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작업 현장에 남은 안전모와 안경 하나.

지난 5월 강원도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물건들입니다.

아들은 나흘이 지나서야 아버지의 흔적이 남은 곳에 꽃 한송이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조금 지난 지난달 31일, 같은 사업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7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벌써 3명 쨉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지난 일주일 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결과 모두 14명입니다.

집중호우 땐 갑작스런 산사태에 목숨을 잃고, 한 여름 폭염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쓰러져 갑니다.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대한 연속 기획보도 이어갑니다.

지난 주 KBS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들이 사측의 압박과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산재를 신청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 전해드렸는데요, 삼성전자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에선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박민철 기잡니다.

[리포트]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광주사업장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꺼린다는 KBS 보도 이후 삼성전자가 낸 공식 입장입니다.

불합리한 관행이 남아있다면 고치겠지만 산재를 신청했다고 불이익을 주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업장 내부에서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경영진은 KBS 보도 다음 날 바로 사내 설명회를 열고, 후진적인 문화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조직문화 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경영진/지난달 31일 : “그간 불합리한 관행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던 부서장들 모두 변화를 약속하고 실천으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 전무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도 삼성이 일류기업이라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도 일류여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추가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4년 전, 생산직 노동자 송 모 씨는 광주사업장 사내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져 다리가 골절됐습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산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는데, 사측 안전 관리자가 사고 관련 사실 관계를 꾸며 신고하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사측 안전 관리자/음성변조 : “우리 그때 어떻게 말 맞췄냐? 생각 안 나? (뭐 그냥 출근하다가 넘어졌다고 하라고 그랬는데…) 응 아파트에서 그렇게 다쳤다고 하기로 했잖아 그렇지?”]

규정대로 하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 회사 내 사고를 출근길 낙상 사고로 둔갑시킨 겁니다.

[유성규/노동건강연대 노무사 : “많은 기업들이 산재 보험료 인하를 혜택받기 위해서 산재 은폐를 하고, 산재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는 이런 일들도 발생하게 되는거죠.”]

한국노총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직원들로부터 계속해서 추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 ‘산재 신청 방해 의혹’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이상구/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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