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

 

코로나 1차 유행이 잦아들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향후 거리두기가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방역 당국의 확진자·접촉자 확인 시스템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 등에 따라 한국에서 2차 대유행의 시기와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은 가을 혹은 겨울에 닥칠 2차 대유행을 준비하여야 할 때다.

그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한국은 다른 나라에 견줘 1차 유행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이다. 1차 유행의 규모가 한국에 견줘 컸던 나라들에서는 노동계층, 저소득계층의 피해가 컸다. 바이러스 감염이 계층과 인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기존에 존재하던 불평등과 차별을 강화했다. 저소득, 저숙련 노동자들이 감염으로 인한 주요 희생자가 되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한국의 불평등과 차별 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코로나 19가 서구 사회처럼 대유행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계층이 짊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1차 유행 시기 다른 나라에 견줘 확진자 발생의 절대 규모 자체가 적었기에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확진자 규모가 컸다면 확진자 다수가 저소득 노동계층에 집중되었을 것이다. 2차 대유행을 대비하는 현재를 잘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현재를 그냥 허송세월로 보낸다면 비극은 노동자 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1차 유행을 잘 막았기에 2차 유행도 잘 대처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크다. 그렇게 예상할 만한 이유도 있다. 현재와 같은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현재처럼 공무원들과 방역 당국이 빠르게 확진자와 접촉자를 확인하여 격리하는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산발적, 국지적 소규모 감염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겠지만, 대규모 집단 발병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큰불 없이 잔불 끄기만을 반복하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 정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방역 당국의 ‘인력 쥐어짜기’도 한계에 달해 확진자, 접촉자 확인 시스템에 구멍이 발생하면, 코로나19의 특성상 대규모 확산은 피할 수 없다. 2차 유행에 대비하는 자세는 1차 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지금 바로 중환자실 치료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 더불어 2차 대유행이 발생하더라도 그 유행의 피해가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긴급한 대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큰 틀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완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수준, 여러 영역에서 이러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노동자 건강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1주일 내외의 단기 유급병가의 즉각적 실행, 직장에서 거리두기를 현실화할 수 있는 노동조건 및 작업장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아프면 쉬어야 코로나 19 유행을 막을 수 있는데,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들은 아프면 쉴 수가 없다. 이를 제도화하여 코로나 19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단서 없이도 불안정 노동자들이 1주일 내외의 단기 유급병가를 바로 쓸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이는 이미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더불어 콜센터 노동자들처럼 직장에서 거리두기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확인하여 이들의 노동조건과 작업장 환경의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피해와 더불어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속화된 경제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큰 틀에서 고용대책, 소득대책, 사회보장 대책 등이 필요하겠지만, 이 역시 노동자 건강 측면에서 보면 자살 예방 대책과 저소득 노동계층 의료 이용 장벽 제거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살이 증가한다. 특히 저소득층의 자살이 증가한다. 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급격한 변화 속에 급격한 소득 감소, 고용 위기에 몰린 불안정 노동자들이 건강보험 자격 상실, 의료 이용시 부담해야 하는 본인 부담금 장벽 등으로 인해 의료 이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코로나19 직접적 피해 예방을 위해 빠른 대응이 중요했던 것처럼, 코로나 19로 인한 간접적 피해 예방을 위해서도 빠른 대응이 절실하다. 1차 유행 때처럼 한국이 2차 유행도 잘 막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뿐 아니라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잘 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만 바라보고 기대만 할 수는 없다. 사회운동이, 노동운동이 결국 노동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