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빼고 노사 공동 자율안전관리?
사망재해 많은 조선소 자율안전관리 구멍, 노사 공동평가 취지 무색

매일노동뉴스/김미영기자

최근 조선소에서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올해부터 도입된 조선업 자율안전관리 정책이 오히려 산업재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안전수준을 평가하고 관리한다는 애초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정부의 지도감독이 면제된 틈을 타 사업주들이 불법적인 작업강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부는 지난 5월 “100인 이상 조선업체 48개소를 대상으로 1년간 ‘안전관리 자율평가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안전관리 수준이 전년도에 비해 3.8%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안전관리 자율평가 프로그램’ 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작업현장의 안전수준을 평가하고 산재예방활동을 하는 것으로 평가요소는 △안전보건 교육실태 △안전보건 투자비용 △현장 안전보건조치 실태 등 3개 분야 56개 항목 1천점 만점으로 이루어졌다. 올해 이 프로그램에서 총점 90%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대우조선 등 7개 업체는 행정관청의 지도감독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노사가 공동으로 안전수준을 자율평가하고 있다는 노동부의 발표와 달리 대부분 조선소에서 노조는 자율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 소속 7개 조선소 사업장에서 사측과 공동으로 자율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곳은 한진중공업이 유일했다.
노동부 산업안전팀 관계자는 “노사가 공동으로 안전관리 자율평가를 진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노조가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노조가 안전관리 평가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해야한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주부가 일하는 부엌을 남편이 더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조보다는 작업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근로자가 안전수준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안전관리 자율평가에 누가 참여하는지는 전적으로 사측이 알아서 결정할 몫”이라고 밝혀 ‘노사 공동 평가’라는 취지는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일동 대우조선노조 산업안전실장은 “사측으로부터 자율평가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을 일절 들은 바 없을 뿐더러 현장에서도 안전관리 자율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합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실제로도 안전관리 자율평가 점수를 책정이 사측 일방에서만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편,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조선업종에서만 1천60명이 산재사고를 당하고 이중 18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