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 어김없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했습니다.

4월 27일, 세계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 :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2019년 7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대우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는 모두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사망 부상 사고경위 산재발생일 발생형태
2 0 (경기) 시흥시 소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후 양생을 위해 피워 놓은 숯탄 보충작업을 하던 중 숯탄이 연소되며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중독·질식하여 하청노동자 2명 사망 2019년 1월 16일 질식
1 0 (서울) 전철 공사 현장에서 용접을 위해 이동 중 토사 상차용 버켓에 충돌하여 부상을 당한 후 치료 중 사망 2019년 3월 27일 깔림
1 1 (경기) 부천시 소재 주거복합 신축공사 현장에서 도르래를 이용하여 공사장 2층으로 대형 환풍기를 끌어 올리는 작업 중 하청노동자 2명이 추락하여 1명이 사망 2019년 3월 30일 떨어짐
1 0 (경기) 파주시 소재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항타기로 땅에 말뚝을 박는 작업 중, 해머가 이탈 후 낙하하여 아래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의 머리를 가격하여 사망 2019년 3월 31일 깔림
1 0 (경기) 광명시 소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화물차에서 지게차로 철근을 하역하는 작업 중 철근이 낙하하여 지나가던 하청노동자를 가격하여 사망 2019년 7월 25일 깔림
1 0 (경기) 과천시 소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유리창 고정 작업을 하다 떨어져 하청노동자 사망 2019년 11월 5일 떨어짐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근거가 된 자료는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실에 제출한 <2019 중대재해 조치현황> 자료였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다 누군가 죽게 되면 경찰이나 구급차뿐만 아니라 노동부도 출동합니다. 사망 재해의 원인 조사를 위해서 말이죠. 사망 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관할 노동청에 즉시 재해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고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노동건강연대가 활용한 <2019 중대재해 조치현황> 자료는 2019년에 이렇게 들어온 보고들을 고용노동부가 취합하여 만든 자료입니다.

때문에 우리 자료는 <2019 산업재해 발생 현황> 통계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 통계는 2018년에 발생했지만 2019년에 산재보험 승인이 난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고, 2019년에 발생했지만 산재보험 통계에 들지 않은 사건들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0년 살인기업 순위

순위 기업 사망자 수 비고
1위 대우건설 7명 전원 하청노동자
2위 현대건설 6명 5명 하청노동자
3위 GS건설 5명 3명 하청노동자
공동 4위 롯데건설 4명 전원 하청노동자
한신공영 전원 하청노동자
수성수산 전원 이주노동자
공동 7위 LG화학 3명 전원 하청노동자
은성산업 2명 하청노동자
서희건설 전원 하청노동자
유원조경개발  
중흥토건 2명 하청노동자
포스코건설 전원 하청노동자
한화 대전사업장  

 

2020년의 순위권 살인기업들은 대부분 건설회사였습니다. 언제쯤에야 ‘건설현장=사람이 쉽게 죽어 나가는 위험한 현장’이라는 등식을 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특별상 : 고용노동부, 한국마사회

올해 살인기업 선정식 특별상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마사회가 선정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이주노동자 104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선정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이른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제조·건설 현장을 떠받치고 있으면서, 위험의 외주화 사다리에서는 가장 밑에 매달려 있습니다. 게다가 ‘현대판 노예제’라고 불리는 고용허가제는 위험한 노동환경을 이주노동자가 개선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게 만듭니다. 고용허가제의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당연히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한국마사회는 부조리, 갑질, 무분별한 외주화 등 적폐 경영을 일삼았고, 이에 2019년 11월 29일 故문중원 기수가 이러한 부조리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마사회에서는 2017년에도 마필관리사 2명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고용과 임금에서의 불안정성이 종사자의 직무 스트레스를 높였고, 마필관리사 34%가 우울증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개선 권고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의 개선은 없었고, 고 문중원 기수를 자살로 내몰았습니다. 게다가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의 사망 이후 책임을 회피하여 장례를 100일 가까이 지낼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투쟁과 노력 끝에 재발 방지에 합의하였음에도 열사의 발인이 있던 날 이를 뒤집는 시도까지 하였습니다. 정말 최악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국마사회에 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퍼포먼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진행했습니다. 계단 아래에서 사람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아래쪽 계단은 한 송이 하얀 국화가 인쇄된 천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계단과 계단 사이의 널찍한 공간에는 안전모와 안전화 무더기가 쌓여 있고 군데군데 국화꽃이 처연하게 꽂혀 있었습니다. 그 뒤편으로 무명의 영정 네 장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년 건설 노동자 고 김태규의 누나 김도현님, 고 문중원 기수의 아버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 건설산업연맹의 강한수 노동안전보건 위원장이 검은 천의 네 귀퉁이를 잡고 조용히 내려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벗겨진 천 아래에는 또 다른 영정들이 말없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각 영정에는 작게 베트남인, 태국인, 미얀마인, 네팔인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돈을 벌어 금의환향하겠다는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가, 차별과 위험 앞에 스러져간 이들이었습니다.

 

부록 : 지난 15년간의 살인기업들

노동건강연대가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시작한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들을 호명하였습니다.

살인기업 순위는 전년도 산재 사고 사망 통계에 기초하여 산재 사망 사고자 인원수를 셈하여 결정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제조업과 건설업 순위를 별개로 매겼습니다. 건설업에서 너무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나갔기 때문에 제조업 기업들이 후순위로 밀려나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대우조선해양이 6명의 노동자를 죽였던 2009년, GS건설은 14명을 죽였고, 대림산업은 9명, 경남기업, 서희건설, 쌍용건설, 현대산업개발은 각기 8명씩을 죽였습니다. 그랬기에 2010년부터는 제조업과 건설업을 나누어 순위를 매겼고 각 업종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였습니다.

2016년부터 신설된 특별상은 통계상 사망자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산재 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선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순위와 관계없이 노동자를 죽이는 구조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기업 혹은 정부 기관을 호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