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관리사 건강 ‘빨간불’
직무스트레스·우울증 심각, 열악한 노동조건·차별이 원인

매일노동뉴스/ 구은회기자

의료급여 환자를 관리하고 진료기관의 부당청구 등을 감시하는 의료급여관리사들이 직무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이 그 원인이다.
1일 전국여성노조·노동환경건강연구소·인권정책연구회 공동주최로 열린 ‘의료급여관리사 노동과 건강실태’ 토론회에서 윤간우 녹색병원 산업의학의는 “불안과 차별로 인해 의료급여관리사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의료급여관리사 18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급여관리사의 직무스트레스 점수는 54.7점으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점수인 50.8점을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영역은 ‘직업불안정’과 ‘조직체계’ 부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트레스의 극단적인 결과로 볼 수 있는 우울증 수준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응답자 181명 중 44%인 81명이 ‘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25명은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였다.
의료급여관리사들의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원인은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높은 이직률로 이어진다. 이현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새롭게 도입된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이직한 경력직 간호사 출신들인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해고됐다기보다는 1~2년 근무하면서 참을 수 없는 어려움에 재계약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급여관리사 중 상당수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지만 정작 지자체 성원들로부터 소외받고 보건복지부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등장한 의료급여관리사는 간호사로 구성되며, 초창기에는 의료급여 환자나 진료기관의 부당청구 등을 감시하는데 머물렀지만, 지금은 만성질환자에 관한 교육·의료이용법·약물 복용법·자가 건강관리법 등에 대한 교육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 여성노조에 따르면 의료급여관리사 1명이 관리하고 있는 인구는 평균 8천600명에 달하며, 실제 관리하는 인구는 230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