼, 실제 피해 규모가 어떠할지는 상상불가의 영역이다.

예전엔 주로 건물이 무너지는 물리적 사고였다면, 이제는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도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1. 당연하거나 비현실적이라서? 보도조차 안 되는 노동자 죽음

이러한 참사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주요 공간 중 하나인 일터에서도 매일 일어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971명이었다. 즉, 하루에 2명~3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여기에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까지 합하면 하루에 5명~6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언론 입장에서 크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발생해서일까? 그리고 TV 뉴스에서도 대형 사고, 다수의 사망사고가 아닌 한 단신으로 보도하거나, 신문 기사를 통해서만 보도하고 있기 때문에 챙겨보지 않으면 그들의 죽음은 스쳐 지나가게 된다. 심지어 언론을 통해 사회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에는 가족들만 아는 죽음이 되어버린다. 많은 죽음이 그런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2019년, 노동건강연대 회원들 몇이 모였다. 노동건강연대에서 15년째 하고 있는 ‘살인기업 선정식’의 통계자료 중 가장 최근 2018년 사망 통계자료를 가지고 언론 보도와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1천여 건의 사망 사건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알려지는지 하나하나 찾아서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더 놀랍고 먹먹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망사고는 33.8%에 불과했다. 노동자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 중 열에 여섯은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 채 사라져가고 있었다.

노동건강연대가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매번 보게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노동자들은 죽지만, 대부분의 가족은 죽음의 진실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죽음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노동자의 사망이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나와야 그 노동자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 유가족들이 제대로 알게 된다. 유가족에겐 미약하나마 작은 힘이 된다. 그 죽음은 산재보험 처리가 되고, 유가족들이 제대로 보상이라도 받는다. 정부도 신경 쓰고 기업도 신경 쓴다. 위험한 환경을 만든 기업이 처벌받을 여지가 생긴다.

이러한 분석 작업 이후, 노동건강연대는 “이달의 기업살인 현황”을 조금 더 신경써서 발표하고 있다.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작은 걸음’이 되고자, 매달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이달의 기업살인 현황’을 만든다. 그들의 죽음이 부서지지 않고 모여, 무언가라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2020년에도 노동자 사망사고는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44명(2월에 확인된 2명 포함), 2월에는 57명(3월에 확인된 2명 포함), 3월에는 58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되었다. 즉, 2020년 3월까지 159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다만, 이달의 기업살인 현황에는 ‘언론에 보도된 30% 정도의 사고로 사망한 사건’만 집계되고 있다. 보도되지 못한 사망사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 감안하면 실제 산재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는, 다음 해 5월 정부 공식통계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

 

  1.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죽음, 원청을 처벌해야 사라진다

죽음은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노동자 사망도 똑같다. 노동자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책임자는 처벌을 받았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지,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이 사망하고 있는지 등을 언론 보도 없이 우리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더 그렇다. 대기업은 여러 단계의 하도급 구조를 만들었다. 원청업체는 위험한 업무는 하청업체에게 떠넘기고, 이로 인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는 인원 부족, 기본적인 보호구 미지급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게 된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10년 넘게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특히 노동자가 죽은 기업의 원청은 사망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노동자 사망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건설 현장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에서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사망사고 다발 사업장의 원청과 발주 기업을 발표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가 많은 현실에, 기업이 위험을 줄이게 할 수 있는 조치가 나오고 있다. 노동자 죽음의 구조를 만드는 기업을 처벌하고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이제야 정부 쪽에서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참 미진하다. 사법의 영역은 여전히 기업의 살인을 기업 행위의 일환으로 보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노동건강연대는 이 지점을 지목하며, 2011년부터 하청 노동자를 죽이는 원청 기업을 고발하고 있다. 만연한 갑을관계에서 갑을 처벌하자는 이 움직임 역시, 많이 늦었지만,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1.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업체 등 고발의 결과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노동건강연대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 중 아래와 같은 17건의 사건에 대해 원청업체 등을 고발했다. 그 처분 결과는 아래와 같다.

사건 / 피고발인(고발이유) / 처분결과
1 2011-07-02 이마트 탄현점 냉매가스 질식사(4명 사망)
이마트 탄현점장(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
이마트 탄현점장 벌금 100만원(산안법 위반), 이마트 벌금 100만원
2 2012-08-13 국립현대미술관 공사현장 화재(4명 사망, 4명 중상 등 28명 사상)
GS건설 및 하청업체(업무상과실치사상)
GS건설 불기소처분, GS건설 현장소장 벌금15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3 2012-08-23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고(8명 사망)
LG화학 대표(업무상과실치사상)
LG화학 대표 무혐의, LG화학 벌금 3000만원(산안법 위반), 재료담당 상무 징역1년 집행유예2년(업무상과실치사상, 산안법 위반), 재료생산 팀장 금고1년 집행유예2년(업무상과실치사상), 재료생산 계장 금고6월 집행유예2년(업무상과실치사상)
4 2012-09-10 캐스코()(LS그룹 계열 자동차 엔진 주물업체)에서 용광로 쇳물이 쏟아지는 사고(2명 사망)
캐스코(주) 대표이사(산안법 위반)
캐스코(주) 대표이사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무혐의
5 2012-09-27일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5명 사망, 18명 경상(인근 주민, 사고현장 출동 소방관, 경찰관 등)}
노동부 장관 등 5명(직무유기죄, 산안법 위반)
휴브글로벌 대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2년(산안법 위반)

* 노동부장관 등 5명(미확인)

6 2013-01-28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누출사건(1명 사망)
삼성전자, STI, 삼성전자 임직원4명, STI 임직원3명(업무상과실치사상, 산안법 위반)
삼성전자 무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센터장(전무) 무죄, 삼성전자 캐미컬파트장 벌금5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 삼성전자 캐미컬파트 담당자 벌금7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 삼성전자 유독물관리자 벌금3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 STI 벌금1000만원(산안법 위반 인정), STI전무 벌금7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산안법 위반 인정), STI 안전관리자 벌금5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 STI 안전담당자 벌금400만원(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
7 2013-01-19 성수역 스크린도어 점검 중 스크린도어와 열차에 끼어 사망(1명 사망)
서울메트로 대표(산안법 위반)
서울메트로 대표 무혐의, 서울메트로 무혐의, 은성PSD 대표 징역1년 집행유예2년, 사회봉사명령200시간(업무상과실치사, 산안법 위반 인정), 은성PSD 벌금3000만원, 성수역 역무원(부역장) 벌금500만원(업무상과실치사 인정), 성수역 역무원(과장) 벌금500만원(업무상과실치사 인정), 서울메트로 산업재해 원인조사 및 재발방지 등에 관한 사항 총괄관리담당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추정) 벌금500만원, 서울메트로 기술본부 A부서 팀장 벌금800만원, 서울메트로 기술본부 A부서장 벌금1000만원(업무상과실치사 인정), 서울메트로 업무전반총괄자 벌금1000만원(업무상과실치사 인정)
8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2명 연속 사망{2013-02-15 컨테이너선에 블록 탑재 작업 중 대형 블록이 떨어져 노동자를 덮쳐 사망(1명 사망), 2013-03-07 해치 커버 닫는 작업 중 떨어져 사망(1명 사망)}
대우조선해양 대표(산안법 위반)
미확인
9 2013-05-10 현대제철 아르곤가스 중독 하청노동자 사망(5명 사망)
현대제철, 현대제철 대표이사, 현대제철 임직원6명(산안법 위반)
현대제철 벌금5000만원, 현대제철 대표 2명 무혐의, 현대제철 생산본부장(부사장) 징역2년 집행유예3년, 현대제철 제강기계팀 팀장 금고1년6월 집행유예2년, 현대제철 제강기계팀 차장 금고1년6월 집행유예2년, 현대제철 제강1부주임 금고1년6월 집행유예2년, 현대제철 제강기계팀 대리 금고1년 집행유예2년, 현대제철 제강기계팀 사원 금고1년 집행유예2년
10 현대제철 5명 연속사망{2013-10-29 당진공장 건설현장 노동자 추락하여 사망(1명 사망), 2013-11-26 당진공장 가스 질식(1명 사망, 8명 병원에 후송), 2013-12-02 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추락하여 사망(1명 사망), 2013-12-06 방열복도 지급받지 못한 채 용광로 점검을 하던 노동자 탈진하여 사망(1명 사망), 2014-01-19 당진공장 냉각수 점검 노동자 냉각수에 빠져 병원에 후송 된 후 사망(23, 1명 사망)}
현대제철 공동 대표(산안법 위반)
현대제철 공동 대표 무혐의 처분
11 현대중공업 그룹 하청노동자 6명 연속 사망{2014-03-07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철판에 깔려 사망(1명 사망), 2014-03-20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작업계단 설치하다 추락하여 사망(1명 사망) / 2014-04-07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 추락하여 사망(1명 사망) / 2014-03-25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바다에 떨어져 사망(1명 사망), 2014-04-21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화재로 사망(2명 사망)}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산안법 위반)
현대삼호중공업 100만원 벌금(2건의 사망사고 중 한건에 대한 벌금) / 현대중공업 벌금1500만원, 현대중공업 대표 무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본부장 징역8월 집행유예2년, 현대중공업 건조3부장 금고6월 집행유예2년, 현대중공업 조선안전1부 직원 금고6월 집행유예2년, 현대중공업 1야드 기술관리부장 금고4월 집행유예2년, 현대중공업 조선안전 2부장 금고4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2 벌금1000만원, 하청업체2 대표 징역6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2 현장소장 금고6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2 작업반장 금고6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3 벌금1000만원, 하청업체3 대표 징역8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3 현장소장 금고8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4 대표 징역8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4 현장책임자 금고6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5 대표 징역6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5 현장소장 금고6월 집행유예2년, 하청업체5 작업반장 금고6월 집행유예2년 / 현대미포조선 벌금500만원, 현대미포조선 대표 징역4월 집행유예1년, 하청업체1 벌금500만원, 하청업체1 대표 징역6월 집행유예2년
12 2014-04-26 현대중공업에서 샌딩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사망. 산재사망을 자살로 은폐하려 했던 사건(1명 사망)
현대중공업 안전경영부관리자 및 사건현장출동 경찰관(산안법 위반)
현대중공업 안전경영부관리자 및 사건현장출동 경찰관 무혐의(증거불충분)
13 2015-07-29 산재 사고를 은폐하려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회사차로 회사 지정 병원으로 옮기다 과다출혈로 사망(1명 사망)
에버코스, 에버코스 대표이사 등{(부작위에 의한)살인,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인멸, 산안법 위반 등)
에버코스 벌금700만원, 에버코스 대표 벌금700만원, 구매팀장(현장지휘자) 금고8월 집행유예2년, 지게차 운전자 금고10월 집행유예2년
14 2015-08-29 강남역 스크린도어 점검 중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어 사망(1명 사망)
서울메트로 대표, 서울메트로, (주)유진메트로컴 대표, (주)유진메트로컴(산안법 위반)
서울메트로 대표 무죄, 서울메트로 무죄, (주)유진메트로컴(하청) 벌금1000만원, ㈜유진메트로컴 대표 벌금2000만원, ㈜유진메트로컴 기술본부장 벌금1000만원, 서울메트로 강남역부역장 무죄, 서울메트로 지하철CM센터장(강남역총괄관리자) 무죄
15 2017년 이전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한 피해자 추가 발생(6명 실명 확인)
노동부 장관 2명, 노동부 안산지청장(직무유기)
미확인
16 2018-08-06 CJ 대한통운 대전서부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던 노동자 감전 사고(8/16 1명 사망), , 2018-10-29 트레일러에 치임 사고(1명 사망)
CJ 대한통운 공동 대표(산안법 위반)
CJ 대한통운 공동 대표 무혐의(증거불충분), CJ 대한통운 과태료 650만원
17 2018-12-11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1명 사망)
한국서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한국발전기술, 한국발전기술 대표 등 16명(살인죄, 산안법 위반)
피고발인 전원 살인죄 무혐의, 한국서부발전 대표 및 한국발전기술 대표 등 7명 업무상과실치사죄 무혐의,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본부장 등 7명 업무상과실치사 기소의견 송치

* 2020. 4월 현재 사건 진행 중

※ 고발장, 언론보도 기사, 판결문 등 자료를 참고하여 노동건강연대가 정리함

 

  1. 원청 대기업 고발의 한계와 극복 방향

쏟아지는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일관된 흐름을 찾았을 때, 우리는 사건을 추리고 추려 그 위험한 구조를 만드는 최고 책임자를 찾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죽었을 때, 그들의 원청, 대기업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청업체와 원청업체의 대표는 대부분 무죄,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실제 처벌은 하청업체가 받은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하청업체 등에게 내려진 처벌 역시 누군가가 죽음을 처벌하고 비슷한 사건을 예방하고자 하는 사법 정의에 손톱만큼도 다가갈 수 없었다. 그냥, 기업의 행위는 용서가 되었다. 대기업이 계속 위험한 구조를 만들도록, 사법체계는 너그럽게 방치했다.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법 구조로는 기업을 직접 처벌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허나, 우리는 기업이 집단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를 안다. 현행 경제·행정·환경 분야를 규율하는 법률의 ‘양벌규정’으로 기업에게 형사처분을 부과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한 기업의 범죄 행위와 피해 규모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양형기준 때문에 기업은 미미한 책임만 지고 있다. 또한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법적 한계로 인해 원청업체 책임자까지는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8월 감전사, 10월 트레일러에 치여 죽은 사고가 있었던 CJ대한통운은,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매년 수천억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나, 2018년 8월 감전사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650만원의 과태료 처분만을 받았을 뿐이다. 사람 1명 죽으면 650만원만 내면 된다. 대기업들은 오늘도, 더 많은 위험한 환경을 만들면서도 책임에서 자유롭다. 단지 경영행위 말단에서, 책임이 전가된 하청업체만 간단하게 처벌받고, 그 업체는 갈려 나가고, 위험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을 때, 또는 2014년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처럼 노동자와 시민이 뒤섞여 죽을 때, 사회적 참사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기업이 두려워할 정도의 처벌이 가능한 법을 만들지 않으면, 사회적 참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업 행위에 위험 제거가 큰 숙제로 부과되지 않을테니까. 우리 사회는 계속,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만 보거나, 보지도 않거나 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잊지 않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요구한다.

첫째,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는 원청업체의 대표를 처벌해야 한다. 기업은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고,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게 맡긴다는 결정 역시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 결정에 대한 책임까지 지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노동자의 사망을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이윤보다 커야 한다. 고발 결과를 보면, 원청업체에게 부과된 벌금, 과태료 규모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더 이상 원청업체가 1년에 수백 억원의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 등 수많은 이익은 취하면서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시키지 못하도록 많은 벌금, 과태료 금액을 부과해야 한다.

지금처럼 노동자의 사망에 원청업체의 대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이를 방치했을 때의 이윤보다 크지 않다면, 결코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표 대신 책임질 사람은 무수히 많고, 기업은 철저한 손익계산으로 이윤 추구를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오랜 기간 당근을 주었으니, 채찍도 함께 쓰자. 죄를 지었으면 그 책임을 묻고 예방의 책임도 함께 지워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